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JNG코리아사장
    ‘착한 옷’ 만든 것이 패션 성공비결 ... 지프 홀하우스 시에로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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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7.07조회수 9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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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수십 개 브랜드의 히트작을 만들며 패션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디자이너 출신 패션경영인이다. 디자이너들과 같은 층에서 함께 호흡하며 모든 제품의 QC(Quallity Control)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야근이 없는 패션회사를 만들기 위해 늦어도 7시 30분에는 디자인실의 ‘칼퇴근’을 엄명하는 CEO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월요일을 줄여 주기 위해 1년에 8회, 월요일로만 골라 전 직원 워크숍을 진행하며 아침마다 직원들의 식사를 챙기는 자상함도 지녔다. ‘돈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옷 자체가 좋아서 온 정성과 혼을 모두 패션사업에 쏟아 붓는 인물이다.

    「지프」에 이어 「홀하우스」, 여기에 올해 S/S시즌 「시에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에 대한 얘기다. 특히 「시에로」 론칭 이후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제이엔지에 몰려들어 그가 작정하고 노력해 온 행복한 회사 만들기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음을 피부로 느낀다.

    “올해로 회사 설립 6년 차에 접어든 제이엔지코리아의 성장 동력은 바로 ‘착한 옷’ ‘좋은 옷’에 답이 있습니다. ‘착한 옷’은 본질을 지키는 브랜드, 본질을 꿰뚫는 비즈니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김성민 사장에게 지속성장 가능 비결을 묻자 이런 답변이 들어왔다.

    ‘착한 옷’ = 바로 본질을 꿰뚫는 비즈니스

    “옷은 가장 원초적으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존재입니다. 살갗에 바로 와 닿는 제품이 옷이기 때문에 거짓과 위선보다는 진실과 진심이 담보돼야 해요. 그리고 패션은 소비자에게 즐거움,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다수 기업이 외형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워요”



    “숫자를 늘리기 위해 패션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을 놓쳐 자신의 색깔을 잃고 소비자가 떠나는 것입니다. 패션 전문기업의 기저가 흔들리는 것은, 과거 IMF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외형을 키우느라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패션사업에 대한 그의 경영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브랜드를 론칭할 때마다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지금 마켓에서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만 집중한다. 그가 수없이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 낸 비법이기도 하고, 지금의 프리미엄 캐주얼 「지프」와 캐릭터 캐주얼 「홀하우스」, 모던 컨템포러리 캐주얼 「시에로」가 탄생한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그의 브랜드 인큐베이팅 방식이다. 현재 전개하는 세 브랜드는 캐주얼웨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똑같은 기준선에서 선보인 브랜드가 아니다. 「지프」는 소득층에 맞게 세그멘테이션했고, 「홀하우스」는 연령대로 접근했으며, 「시에로」는 소비자의 트렌드 수용도를 기준으로 탄생했다. 보통 브랜드를 론칭할 때 에이지, 가격대, 테이스트로 구분 짓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김 사장은 “연령대, 소득 수준, 트렌드 수용도 등 우리가 소비자를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카테고리에 맞춰 브랜드의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 나갑니다. 론칭 브랜드마다 마켓에서 조기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의 소비 포인트를 정확하게 캐치한 덕분이죠. 크게는 캐주얼 조닝 안에 모두 포함되는 이 브랜드들은 캐주얼 속에서도 각자 새로운 장르를 하나씩 개척했어요”라고 말한다.

    3개 브랜드,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뛴다

    세 브랜드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보니 유통가에도 ‘1+1 입점’ 개념이 없다. 한 회사에서 전개하지만 각 조닝에서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로 인지한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브랜드를 단순히 에이지, 가격대로 구분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브랜드 간 시너지가 더 잘 일어나고 있다.

    브랜드 접근 방식뿐 아니라 좋은 상품을 잘 파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노세일 정책을 완벽하게 세우고 꾸준히 시스템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세 브랜드 모두 할인에 대한 부침이 없다. 김 사장은 “전 브랜드가 론칭 때부터 노세일 정책을 지켜오고 있어 오히려 경기를 덜 타는 편입니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에 대한 신뢰를 주었고, 소비자와 유통은 흔들리지 않는 정책을 인정해 주었죠”라고 말했다.

    최근 2~3년 동안 경기침체가 심해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던 리딩 브랜드들도 여러 형태로 세일의 벽을 낮췄지만, 이 회사는 철저히 정상 판매를 고수한다. 1년에 4차례인 백화점 정기세일은 물론이고 웬만한 수입 명품 브랜드도 1년에 2차례 참여하는 시즌오프 개념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판가율 99% 상회, 소비자 신뢰도 해마다 ↑

    이월재고는 몇몇 백화점에서 최소 매대로 한정 운영하고, 대부분 아울렛 유통 위주로 소진하면서 브랜드에 관한 소비자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둔다. 패션기업들이 이른바 돈 되는 아울렛 유통을 위해 이월재고 상품을 추가 생산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곳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일은 볼 수 없다.

    가격경쟁력 싸움에만 매몰돼 결국에는 콘셉트를 잃어버린 브랜드를 그동안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규모의 경제로 덮치는 글로벌 SPA 때문에 더 이상 탈출구가 될 수 없음을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JNG의 흔들림 없는 브랜딩 정책은 더욱 빛을 발한다.

    소비자의 니즈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발빠르게 제시해 현실감 있는 브랜드로 완성해 내는 그의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미술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손에 잡히는 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풍부한 감수성을 키웠죠. 대학 시절 다수의 미술대전에 나가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을 쌓으면서 남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했습니다.”

    똑같은 캐주얼 NO, 새로운 장르 만든다

    “첫 직장인 아모레퍼시픽 근무 당시 트렌드 관련 업무를 하면서 패션에 관한 재능을 발견했어요. 이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트렌드 수용 방법, 현실 적용 형태 등을 보고 배우는 과정을 거쳤죠. 특히 유학 시절 방송국에서 2년 가까이 일한 경험은 이후 광고비주얼 제작과 마케팅에 대한 의식을 변화시키고 노하우를 쌓게 해 줬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한 발 앞선 트렌드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었어요.”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끼’에 후천적 노력이 가해진 그의 준비된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조닝을 만들고 ‘착한 옷’과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세 브랜드의 디자인실이 있는 3층에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한다. 그의 든든한 오른팔 역할을 하는 나근영 이사 자리 앞에 있는 회의 테이블 한켠에 그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수시로 올라오는 컬러 소재 디자인을 즉각 컨펌한다. 남성복 「존화이트」는 그가 직접 작업지시서를 내릴 때도 있다. 패션업체 경영인들이 패션사업의 본질인 디자인 업무는 뒷전이고 대외활동이나 자금관리에 주력하는 모습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항상 사회적 이슈나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김 사장은 최근 보여 줄 것이 더 많아졌다고 진단한다. 스포츠 아웃도어와 SPA 등 메가 트렌드 쏠림 현상이 패션 마켓을 휩쓸고 간 뒤 이제는 ‘유니크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캐시카우 「지프」, 빈티지 캐주얼 대표주자로

    김 사장은 “1000억원대의 빅 브랜드로 성장한 「지프」는 현재의 성적을 잘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고무적인 부분은 매 시즌 주력 아이템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새로움도 제시하고 매출도 이끌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음 기대주는 「홀하우스」와 「시에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홀하우스」는 점효율이 높은 브랜드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작은 매장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브랜드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브랜드죠”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캐릭터 붐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번 시즌부터 디즈니 라인도 새롭게 선보이는 「홀하우스」는 소비자에게 행복한 브랜드로 통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등 이벤트 데이에 매출이 2배로 뛰는 점도 ‘즐거움’이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 올해 봄 시즌부터 캐릭터, 프린트, 네오프렌 소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상품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F/W시즌에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시에로」도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점에서 선방하며 조닝 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롯데백화점 경우 대부분 유니섹스 캐주얼 존에 자리해 가격 저항감이 있는 편. 반면에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이 회사가 의도한 대로 「클럽모나코」와 같은 여성 영캐주얼 조닝에 자리해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약방의 감초 「홀하우스」, 이슈 메이커 「시에로」

    김 사장은 “「시에로」는 조닝도, 시즌도, 성별도 없는 브랜드입니다. 5월에도 패딩 조끼가 팔리고 1월 초에도 여름 티셔츠를 팔았어요. 소비자가 브랜드에 접근하는 태도, 상품을 사는 포인트가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의미입니다”라며 브랜드의 기획 방향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대신 지금 마켓에서 원하는 상품을 즉시, 정확하게 제시해 줄 수 있는 스피드와 적중도를 갖춰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에로」는 상반기 21개점을 확보한 데 이어 브랜드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외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직 상품과 소비자에게만 집중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남성복 「존화이트」를 포함 4개 브랜드를 의미 있게 키워 온 김성민 사장. 늘 새롭고자 하면서도 현실감을 잃지 않는 시도. 이기는 게임보다는 지지 않는 게임을 위한 운영.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자세. 국내 패션 전문 경영인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그를 통해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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