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영 |동일레나운 부사장 & 이선효 | 동일드방레 부사장
    동일그룹 변신 일으킬 새로운 사령탑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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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9.10조회수 1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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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 4월 2개월에 걸쳐 일제히 사령탑이 바뀐 동일그룹의 패션기업 동일레나운과 동일드방레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일레나운은 송문영 부사장을 필두로 비수기인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의 매출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일드방레는 이선효 부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상반기에만 목표 대비 30억원을 초과달성하는 등 2000년대 들어 최고의 스타트를 보여 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송부사장과 이부사장이 각각 지난 5, 6년 동안 정체기를 맞은 회사를 맡아 숨통을 터주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두 회사의 불황기 사령탑 교체작전은 절묘하게 들어맞았다는 주위의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송부사장과 이부사장은 시스템과 밸런스MD를 강조하며 이 같은 실적 향상을 일궈내고 있다. 두 명의 전문경영인은 모두 제일모직 출신으로 대기업의 물샐틈없는 시스템을 체화했다. 여기에 그동안 자신만의 패션철학을 첨가한 밸런스MD를 주무기로 각자의 색깔을 내고 있다. 지난 5, 6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이들이 기업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는지 알아봤다.

    송문영┃ 동일레나운 부사장(사진의 좌측)






    송문영 동일레나운 부사장은 지난 1983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2005년 F&F를 거쳐 2007년 까사미아에서 몸담아 왔다. 제일모직 시절에는 「빈폴」의 총괄임원(지금의 컴퍼니장 개념)으로 재직하면서 사실상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26년째 패션계 경력을 쌓으면서 의류부문 관리, 전략기획 파트 등 경영자로서 거쳐야 할 핵심 부서를 경험했다. 지난 4월 동일레나운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2012년까지 전사매출 2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수립해 정진하고 있다.

    동일드방레 부사장 ┃이선효(사진의 우측)
    올해 3월 동일드방레 전문경영인으로 부임한 이선효 부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공채 23기로 입사했다. 제일모직 편입 후 이탈리아 밀라노 주재원에서 MD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여성복과 남성복을 오가며 커리어를 쌓았다. 2002년에는 돌연 유통가로 발길을 옮겨 모다아울렛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크게 기여했다. 이듬해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옮겨 「보브」와 「디자인유나이티드」를 맡았고 「갭」 도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Interview
    요즘 같은 불황기에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임 후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뒀나.

    송문영 부사장 :
    비결이랄 것까지는 없다. 그동안 동일레나운의 잠재된 능력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뿐이다. 올해 4월 중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이래 3개월에 걸쳐 이 회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SWOT분석을 했다. 동일레나운이 지닌 강점과 약점을 토대로 도출될 수 있는 위기 환경과 기회요소를 하나하나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작업은 물론 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실시한 것이 아니다. 임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인간 송문영을 그들에게 각인시키는 절차를 거쳤다.

    자연스레 임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생각과 견해를 하나하나 펼쳐 보였다. 나는 그들에게서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드리워져 있던 패배의식과 함께 정반대 개념인 생동감을 동시에 발견했다. 패션은 시스템과 자본을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먼저 이 회사에서 같이 호흡할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첫단추를 끼우는 작업이었다.

    그뒤 조직을 새롭게 개편했고, 새로운 조직을 마땅히 이끌 수 있는 인력을 배치했다. 기획본부 영업본부 관리본부 등 기존의 기능별로 나뉘어져 있던 조직을 사업부제로 개편했다. 기능별 조직체제과 사업부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동일레나운에는 좀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사업부제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기준으로 결과를 볼 때 이러한 체제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금은 ‘밸런스MD’를 강조하며 우리가 지닌 브랜드의 장점을 드러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선효 부사장 : 동일드방레는 「라코스떼」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3월 전문경영인이라는 타이틀로 이곳에 온 뒤 「라코스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전문경영인으로 회사에 몸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시절에는 여성복 「크레센토」와 남성복 「지방시」 「입생로랑」 등을 경험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보브」 「디자인유나이티드」 「갭」 등 여러 브랜드를 담당했다.

    지금은 「라코스떼」라는 단일브랜드 체제로 움직이는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프랑스 본사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적으로 내가 준비돼 있지 않고 이 회사에 녹아 들어가 있지 않으면 예전의 전개 방식을 답습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 때문에 브랜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라코스떼」가 지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요소요소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곳에 오기 이전에 「라코스떼」는 골프 브랜드의 느낌이 강했다. 20년 넘게 국내 소비자와 만나는 동안 서광에서 전개하던 시절의 인상이 나에게는 강하게 남아 있다. 「라코스떼」는 테니스를 모태로 한다. 그동안 이 점이 부각되지 못했고 국내 백화점에서 인위적으로 나눈 조닝의 구성 브랜드로 전개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골프에서 TD로 조닝을 옮겨 「폴로」와 「빈폴」이라는 절대 강자와 대치했다. ‘균형감 있는 MD’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밸런스MD는 정확히 무엇이며, 이에 따른 수행전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송문영 부사장 :
    밸런스MD는 한마디로 과학적인 패션영업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디자인에는 감도가 분명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상품기획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느낌에 의존한 MD는 정말 위험하다. 「H&M」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밸런스MD에 기초한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패션영업은 적재적소에 상품을 배치하는 단순한 논리에서 비롯된다.

    가까운 일본의 유통환경을 보더라도 국내와 20년 격차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화 복합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융합 유통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일본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동일레나운에서 지금까지 한 일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장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금요일 퇴근 후부터 일요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 200여 곳의 매장을 둘러보는 일을 했다. 현장 중심의 사고를 위해서였다.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한 달 내내 상품이 바뀌지 않는 매장이 있을 정도로 변화에 둔감한 모습을 발견했다.

    시장은 철저하게 경쟁원리로 돌아간다. 시시각각 상품이 변하는 매장이 있다면 우리 매장은 낙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부제가 지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실행을 최우선시한 일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낙후된 매장에 새로운 바람은 바로 신상품의 입고일 것이다. 물론 이것도 단적이 예다. 최근 5년 동안의 판매자료 분석을 시작으로 시장 변화에 맞는 상품의 리오더와 스폿 시스템 구축을 주문하고 있다.

    이선효 부사장 : 시장원리에는 20%의 코어상품이 80%의 매출을 책임진다는 팔레토 법칙이 작용한다. 그동안의 내 경험치로 비율을 다시 해석할 때 패션에서는 20대80이 아닌 30대70으로 볼 때 정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30%의 코어상품이 70%의 매출을 차지한다. 이 30%를 다시 분석하면 전체 매출에서 상위 10%가 전체의 40%, 그 다음 10%의 상품이 20%, 나머지 10%의 상품이 10%를 각각 차지한다.

    이는 지금까지 거쳐온 브랜드의 판매자료를 분석해 얻은 것이며, 조닝과 무관하게 나온 결과치이다. 이를 토대로 「라코스떼」에 적용해 실제로 S/S시즌에 히트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히트 아이템의 주인공은 악어 로고가 크게 들어간 빅크록 티셔츠이다. 빅크록 티셔츠의 초기 물량은 2500장이었으나 지속적으로 리오더를 진행해 2만1500장을 생산했다. 7월까지 90%의 판매율을 보였으며, 이 판매율은 노세일 기준이다. 올해의 상승세에 가장 큰 힘이 된 아이템이다.

    빅크록 티셔츠에 이은 차상위 히트 아이템의 경우 초도물량을 700장 만들었고 4차 리오더까지 진행했다. 그 이후 아이템들도 30대70법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로 나왔다. 이같은 실적으로 올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신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매출신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선다면 2003년 이후 처음일 것이다. 단기 시즌에서 얻은 자료이고 하나의 단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균형있는 MD가 브랜드의 존망을 가늠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물밀 듯한 상륙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앞으로의 목표와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

    송문영 부사장 :
    갈수록 내셔널 브랜드와 라이선스 브랜드의 설 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통감한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를 외쳐야 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내야 하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숫자상으로 동일레나운은 2012년까지 기업 외형 2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3, 4년 동안 매출은 74% 상승해야 하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설 때 가능한 일이다. 언뜻보면 요즘 같은 시장경기에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세 가지 조직강령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이 목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세 가지 강령은 현장중심 경쟁원리 실행우선이다. 이를 수행할 개개인에게는 개인별 직무(PBU) 분석을 통해 차츰 정착될 것이다.

    이같은 방향으로 잘 흘러간다면 앞으로 회사와 조직이 살찔 것이며, 직원들도 개인의 전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규사업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아놀드파마」 「아놀드파마주니어」 「까르뜨블랑슈」 등 현재 전개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브랜드의 런칭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현재 여성복이나 아웃도어 등 조닝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선효 부사장 : 우선 올해를 잘 넘기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치열한 오늘 없이는 찬란한 내일이 오지 않는다. 일단 첫 느낌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당초 올해 매출목표는 850억원이었지만 이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태만 유지한다면 9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라코스떼」에 대한 유통가의 생각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남성복 조닝에서 TD만이 홀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조닝을 세분화해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메리칸 테이스트와 유러피안 테이스트로 TD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이다. 「라코스떼」는 유러피안 테이스트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F/W시즌 현대 목동에 135㎡(약 41평)로 확장하고 신세계 영등포에 99㎡(30평)라는 비교적 큰 규모로 입점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동안 50~66㎡(15~20평)의 면적이던 것과는 달라진 브랜드 입지다.

    여기서 직접적으로 「라코스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러피안 테이스트의 축으로 인식한다면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물론 단시간 안에 매출만을 위해 뛰지는 않겠다. 앞으로를 기대해 달라. 길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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