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근 토박스코리아 사장
    아이디어 + 열정, 워너비 CEO

    김숙경 발행인
    |
    18.02.01조회수 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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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훨씬 깔끔해졌죠?” 새로 이전한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사무실을 보여 주며 이선근 토박스코리아 사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았다. 그는 신발기획팀에서 일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아동화 사업에 뛰어들어 5년 만에 코스닥 상장, 중국 진출 등을 이뤄 낸 젊은 CEO로 변신했다. 최근 여성화 편집숍 ‘위즈솔’ 론칭까지, 한 달이 다르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는 이곳의 사무실 벽에는 못 보던 10가지 문구가 붙어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멋진 회사를 만들자’로 시작해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자’로 끝나는 문구들은 토박스코리아의 10가지 강령인 셈이다. ‘인간관계와 업무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토박스와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과감하게 결정하고 행동하라’ 등 2012년 국내 아동화시장이 채 열리지 않았을 때 ‘토박스’를 론칭하며 사업에 뛰어든 이선근 사장의 사업 ·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자기다움이 없는 플랫폼은 카피캣이다’라는 말에 그간 토박스의 행보가 요약되는 것 같다. 새로운 아동화 브랜드를 찾기 위해 스페인으로, 미국으로 종종 떠나던 이 사장은 “자기다움이 확실한 브랜드를 찾아요”라고 자주 말했다. 실제로 전 세계 아동화 중 유니크한 브랜드를 찾아 독점으로 계약을 맺었다.

    ‘토박스’ 출범 5년 만에 코스닥 상장

    「미니멜리사」 「힐리스」 「씨엔타」 「이뮤키즈」 등은 국내에 그렇게 소개됐다. 이 중 작년 전국적 품절대란을 일으킨 「힐리스」는 유아동의 스포티즘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일반적인 운동화 모양에 바퀴가 달려 롤러스케이트처럼 탈 수 있는 「힐리스」는 사실 2003년에 가수 세븐이 무대에 신고 나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 신발이다.

    토박스는 사람들에게 잊혔던 「힐리스」의 연령대를 아동으로 낮추고, 가격대도 기존 15만원대에서 10만원 이하로 낮춰 선보였다. “독일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으로 아이들이 쓱 빠르게 지나가요. 뭔가 싶어 보니 「힐리스」였어요. 아이들이 신나게 바퀴를 굴리며 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거, 되겠다’ 싶었죠.” 그의 직관대로, 국내에 들여온 「힐리스」는 작년 30만족이 팔렸다.

    유아동업계에서 이례적인 신발 붐이었다. “다음 시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상품이에요”라며 그가 가리키는 상품을 봤을 때 ‘제2의 힐리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익숙한 브랜드.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브랜드인지 몰랐네요”라는 말에 그는 “프리미엄 라인이나 가장 에지 있는 상품만 셀렉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키즈 셀렉트숍 중심, 올해도 성장 가도

    토박스는 될 것 같은 브랜드를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주인장의 개성에 따라 편집된, 말 그대로 셀렉트숍을 유아동화에서 보여 주고 있다. 「미니멜리사」 「힐리스」 등이 잭팟을 터뜨리면서 브랜드 입점 문의, 국내외 유통의 러브콜이 크게 늘어 소싱팀도 커지고 있다. 어떤 브랜드와 상품이 뜰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 사장뿐 아니라 그 팀의 역량이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위즈솔(Wizsole)’은 20대 후반~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슈즈 편집숍이다. 서울 삼성역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었고, 3년 안에 2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위즈솔 내 브랜드는 「멜리사」 「이뮤」 등 토박스에 있는 아동화의 성인 버전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클락스」 「플로럴마운틴」 등 유니크한 브랜드를 계속 더해 갈 계획이다. 위즈솔에서 자기 신발을 사는 30대 고객이 토박스에서 아이의 신발도 산다는 맵이다.

    진잉그룹과 손잡고 500조 中 키즈시장 도전

    토박스는 작년 중국 대형 유통업체인 진잉그룹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중국 유아동시장에 진출했다. 진잉 신제커우 본점과 진잉 장린백화점에 오픈했고, 올해도 6개 이상의 매장을 상하이 등의 1 · 2선 도시에 오픈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하는 등 이커머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미니멜리사」 「씨엔타」 「이뮤」 「미니위즈」 등과 같은 아동화가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 아이들의 80%가량이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운동화만 신고 있어요. 운동화 외에 아동 샌들, 구두 등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어요. 만약 이 시장이 열린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500조원으로 추산되는 중국 아동화시장이 열린 미래를 상상하는 그의 눈빛에서 확신이 보였다. 앞서 토박스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국내 아동화시장 역시 처음에는 작았다. 스포츠화의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크고 그 밖의 아동 신발은 거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크록스」 「멜리사」 같은 EVA 소재 샌들 등 새로운 상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또 걸을 때마다 반짝이는 LED 슈즈 등 신선한 히트상품도 나타나고 있다.



    토박스 → 위즈솔 → 다음은 이커머스 플랫폼

    “이제 중간쯤 왔다고 생각해요. 중반전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2012년 론칭 이후 토박스코리아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5년 매출은 전년대비 195% 신장한 124억, 2016년은 전년대비 91% 신장한 237억원을 올렸다. 2017년은 300억 이상으로 추정된다. 복종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키즈 슈즈 셀렉트숍이 이 정도의 매출을 낸다는 것은 ‘대박’으로 봐도 과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사장은 아동 신발이라는 것이 백화점 내 MD로도 주목받지 못할 때 ‘토박스’를, ‘토박스’가 카테고리 킬러로 자리매김한 올해는 ‘위즈솔’을 시작했다. 작년부터 중국 진출의 물꼬가 트이자 올 상반기에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을 론칭한다. 새 성장동력인 이커머스 사업의 대상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다.

    신사업을 앞두고 최근 토박스가 가장 힘을 쏟는 것은 건강한 사내문화 만들기다. ‘썬(Sun)’, 해외 바이어는 물론 사내 직원들이 이 사장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선근의 ‘선’을 딴 그의 영어 닉네임에 따라 태양의 얼굴을 그려 놓은 새 명함도 눈에 띄었다. 이 사장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켈리’ ‘쭌’ ‘굿이어’ ‘원님’ 등 다양한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었다. 또 모든 직원이 참여하는 연말 팀원 평가에는 이선근 사장도 포함된다.

    “권위적으로 움직일수록 아이디어 사라진다”

    “권위적으로 움직이면 일의 과정은 단순해져요. 시키기만 하면 되는 사람은 생각할 필요가 없거든요. 이렇게 되면 머리는 굳고 생각은 틀에 갇히지 않을까요?” 이런 그의 생각에 따라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내에 수평적인 문화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사세를 확장하면서 자연히 채용도 늘었는데 채용공고에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출퇴근 시간 선택근무제’. 8시 반에 출근한 후 5시 반에 퇴근하거나, 10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남녀불문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 직원, 신혼여행 휴가와 연차를 붙여 한 달간 유럽여행을 떠난 멤버 등 유연한 근무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영업, MD팀의 경우 사무실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일을 하든 커피를 마시든 일단 밖으로 나가라’라고 떠밀기까지.

    그는 “몇 시간을 앉아서 일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공간이 생각을 지배하는데 사무실은 절대 답이 아니죠. 나가서 현장을 보면 답이 보여요”라고 말했다. 그런 토박스가 가장 중요시하는 현장은 바로 ‘육아의 현장’이다. 신규 채용 시 아이를 키우는 이를 더 선호하는 토박스는 직원 3분의 1 이상이 아이를 둔 부모다. 토박스 멤버들을 지칭하는 말인 ‘토박서(토박스+er)’가 곧 토박스의 고객인 셈이다.

    아이 키우는 직원이 3분의 1, 엄마의 직관이 MD

    그는 토박스 10가지 강령(?)을 가리키며 “사실 벽에 써 붙인 저 열 가지 외에 한 가지가 더 있어요. ‘해 보니 세상에 육아보다 힘든 일은 없다’예요. 육아에서 결국 우리 일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엄마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을 하라고 하는데, 휴직 후 돌아오면 오히려 역량이 높아졌다고 평가합니다. 엄마가 자기 아이한테 신기고 싶어 하는 신발, 사 주고 싶어 하는 용품, 그게 곧 잘 팔리는 상품이니까요.”

    한편 토박스의 그간의 움직임을 보면 수익만을 생각하고서 아동화 사업을 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가 크지 않던 2012년부터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코리아와 제휴해 아동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 구로 삼각어린이공원, 영등포 양남어린이공원에 약 2633㎡ 규모로 ‘토박스상상놀이터’라는 이름의 공간을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운영한다. 올 하반기에도 아동을 위한 또 다른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공간도 소비자와 ‘토박스’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됐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 ‘핑크퐁’의 운영사 스마트스터디와 MOU를 맺었다. 핑크퐁과 함께 교육 콘텐츠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토박스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할 때마다 열정이 느껴지는 이 사장은 사려 깊고 차분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회사 설립 후 한 번도 매출 실적을 가지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 적이 없다”고 말할 만큼 단기 실적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의 사업 플랜은 항상 주도면밀한 느낌을 준다. 다가올 시장을 분석해 앞서 나가고, 열정적이되 무리가 없게끔 실행해 가는 ‘토박스 스타일’이 또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기대가 된다.





    **패션비즈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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