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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갑질, 디자이너들 뿔났다!

Saturday, Aug. 8, 2020 | 이정민 기자, mini@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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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다음달에 나가요. 이제는 더 이상…” 말끝을 흐리는 패션시장 내 한 톱 디자이너, 지난 2016년 이곳에 입성해 월 2억대 가까운 매출을 돌파했던 이 브랜드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비단 P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 역시 유통측과의 ‘소통 부재’와 ‘나 몰라라’식 대응으로 인한 디자이너들과의 불협화음 기간이 꽤 길어 보인다.

‘디자이너들의 집결지’로도 불렸던 이곳에서 지난 2016년 디자이너들은 의도치 않게 2층으로 내몰리며 다시 둥지를 틀었던 터, 하지만 2층도 얼마 있지 않아 디자이너들이 하나 둘 빠지며 엉거주춤 MD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지난 2018년 나이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대거 입성하면더 또 한번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2층은 이름 모를 스트리트 브랜드들로 가득 채워졌다. 기존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느낌은 오간 데 없고, 무인 판매숍 까지 등장하며 과거와는 또 다른 브랜드들이 공간을 채워가며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섞여 있는 모습이다.

나가라는 눈치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이곳의 한 숍 매니저는 “저희 쇼핑몰 정책이 좀 더 젊은 이미지로 바꿔 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확장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최근 진행되고자하는 리뉴얼과 함께 새로움을 위한 머천다이징 과정’이라고 덧붙인다.

매 시즌 새로움을 주기 위해 ‘변신’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유통측의 입장이다. 비단 디자이너 브랜드 뿐만 아니라, 전 층에 대해 새로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조닝에 대해 박하게 하거나 혹은 관리를 소홀하게 하지는 않았다. 지금 대내외 안밖의 상황이 극도로 안좋은데다, 입 · 퇴점 등 협상에서의 서로간 온도차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가장 핫한 트래픽을 보이고 있는 영층의 트래픽 증가와 이를 통한 신수요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고자 한다는 것. 또한 층간 이동은 물론 동일 층에서도 특색있는 간판 브랜드를 세우는 것도 유통의 역할이라고 얘기한다.

신수요층을 잡기 위한 MD는 필수적 입장

유통 측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입점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답답합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디자이너는 최근 올라간 보증금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아시겠지만 코로나19로 중국 고객들까지 발이 끊겨 매출은 바닥인 상황입니다.

여기에 월세까지 인상되면서 론칭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을 바에는 홍대 등 핫 상권을 찾아 단독 숍으로 진행할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힘겨움을 토로한다.

이미 두칸 아이아이 등이 빠졌고, 만지 고태용 홍은주 등 몇 개의 숍만이 남은 상태이다. 한 디자이너는 “책임자가 너무 자주 바껴요. 최근 담당자 역시 ‘윗 쪽에서의 정책이라 저희도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다’는 말만 돌아올 뿐입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보증금 월세 등 모두 올라, 막막함 호소

이러한 가운데 나가는 것 조차 자유롭지 않다. 계약서상에서의 위약금은 물론, 크고 작은 조건들을 유통사 쪽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운영해왔던 알토란 매장은 물론, 수수료 계산과 그 이상의 손해까지 봐가며 이곳 쇼핑몰에서 나가줘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이 쇼핑몰을 박차고 나온 B디자이너도 속앓이 중이다. “5년간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지도도 쌓았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최근 이곳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초기에는 계약서 그대로 다 지키는 것 같더니, 막상 나가려고 하니까 다른 이유를 들며 못해 주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나가기 전까지 해주겠다는 약속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나가려고 답을 기다렸지만 연락두절 상태. 소송 등 여러 방법도 생각했지만 돈과 시간낭비일 뿐이다. 손해는 손해대로, 다시 또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마음이 무거운 이들이다.

계약서 약속, 입점 때는 OK, 나갈 때는 모르쇠

한때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국내 내로라는 디자이너들의 성지로도 불렸던 이 쇼핑몰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던 터라 아쉬움은 더 크다. 하나 둘 짐을 싸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몇몇 남은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떠한 방향을 찾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톱 디자이너들이 대거 빠지면서 새로운 편집숍을 구성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 나오면서 ‘디자이너들의 위기’와 새롭게 구성되는 ‘뉴 플랫폼’ 사이의 신경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국내 많은 디자이너들의 판로는 한국 패션산업에서 중요한 이슈이다. K패션을 대표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반면 디자이너들 입장에서는 자금 문제, 시스템 등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 별 비즈니스를 펼쳐갈 때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통과 브랜드 줄다리기, 악순환 반복될까

이를 담아내는 유통가의 태도와 이곳에 입점하게 되는 브랜드들간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유통과 디자이너, 아니 유통과 브랜드는 늘 첨예한 긴장감이 오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유통과 익숙한 보금자리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힘껏 달리고 있는 이들 사이에 풀어야 할 숙제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에서 매너와 소통이 아쉬운 대목이다. 패션유통은 곧 콘텐츠의 힘과 직결된다. 코로나19 이후 좋은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이들의 의견과 고충을 들어주는 배려 있는 경청이 절실하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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