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란ㅣ린컴퍼니 대표
    감사 타이틀 벗고 CEO로 복귀... 감도 · 볼륨 다 잡은 여성복 최고봉

    안성희 기자
    |
    14.06.09조회수 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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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말 CEO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4월 대표이사 직함을 다시 달았으니, 딱 10년 만이네요.” 문경란 린컴퍼니 사장은 그동안 계열사인 라인바이린의 CEO와 린컴퍼니 감사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다. 문우옥 전 린컴퍼니 사장이 전면에 나서서 이끌었기에 그는 상품기획 파트에 좀 더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린컴퍼니의 오너로서, 리더로서 좀 더 당당해지기로 했다.

    두려움은 없다. 이제 회사와 직원들, 그리고 고객들만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문우옥 전 대표와 사업 파트너로 10여년 이상 호흡을 맞춰 왔지만, 이제는 그녀 스스로 홀로 서기로 한 이상 이제부터 자신이 꿈꿔 왔던 회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1주일에 이틀씩 헬스 트레이닝을 하고 주말에는 뭉친 근육을 풀어 주는 마시지를 받는 등 건강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보다 젊고 활기차 보이는 데다 표정에도 훨씬 여유가 묻어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옷 만드는 사람이에요. CEO가 됐다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지시형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저부터 솔선수범하면 사장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해야지 하면서 따라오지 않을까요? 매출 얼마를 더 올리자는 목표보다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어요.”

    디자이너로 출발, 프로모션 거쳐 린컴퍼니 설립

    문경란 사장은 그야말로 ‘못 말리는 일벌레’다. 온화하고 수줍은 미소의 이면에는 강인하고 질긴 근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패션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한 것이다. 1977년 LG패션 여성복 디자이너로 입사해 현재까지 38년째 패션업에 몸담고 있고, 여전히 지칠 줄 모른다. “아직도 일할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라는 그는 두 아이를 낳고 한 달 정도 쉰 것이 일생에서 전부일 정도다.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LG패션과 서광을 거치며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8년 오미상사를 설립,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디자이너 2명을 데리고 시작한 사업은 여성복 완제품 프로모션이다.

    예복을 겨냥한 원피스, 재킷, 정장 등을 당시 LG패션과 코오롱패션 등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디자이너 시절 친하게 지내던 소재, 패턴, 생산업체 사장들이 도와줘 밑천 없이 시작한 회사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짱짱한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 사장의 야무진 기획력을 보고 아예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맡긴 곳도 있었다. 유통만 하지 않았을 뿐 브랜드 하나를 론칭해서 운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프로모션 업체 사장들이 자기 브랜드 론칭을 꿈꾸듯, 문 사장의 마음속에서도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회사 설립 10년 만에 2000억원대 규모로 성장

    그래서 오미상사 10년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1998년 린컴퍼니를 설립했다. 같은 해 페미닌한 캐릭터 여성복 「린」을 출범,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특유의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비비드한 컬러감,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 등이 주효해 「린」은 금세 여성 캐릭터군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지금도 린컴퍼니의 DNA는 「린」의 페미닌한 감성에서 비롯한다.

    이후 론칭한 4개 브랜드도 페미닌한 DNA로 압축된다. 이는 곧 린컴퍼니만의 명확한 색깔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기틀이 됐다. 결정적으로 이 회사가 2000억대로 성장한 비결은 지난 2002년 선보인 「린」의 세컨드 브랜드 「라인」과 2006년 출시한 「케네스레이디」의 성장 덕분이다. 「라인」과 「케네스레이디」는 지난해 각각 650억원과 600억원을 올려 지금도 절대적인 캐시카우다. 「라인」이 전성기를 누리던 2008~2010년에는 800억원을 돌파하면서 영 밸류 NO.1으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린컴퍼니가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매출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영 밸류 시장의 붐을 타고 고속 성장한 「라인」과 후속타인 「케네스레이디」까지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지금은 이를 넘어설 또 다른 무엇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08년 이후 정체된 매출, 상승세로 반전이 과제

    문 사장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라인」은 충분히 1000억대로 클 수 있는 브랜드인데 내부적으로 받쳐 주지 못했다고 본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 기획 프로세스를 가동하기로 했다. 사계절 상품 기획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올겨울과 내년 여름 상품이 함께 돌아가면서 회사는 비수기 생산으로 비용 절감을 이루고, 해외 진출 시 계절의 제약을 덜 받을 수 있으며,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사장은 디자이너 출신의 강점을 살려 기획 부문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전 브랜드 디자인실은 문 사장과 가깝게 배치해 수시로 점검하고 개선할 사항이 없는지 체크하면서 더욱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영업과 관리 파트는 최근 이낙주 전무와 이혁진 전무를 영입하면서 보완했다. 바바패션 출신의 이낙주 전무는 여성복 업계에서 영업통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이혁진 전무는 SK와 네파의 경영관리 부문을 담당한 베테랑이다.

    처음 회사를 연 당시 디자이너 출신의 여사장이 이끄는 작지만 감도 있는 기업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의 린컴퍼니는 영 밸류 마켓을 장악한 영업력과 소싱력으로 더 알아준다. 밸류 마켓의 성장 붐을 타고 급속도로 큰 회사인 만큼 앞으로도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낙주 전무 등 업계 베테랑 합류, 든든한 지원군

    “요즘 소비자들은 무척 똑똑하고 합리적이죠. 여기에 대응할 브랜드는 「라인」과 「케네스레이디」라고 생각해요. 젊은 여성들이 점점 트렌드를 빠르게 소비하고 또 다른 트렌드를 기다리는 형태로 변하고 있어요. 과거처럼 옷장에 모셔 놓는 옷보다는 당 시즌에 제대로 입고 나면 버려도 아깝지 않은 실용적이면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찾아요. 「린」은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담당하는 간판 브랜드로서 현 40개 매장만 유지할 거예요. 「라인」은 현재 100개점이 넘지만, 아직 기대치에 못 미쳐요. 150개, 200개까지 해도 될 것 같아요. 우리 회사의 강점이 스피디한 기획력과 소싱력이라고 본다면 「라인」 「케네스레이디」를 더욱 키워야 맞는 거죠.”

    더불어 이번 F/W시즌을 기점으로 지난해 커리어 밸류로 리포지셔닝한 「KL」의 볼륨화에 시동을 건다. 또 롯데 NPB 계약이 만료된 「르꼴레뜨」는 주요 백화점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올해 매출 목표 24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

    요즘 문 사장이 기분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든든한 지원군이 늘어난 점이다. 2년여 전부터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큰 딸이 영업MD로 근무 중이고 며느리 또한 패션정보실 팀장을 맡고 있다. 미국 파슨스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한 아들은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MD로 근무하다가 이달(6월)에 린컴퍼니 영업부로 들어온다.

    2세들도 속속, 밑바닥 실무 교육부터

    문 사장은 “피는 못 속이나 봐요. 제발 패션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두 녀석이 다 이쪽 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기왕 할 거면 밑바닥 실무부터 경험해 보라고 MD, 영업팀으로 보냈어요. 제가 직접 부딪치며 패션을 배운 것처럼 아이들도 그렇게 성장했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원래 60세까지 열심히 일하고 노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살고 싶었던 그는 75세까지로 일하는 기간을 연장했다. 이유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 놓아야 100년, 200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2세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에 앞서 건실한 기업이 돼야 한다고 결심했다.

    “글로벌 SPA,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사세가 확장될수록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이 위축되는 현실이에요. 이제 패션은 국경도 없고, 정보의 시차도 없죠. 오직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가격으로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가격 면의 차이가 줄어들고 디자인 카피도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죠. 품질의 균일화까지 간다면 앞으로 살아남을 방법은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페미닌한 DNA를 바탕으로 우리 5개 브랜드가 각각 다른 경쟁력을 갖추도록 방향을 세우고, 유통망을 풀어낼 겁니다. 또 궁극적으로 전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도록 추진할 것이니 지켜봐 주세요” 열의에 가득 찬 문 사장의 의욕적인 행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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