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리스트」 1000억 ‘훌쩍’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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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7.16조회수 1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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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물량 기획 적중, 유통 다각화

    영 밸류에서 영 컨템포러리로 조닝을 이동한 「리스트」가 아이템의 다양화와 함께
    감도를 높이면서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복에서 드물게 백화점, 아울렛, 복합몰 그리고 온라인까지
    전 유통망을 섭렵해 나가면서 올해 1000억원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인동에프엔(대표 장기권)의 「리스트」가 올 들어 영 컨템포러리 조닝으로 이동하면서 매출에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에 가성비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영밸류 마켓을 리딩한 「리스트」는 상품라인을 다양화하고 감도를 높여 영 컨템포러리 조닝에 새롭게 안착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가격대를 높이지 않고 여전히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해 경쟁 브랜드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리스트」는 롯데몰 월드타워점, 파르나스몰 등 복합쇼핑몰에서 월평균 매출이 2억원대를 기록해 영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서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올해 초부터 백화점 매장의 위치를 본격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30~40%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리뉴얼한 점포의 매출 반응이 급속도로 올라오면서 백화점 측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경기 상황에서 매장당 월매출 1억원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상위 20여개점이 매달 1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리스트」 매출 상위 20개점 월평균 1억 거뜬


    영 캐주얼을 통틀어 매출 외형이 가장 큰 이 브랜드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인동이 가진 소싱파워 △선기획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세분화된 기획실의 업무 시스템 등 3가지 요소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전용 생산라인에서 80% 이상 제조하며, 여타 여성복 브랜드들보다 원가를 30% 이상 절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의 또 다른 생산공장과 계약을 맺어 재킷류는 대부분 이곳에 맡긴다. 「띠어리」 등 글로벌 여성복의 제조 파트너로서 품질력이 한층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현재 선기획 비중은 95% 정도다.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면서 대부분의 여성복이 스폿기획으로 돌아선 데 반해 「리스트」는 원가절감을 실현하기 위해 선기획에 베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상 판매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적중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선기획 비중 95%지만 정상판매율 70% 이상


    이에 대해 디자인실을 총괄하는 황지민 부장은 “디자인실과 기획실뿐 아니라 영업팀, 마케팅팀까지 참여한 선기획 회의를 2주 단위로 진행해 최대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영업팀에서 제시하는 현장에서의 반응과 정보실에서 내놓는 다음 시즌의 트렌드를 참고해서 선기획하는데, 거의 10여년간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빅데이터가 많이 쌓였다.

    그리고 기본물에 충실한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 트렌치코트, 재킷, 블라우스, 셔츠, 팬츠 등은 스테디셀러로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최숙경 기획실 차장은 “「리스트」의 강점은 베이직한 아이템이 특히 강하다는 점”이라며 “기본물을 좋은 소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점이 「리스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시즌마다 주력하는 상품은 물량이 8000장 정도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 영 캐주얼 브랜드는 많아야 2000장 정도인 데 비해 「리스트」는 4배 정도 많은 물량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트렌치코트 등 인기 아이템은 6800장 오더량




    올봄에도 트렌치코트(15모델)가 6800장, 재킷(봄 15모델, 여름 17모델)이 6000장 가량 판매됐으며 여름 특화 제품인 리넨재킷 또한 5000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 S/S시즌 재킷 판매율을 작년 동기간 대비 2배를 기록했다. 올 F/W시즌 역시 트렌치코트와 재킷 그리고 핸드메이드 코트와 롱패딩, 방모코트를 메인으로 기획했다.

    특히 롱패딩의 경우는 지난겨울 4000장을 완판하면서 아쉬움이 남았던 아이템이다. 올겨울 역시 롱패딩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2~3배 물량을 준비했다. 핸드메이드 코트의 경우는 8000장이 생산오더에 들어가 있다. 여성 영 캐주얼 업계에서 1만장 이상의 생산단위를 기록하는 곳은 「리스트」가 유일하다. 그만큼 판매실적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론칭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상품기획실 전체적으로 시스템화가 확실히 잡힌 점도 「리스트」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디자인실 9명, 기획(MD)팀 4명, 소재컬러팀 8명, 니트팀 2명으로 이뤄진 상품기획실은 사실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분업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소재컬러팀 8명 가동, 디자인보다 소재 • 컬러 강조







    장기권 인동에프엔 대표는 “디자인에서 차별성을 두기보다는 소재와 컬러에서 특별함을 줘야 한다”고 디자인 • 기획실에 주문하고 있다. 그래서 여타 여성복 브랜드들보다 소재컬러팀 인원이 많다. 디자인은 데일리웨어로 활용하기 좋게 심플하면서 무난하게, 그렇지만 소재는 고급스럽게, 그리고 컬러는 트렌디하게 풀어낸다.

    황지민 디자인실 부장은 “지난 S/S시즌부터 정형화돼 있던 브랜드 틀을 깨고 좀 더 캐주얼하며 믹스매치 스타일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기존에 잘 팔리는 베이직 아이템을 유지하는 가운데 트렌디한 면을 부각시키거나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캐주얼 아이템을 확대해 데일리웨어를 제안한 것들이 매출 성장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구김이 적고 세탁이나 관리가 용이한 소재를 주로 사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는 시장조사를 꼼꼼히 할 뿐 아니라 고객들의 구매후기도 살펴 업그레이드하는 「리스트」다. 황 부장은 “각 부서에서 자기 역할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하는 편”이라며 “개인역량으로 베스트 아이템이 탄생하기보다는 팀워크가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 아이템을 좋은 소재 • 합리적 가격 ‘철칙’


    이 같은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연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 「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올 초에는 인동 상하이법인을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 자사의 「쉬즈미스」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 백화점에 직접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해서 글로벌 마켓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것이 「리스트」의 목표이기도 하다.

    한편 인동에프엔이 준비하는 또 하나 프로젝트는 온라인 매출 확대다. 내년 초 자사몰(인동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쉬즈미스」 「리스트」 그리고 신규로 론칭하는 아우터 전문 브랜드 「시스티나」까지 3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온라인과 복합쇼핑몰 전용으로 ‘레드라벨’을 만들어 올 초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레드라벨’은 「리스트」의 매출 효자 아이템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만들어 온라인 브랜드들과 맞대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에서 망설임 없는 가격에 맞춰 기획했다. 소재 품질은 「리스트」와 동일하게 가면서 장식요소를 최대한 줄여 원가를 한 단계 더 낮췄다.






    복합몰 • 온라인 전용 ‘레드라벨’ 선봬


    백화점과 아울렛에 이어 복합쇼핑몰과 가두 대리점 그리고 온라인까지 유통채널 다각화에 성공한 「리스트」는 서울 강남역 상권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도 준비 중이다. 「리스트」의 모든 상품라인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수단이다.

    강남역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한국형 SPA 여성복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여년 간 여성 영 마켓의 리딩 브랜드로서 꾸준히 인기를 끈 「리스트」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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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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