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패션 소재 빨간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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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패션 소재 빨간불 켜졌다

Tuesday, Mar. 18, 2014 | 이정민 기자, mini@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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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에 눈이 어두워 짝퉁이라도 구입하려는 소비 심리를 틈타 국내 패션시장이 일명 ‘짝퉁 마켓’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의류 디자인 눈속임도 모자라 소재와 부자재 등 패션 소재까지, 그야말로 패션시장은 비상 시국이다.

특히 S/S시즌보다 상품 객단가가 높아지는 F/W시점에 이러한 일들이 몰려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얼마 전 터진 LG패션 「타운젠트」에서 판매하는 캐시미어 코트의 캐시미어 함량이 크게 미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진 상태다.  

캐시미어 함유율이 16.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한바탕 소동을 치렀고, 무엇보다 국내 간판 기업 중 하나인 대기업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LG패션에 대한 기업 신뢰가 바탕이 돼 있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기준치 벗어나, 이제는 퀄리티도 못 믿어!   

이에 LG패션 측은 “공인 인증기관의 시험 결과에 의거해 캐시미어 혼용률 100% 표기한 것이다. 때문에 의도적인 허위 품질 표시 행위는 없다. 하지만 현재 한국소비자원의 의견을 존중해 소비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해당 제품은 판매 중지하고 수거 조치했다. 향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기에 바빴다.  

이밖에 「바쏘」 「레노마」 등도 캐시미어 함량이 100%에 못 미쳤다고 판정이 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패션 시장의 한 소재 전문가는 “패션 디테일을 완성하는 소재와 부자재까지 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량 물량 공급과 원가절감을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이 수법(?)을 쓰고 있지만, 제품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들을 기만한 행동”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얼마 전 강남의 L백화점으로 쇼핑을 간 주부 K씨는 유명 브랜드인 「R」 행사장에서 캐시미어 니트를 10만원대에 구입했다. 그러나 두 달이 채 가기 전에 보풀이 생기고, 드라이를 하자 한 치수 줄어든 느낌마저 들었다. 태그에 나온 설명에는 분명 100% 캐시미어로 돼 있었다. A/S를 위해 백화점 매장에 다시 들른 K씨에게 판매사원은 소비자의 부주의를 추궁하는가 하면 세탁 표시대로 사용을 안 한 부분에 대한 역반응을 보였다.  


오리와 거위에 솜털 섞어 패딩으로 둔갑    

캐시미어 관련 A사 사업부 팀장은 “캐시미어는 양모보다 보온성이 뛰어나면서도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워 광택이 나는 고급 소재이다. 좋은 캐시미어인 경우는 털의 방향이 가지런하고 잡모가 섞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며 소재의 기본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덧붙여 “캐시미어는 내구성이 약해서 봉제나 디자인이 힘들기 때문에 다른 소재와 혼용해 옷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캐시미어 함유율이 최소 30% 이상은 돼야 순수한 캐시미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제품 구입시 캐시미어 혼용율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인 여성용 스웨터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4마리의 양으로부터 캐시미어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 역시 고가대로 책정돼 시중에 판매된다”고 조언한다.

패딩 속 솜털 함량 상황은 어떨까. 거위털이 100%로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는 100%로 구스다운으로 판매되는 것이 발견되곤 한다. 영캐주얼 브랜드인 「B」와 캐주얼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N」 역시 거위 솜털 함량이 부족했던 것. 현재 패션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구스다운’은 거위의 솜털과 깃털이 들어간 의류를 의미한다.  


모든 ‘패딩 = 다운?’ 판매직원도 몰라요~    

일반적으로 거위 솜털과 깃털의 비율은 80:20이다. 하지만 작게는 70:30에서 많게는 60:40까지 비율이 벌어지며 깃털로 꽉 찬 다운들이 시중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판매직원 조차 이를 모르고 있어 고객들에게는 100% 구스 다운으로 판매하기 일쑤다.  

아웃도어 브랜드 「D」 관계자는 “구스다운은 거위 솜털과 거위 깃털이 들어간 제품이다. 거위 솜털과 깃털이 8:2 이상 되는 것을 구스다운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하며 “「P」 브랜드의 경우 본사 영업 담당은 물론, 판매사원들 조차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은 다운에 대한 비율은 커녕, 다운 개념조차 모르고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와 맞물려 또하나의 문제는 패션기업 자체에서도 프로모션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단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선택하는 방식의 업무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고 브랜드측 실무자 또한 소재 지식이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면 • 울 등 가격 상승도 한몫 소비자만 울상    

대부분의 패션 업체들이 일방적인 오더와 수동적 제품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보면 기획 소재 디자인 노하우 확보나 기술력 개발은 뒤쳐지게 되고 소재 개발과 그 외의 자재 퀄리티에 대해서도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는 결론이다.

최근에는 면과 울 등 원사, 소재 값이 폭등한데다 중국이나 북한 쪽의 생산 시스템 또한 과거와 같이 원활하지 않아, 원가 문제가 큰 것도 짝퉁 패딩의 붐 조성에 한몫을 했다. 원부자재의 상승과 맞물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양심을 버리고, 다른 털과 섞어 사용하는 일이 범용화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가운데 실제 이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소재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과거 소재디자이너, 패턴디자이너로 전문화됐던 반면 최근에는 멀티화 추세에 맞물려 소재 전문가도 귀한 상황이다.

지난해 폭풍처럼 몰려온 「몽클레르」나 「캐나다구스」들과의 과열 경쟁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한국 패션기업들. 그들의 고층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짝퉁이 판치는 패션시장의 현주소가 안타깝다. 디자인카피에서 소재의 부실함까지 한국 패션의 퀄리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양심과 진정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패션비즈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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