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환 밀리오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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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7.23조회수 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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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패션 유통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폭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백화점과 가두점 중심의 기존 이분법이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대기업의 공격적인 기존점포 인수와 유통 체인간 M&A를 비롯 막대한 해외자금의 유입 등 전례를 찾기 힘든 구조적인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이 과정서 영업력과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일부 상가의 경우 자연도태 되고 있으며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거나 인프라 확충에 게을리 한 일부 상가 경우 30%에서 최대 50%를 넘어서는 공실률로 입점 매장조차 채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재래형 상가들이 맞고 있는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90년대 중후반과 IMF를 거쳐오며 국내 초저가 마켓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상가들은 해외 소싱 등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도권 브랜드들의 입성과 생산기지 등의 이탈로 이중고를 겪어왔다. 때문에 일부의 성급한 이들은 재래형태의 상가 소위 한국형 패션몰의 향후 비전을 바람 앞의 등불로 비유하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형태의 쇼핑몰들은 일부에 그치고 있을 뿐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마케팅과 관리란 명목 하에 이뤄지는 강력한 중앙 통제방식이 여전히 마켓에 데뷔하기를 기대하는 젊은 감성의 집합체에도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결국은 어떤 차별화된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를 개별 상가가 보여줄 수 있는지 또 재래시장 고유의 역동적인 생명력과 순발력을 인정하고 유지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향후 패션몰들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밀리오레는 꾸준히 국내 패션 시장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 특화코너를 통해 데뷔한 문군과 갸니마루 간지 등은 당시 제도권 브랜드와 재래시장을 잇는 브릿지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갖게 됐다. G2B2 등 아이템 특화코너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을 잇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개별 상가의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해외시장 연계 등의 기획력은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진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자본의 논리와 홍수 속에서 패션몰이 독자적인 영역을 재확인하고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도들이 더 참신하고 강력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른 유통채널과는 달리 10~20대 소비자들 공략에 목적을 두고 있는 패션몰은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해야만 1825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밀리오레는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전점 리뉴얼을 이끌어갈 생각이다. 명동 본점과 신규 신촌점을 중심으로 전점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의 재래형 쇼핑몰과는 차별화된 컨텐츠를 펼칠 계획이다. 전 영업매장의 30%안팎을 디자이너 특화코너로 꾸며 패션 마켓 내 핵심 브레인을 집결시킬 구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양자간 전략적인 제휴를 근거로 한 국내 대표적인 디자이너 그룹으로 채워지며 셀렉숍과 오리진이 확실한 신규 브랜드도 전체 매장을 다양하게 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결국 관건은 분양과 매장 임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쇼핑몰 컨텐츠 개발에 있다. 신예 디자이너의 육성과 중소 규모 브랜드의 마켓 데뷔는 패션시장을 꿈꾸는 신예들에게는 최선의 기회인 동시에 유통으로서는 차별화 포인트다. 이점이 해결된다면 패션몰에게도 기회는 무수히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중국 시장을 보더라도 막대한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컨텐츠를 갖춘 패션몰들에게는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꾸준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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