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민주킴」 대표 겸 디자이너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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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7.21조회수 7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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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 디자인 어워드 우승, 메르세데스 벤츠 스톡홀름 패션위크(Mercedes-Benz Stockholm Fashion week) 참가, LVMH의 영 패션디자이너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글로벌 기업에서 인정받은 이 주인공은 바로 김민주 디자이너다.

    그녀는 밝고 톡톡 튀는 매력의 첫인상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어 대화 속에서 생각이 꽉 찬 그녀의 내실이 드러난다. 이것이 디자이너 ‘김민주’의 이중적 매력이며 그녀의 옷에도 고스란히 표현되는 특징이다. 자랑할 만한 이력에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할 줄 아는 그녀가 유럽에서 쌓아 온 내공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민주킴(MINJOO.KIM)」이라는 브랜드보다 ‘디자이너 김민주’로 먼저 인지도를 쌓은 그녀는 어떤 인물일까.

    지금의 그녀를 만든 이는 바로 어머니다. 어릴 적부터 공부보다는 미술에 관심이 많던 그녀를 뉴질랜드로 유학 보내 파인아트(fine art)를 시작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한국의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분위기의 중·고등학교에서 파인아트를 배운 청소년 시절 덕분에 지금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대개 도식화에 집중하는 디자이너들과 달리 지금도 디자인 전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다.

    파인아트에서 시작한 예술성에 재미를 더하다

    디자인 작업과 더불어 그래픽 디자인의 역량도 갖춘 점은 김 디자이너의 또 하나의 강점이다. 그녀는 늘 그래픽 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을 찾게 돼요”라고 한다. 패션과는 조금 먼 예술에서부터 재미를 찾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에는 흔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즐거운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패션, 갖고 놀 수 있는 재미있는 것에서부터 그녀의 감성이 시작된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로테스크한 부분이 있는 요소들도 그녀의 옷에서는 달콤하고 위트 있게 표현된다. 화나 있고 무서운 표정의 모습들도 밝고 아름다운 컬러를 더해 전개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디자인 전문학원 사디(SADI)에 입학했다. 여기서 크리에이티브적인 감성과 함께 비즈니스 마인드를 배웠다. 이후 유학길을 선택해 벨기에의 명문 디자인 스쿨인 앤트워프에 입학했다. 졸업생 비율이 3%밖에 되지 않는 혹독한 경쟁 환경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수석 졸업을 하는 영예를 얻었다.

    사디에서 앤트워프까지 탄탄한 ‘내공 쌓기’



    앤트워프 3학년을 마치고 우연한 기회에 도전한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승한 후, 그녀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우승자에게 기회가 부여된 스톡홀름에서의 컬렉션을 위해 두 달 만에 의상 7벌을 더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앤트워프의 교장이자 6인방으로 활약 중인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의 조언과 서포트에 힘입어 그녀는 옷 12벌을 완성해 총 20벌로 쇼를 진행했다.

    김 디자이너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좋은 기회였어요”라고 말했다. “고생스러웠지만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됐고 내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라고 밝혔다. 졸업 후 기업의 소속 디자이너로 일할지 자신만의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가 될지를 고민하던 차에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확신을 준 기회였다.

    영(young) 디자이너들이 많이 포기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 시점에 그녀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쇼를 열고 무턱대고 유통망을 확장하는 식의 대대적인 론칭이 아니다. 프로젝트로 차근차근 자신의 경험치를 쌓아 가고 쇼룸을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키워 가겠다는 것이다.

    보여 주기보다 실속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지난 5월 17일 서울에서 ‘김민주X아크로밧=오토피(MINJU KIM X ACROBAT=OTTOPI)’를 처음 선보였다. 톡톡 튀는 재치가 디자이너 김민주와 닮은 임재연 슈즈 디자이너 브랜드 「아크로밧」과의 협업이다. 달 모양의 눈과 장난기 가득한 우주 악동 오토피(OTTOPI)라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슈즈와 팔찌까지 총 26가지 제품을 완성했다. 영한 디자이너와 영한 브랜드가 만났을 때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그녀가 먼저 제안해 완성한 프로젝트다.

    늘 재미를 추구하고 조금은 익살스러워 보이는 그녀는 알고 보면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갖춘 똑똑한 디자이너다. 모든 디자이너의 꿈인 컬렉션 쇼에 집착하지 않고 유럽의 쇼룸을 통해 브랜드를 탄탄히 키워 나갈 예정이다. 내년 2월에 파리 쇼룸을 통해 「민주김」 만의 컬렉션을 보여 준다는 계획이다. 패션 강대국, 유럽 한가운데에서 한국 디자이너가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더 나아가 앞으로 「민주킴」이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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