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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다 - 비거니즘 패션

Monday, July 11, 2022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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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반려견 프로그램의 인기가 꾸준하다. 이는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방증한다. 오랫동안 개고기를 즐겨 먹던 이 땅에서 개고기 식용금지 법안 논의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권 보호가 환경보호와 맞물려 패션에도 등장하는 순서는 자연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외국 사례를 통해 우리의 동물권과 패션을 돌아봤다.

동물보호에 대한 패션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이스라엘에서 촉발됐다. 이스라엘 환경보호부가 2021년 6월 발표한 야생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모피나 동물 가죽을 사용하는 패션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LA 등 도시 단위에서 동물 가죽 제품의 판매 금지를 시행한 적은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국가 차원에서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동물 가죽과 모피 제품은 ‘비도덕적’이며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법률적으로 최초로 친환경·동물친화적 개념을 선점한 만큼 세계 패션시장에 그 전과는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리라 기대된다.

물론 이스라엘의 입법에도 예외 판매 조항은 있다. 유대 종교 전통주의자 남성들(하시딤)은 성년이거나 결혼식 때 여우 · 토끼 · 담비 등의 모피로 만드는 ‘슈트레이멜’ 모자를 착용하기 때문에 종교적 전통 목적의 모피 제품 소비는 법률적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40만명을 넘는 이스라엘 내 전통주의자 인구가 늘어날수록 모피 판매는 증가하므로 모피 금지 법률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종교적인 목적 외에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서 교육, 행정명령집행, 연구 목적으로 모피 제품의 수입 · 판매도 허용한다. 하지만 법률의 실효성을 떠나 모피금지법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와 선언적 성격만으로도 동물권을 바라보는 패션계의 윤리·준법의식은 달라진다.

친환경 · 채식주의가 만연한 이스라엘에서 동물 가죽이나 털 없이 버섯과 파인애플·아보카도 등 식물성 재료로 가방 · 신발 · 벨트 · 의류 등을 제작하는 비건패션이 신의 섭리처럼 탄생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비건패션 브랜드인 Roni Kantor(드레스, 슈즈)와 Lee Coren(가방) 등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모피금지법을 통해 세계 패션시장에서 주목받는다는 것은 만물의 인과응보 아닐까?

채식주의자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 이스라엘의 환경이 강력한 동물권 보호 법안을 탄생시킨 가운데 뉴욕시가 추진하는 패션지속가능성-사회적책임법(Fashion Sustainability & Social Accountability Act)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비거니즘과 동물보호 의식이 커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비거니즘 패션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동물보호에 공감하는 소비자들 덕분에 이미 우리나라 인조가죽 시장이 예전보다 성장하고 있다. 관련 법률까지 뒷받침된다면 이스라엘에 이어 비건패션이라는 틈새시장에 우리나라도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고기를 먹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우리의 개고기 먹는 풍습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대한민국은 야만국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2년이다. 세월도 많이 흘렀고, 사람도 바뀌었고, 생각도 달라졌다.

모피코트와 여우 목도리를 부의 상징으로 자랑하던 개발독재 시대적 사고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첨단, 패션 분야에서 동물에 대해 180도 달라진 우리의 진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필요하다면 법률로서 패션을 바꾸자. 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지만, 우리에게 나쁜 패션은 있다.

■ profile
•건국대 교수 / 변호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패션협회 법률자문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국립극단 이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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