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40년 아웃도어 레전드... 2020년 4조 기업 만든다

    곽선미 기자
    |
    13.04.03조회수 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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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로 가는 복도에는 온통 깎아지른 듯한 히말라야 전경과 블랙야크들의 사진들이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40년을 지낸 이의 묵직함에 긴장감을 느끼며 집무실 문을 연다. 통통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는 귀여운 야크 인형이 눈앞에 등장해 긴장감이 확 풀린다. 책꽂이를 벗어나 바닥과 책상 위 등 손에 닿기 쉬운 곳에 편안하게 가득 쌓여 있는 책들…. 한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40여년을 보내온 살아 있는 아웃도어 레전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이색적인 모습이다.

    1973년 23세의 나이에 등산 시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옷과 장비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동진레저, 아웃도어 외길 40년의 첫걸음이었다. 어느 새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강태선 회장이 ‘2020년 해외에서 2조원, 국내에서 2조원으로 총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No. 1 브랜드로 등극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외형적인 비전과 함께 ‘40년을 이어온 등반, 100년을 함께할 동반’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과거 40년 동안 등반을 위한 도전을 해왔다면 이제 앞으로의 100년은 소비자와 함께, 소비자가 행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동반하겠다는 강 회장의 생각을 담은 말이다. 100년을 함께할 동반을 위해 올해 ‘소비자를 행복하게’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행하고’ ‘자연은 깨끗하게 지구는 아름답게, 환경을 보존’한다는 3대 과제를 실천한다.

    아웃도어 다음 마켓? 영역 없는 ‘활동복’ 온다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매출 2조원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강 회장은 “최근 몇 년간 40~50%씩 신장했다. 앞으로도 평균 30%는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해외시장도 올해부턴 문제없다. 중국에서만 올해로 14년째, 그동안 값비싼 수업료를 내며 중국시장에 대해 공부했다.

    지난해에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 올해부터는 연 100%씩 신장할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블랙야크는 1993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가 철수했다. 이후 1998년 다시 베이징에 1호점을 내며 재도전에 나섰다. 쉽지 않았다. 상품에 자신이 있었지만 남의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 ‘히말라야에서 온 아웃도어’ 이미지를 심는 것과 함께 만리장성 환경보호운동 등 중국 내에서의 문화활동도 꾸준히 진행했다.

    블랙야크는 거래처는 물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늘자 그 불똥이 블랙야크에 튄 적이 있다. 중국 거래처들은 블랙야크도 몰래 철수해 나가는 것 아니냐며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때 강 회장이 중국인들을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40년을 이어온 등반, 100년을 이어갈 동반’

    그는 당시에 “블랙야크는 중국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블랙야크는 1996년 강 회장이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해발 8201m 히말라야 초오유를 하산하던 길에 발견한 검은 야크를 보고 떠올린 이름이다. 초오유는 중국과 네팔 국경지역에 있다. 중국인들은 그 봉우리가 중국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들 입장에서 보면 블랙야크가 중국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중국 브랜드나 다름이 없는데 왜 한국으로 돌아가겠느냐”며 거래처에 반문해 위기를 모면하고 거래처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시장은 안정될수록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가기가 어렵다. 스포츠를 생각해보면 초반에 허점이 노출될 때 치고 들어가야 점수를 내기가 수월하다. 시간이 지나 전술이 안정화되면 틈새를 찾아 점수를 따기 어려워진다. 중국은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고, 지식수준이 상승하는 등 점점 현실화가 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시장을 빠르게 공략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아웃도어 붐이 인 지 약 6년째, 강 회장이 생각하는 아웃도어 그 다음 시장은 무엇일까. “‘아웃도어’는 단어일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캐주얼 브랜드를 가지고 ‘아웃도어’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라는 개념이 없다. ‘OUTDOOR’는 그저 집 밖에서의 활동을 위한 활동복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제 ‘아웃도어’라는 개념으로 시장을 한정지으면 안 된다.”



    10년간 中 연구, 올해부터 100% 신장 ‘자신 있어’

    아웃도어, 그 다음 시장은 굳이 말하자면 ‘활동복’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아웃도어, 스포츠, 캐주얼, 여성복 등으로 경계를 구분하지 않은 넓은 범위에서의 활동복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브랜드 싸움이다. 브랜드 밸류가 얼마나 강하고, 마케팅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성공의 포인트다.

    아웃도어 붐이라고 할 때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는 반면, 「데상트」처럼 스포츠로 치고 올라온 브랜드도 있다. 이제 영역을 나누고, 어떤 시장에 편승해야 성공할지 재보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이전에는 ‘캐주얼’, 이후엔 ‘아웃도어’라는 말로, 내용은 똑같은데 부르는 이름만 바꿔 신선함을 주고 있었을 뿐이라고 강 회장은 설명한다.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장삿속이다.

    철학과 혼을 바꾸는 것이 진짜다. 상품이 달라진다는 것은 철학과 혼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브랜드의 밸류를 높이면, ‘넥스트 마켓’ ‘히트 예상 아이템’ 같은 것은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듣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바로 ‘히말라얀 오리지널’. 현재 「블랙야크」의 슬로건이다. 한국의 소재와 한국적인 디자인에 히말라야의 색과 히말라얀의 문화를 접목해 「블랙야크」의 혼을 만드는 것, 그것을 담아내는 말이 바로 ‘히말라얀 오리지널’이다.

    韓 소재 • 디자인 + 히말라야 색 • 문화 = 블랙야크 ‘혼’

    강 회장은 “유럽시장에 나가면 그런 말을 많이 한다. ‘태그만 떼면 상품이 다 비슷비슷하다.’ 유럽인들이 「블랙야크」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다르기 때문이다. 철학과 혼이 상품에 담겨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제안해 주기 때문에 아시아 브랜드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시장에서 「블랙야크」의 상품을 원하는 것”이라며 「블랙야크」만의 디자인 철학과 브랜드 밸류에 대해 자신 있게 어필했다.

    지난 시간 발전해 온 「블랙야크」의 슬로건을 살펴보면 철학과 혼의 진화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가장 처음 내놨던 「블랙야크」의 슬로건은 바로 ‘사람이 산이다’다. 이 슬로건은 최근 동종업계 모 브랜드가 채용해 사용하기도 할 정도로 아웃도어계에 명언처럼 남은 말이다. 이후 ‘최고의 등반기술은 살아남는 것이다’ 등 「블랙야크」가 추구하는 상품방향과 이미지에 맞는 슬로건으로 그 철학을 대변해 보여주고 있다. 강 회장이 뼛속부터 진짜배기 산(山)사람이어서 내놓을 수 있었던 문구들이리라.

    토종 아웃도어 전문 기업으로 40년 외길을 걷는 동안 어려운 시기는 없었을까? 강 회장은 “매일!”이라고 단박에 대답한다. “자고 일어나면 어려웠다. 편한 날이 별로 없었다”며 “기업은 잘될 때가 가장 위기다. 잘 흘러가고 있을 때는 무엇이든 소홀해지기 쉽다. 저수지의 둑은 작은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문제가 있을 땐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성장 중에 무너지면 그 손실과 피해는 막을 수가 없다. 잘되고 있을 때는 그 다음 과정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챙기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잘될 때가 곧 위기, 위기를 기회로!

    블랙야크에 왔던 위기를 잘 넘겼던 경험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강 회장은 동진레저로 아웃도어 사업을 일궈가던 1970년대 말을 떠올렸다. “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산에만 가도 간첩’이라는 계엄 분위기에 등산업체 80%가 사업을 접었다. 90년대 초에는 산에서 취사와 야영이 금지됐고, 97년 외환위기 때도 등산 브랜드들이 많이 떠나갔다. 나는 ‘멍청’했던 덕분에 지금까지 한길만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블랙야크는 위기 때 오히려 더 성장했다. 1992년 산에서의 취사와 야영 금지 덕에 패션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후 곧바로 닥친 IMF 외환위기 때는 실직자뿐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가 함께 산을 찾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웃도어 브랜드가 패션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허용됐을 때도 캐주얼 브랜드들에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웃도어 착장을 선호하면서 매출이 두 배 뛰는 경험을 했다.” 강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전해 온 블랙야크의 일화들을 설명했다. 그는 “브랜드는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지금 잘된다고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기업 운영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다.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이 한 단계씩 계획한 일을 수행해 가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서 두 발짝, 세 발짝 뛰어가는 것이 위험하다. 당장 한두 번은 빨리 갈 수 있지만 곧 숨이 차고 넘어질 위험도 높다. 계단은 하나씩 올라가라고 있는 것.” 강 회장은 본인의 기업관을 설명했다.



    브랜드 ‘혼’ 이어가는 치밀한 경영 마인드 필수

    “대부분의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는 산을 타던 산악인들이 만들었다. 히말라야에 길이 없던 과거에는 날씨 때문에 ‘갈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이 종종 만나면서 같이 만들고 공유해 입었던 옷들이 발전해 지금의 유명 브랜드들이 된 경우다.

    그렇지만 아웃도어시장이 커지다보니 경영 마인드는 사라지고, 창업주의 혼이 없어지면서 시장바닥의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 살아남지 못한다. 혼을 살릴 수 있는 이의 손으로 이어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강 회장은 좋은 브랜드들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브랜드 운영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해 8700억원, 2015년 2조원 야심찬 목표

    “이런 의미에서 블랙야크는 글로벌 TOP 1이 아니라 NO.1을 노린다. 톱 1과 넘버 1은 의미가 다르다. 예를 들어 「자라」는 명품은 아니지만 매출로서는 전 세계 톱을 달리는 브랜드다. 그렇지만 NO.1 브랜드라고는 하지 않는다. 블랙야크가 추구하는 글로벌 NO.1은 외형도 올라가고 추구하는 밸류도 높으면서 혼도 유지하고 소비자들의 사랑도 받으면서 사회적인 가치를 실행해가는 복합적인 면을 말한다. 앞서 말한 ‘100년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담겨 있다.

    시장에 태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혼을 유지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강 회장의 바람이다. 블랙야크는 2020년 매출 4조원, 글로벌 NO.1 브랜드 달성 이전에 2015년까지 국내 1조400억원과 해외 6000억원을 포함한 매출 2조원을 먼저 달성하고 글로벌 톱 아웃도어 5위 브랜드가 될 계획이다. 올해 매출목표는 8700억원(국내 7650억, 해외 1050억원)이다. 현재 「블랙야크」와 「마모트」 2개 브랜드와 자회사 동진레저를 통해 「마운티아」 「카리모어」까지 틈새 없는 포트폴리오를 전개하고 있는 블랙야크는 지난해 6250억원을 찍었다.

    인터뷰 말미에 강 회장에게 물었다. ‘산이 도대체 왜, 어디가 좋은지.’ “산에 가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면 산이 좋아진다. 교회의 목사들이 하나님과 기도를 통해 대화하듯이, 스님들이 부처님과 마음으로 대화하듯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의문들과 고민거리들을 안고 산에 가면 산과 대화를 통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걸 하지 못하면 평생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이 산이다.” 강 회장만의 산에 대한 깊고 끈질긴 애정이 느껴진다.


    **패션비즈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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