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아비스타 사장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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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2.25조회수 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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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窓門
    아비스타(avista)란 회사명은 아시아(Asia)+Vista(영어 View의 스페인어)의
    합성어로 ‘아시아의 시각’ 혹은 ‘아시아의 문(Gate)’ ‘아시아의 窓門’이라는 의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기업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다.



    10년 전 그는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 찬 열정적인 경영인이었다. 뭐든지 할 수 있고 생각한 대로 이룰 수 있으며 남이 걸어가지않은 길을 가겠다고 했다. 「디젤」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든 이탈리아 렌조로소가 그의 롤모델이었다. 지금 그는 ‘패션’이라는 울퉁불퉁한 굴곡의 길을 걸어오며 단단하게 영근 모습이다.

    여전히 확신과 열정에 차 있지만 한결 성숙한 내면을 갖게 됐다. 세월이란 참 좋은 약이다. 한 사람의 경영인을 이렇게 멋있게 완성해 갈 수 있는 것은 성공 보다는 인내와 경험의 결과다. 2013년을 열며 우리는 기막힌 한 편의 드라마를 보았다. 암담했던 한국 패션 전문기업의 미래에 한 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아비스타와 중국 디샹그룹의 합작이 그것이다. 대기업의 시장지배, 글로벌 빅(Big)들의 끝없는 점유, 유통의 한계… 준비돼 있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의 파고는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평평해진 세계, 글로벌과 로컬의 경계선이 희미해진 이 시대, 해외에서는 K-POP과 함께 ‘싸이’가 히트를 치고있었지만 패션 전문기업들의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소비자들은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과연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던 한국 패션, 특히 전문기업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버리고 얻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김동근 아비스타 사장이 택한 길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지분을 중국 디샹그룹으로 넘김으로써 디샹그룹 계열 위해방직과의 M&A 작업이 완료됐다. 아비스타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 480만주를 위해방직이 132억원에 사들여 디샹그룹은 지분 36.9%를 가진 아비스타의 1대 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24.4%의 지분으로 2대 주주로 변경됐다.

    아비스타와 디샹그룹의 M&A는 한국 상장사를 중국 기업이 인수, 서로 윈윈하는 우호적 크로스보더 M&A(국가 간 M&A)의 첫 사례로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협상 2개월 만에 거래가 완료됐고 실사도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속도감과 결단은 놀라울 정도. 김 대표와 디샹그룹 오너는 4번의 만남 끝에 계약을 결정했다. 그러나 합작으로 달라진 것은 단 한가지. 김 사장 그 자신이 설립자이자 오너에서 CEO로 역할을 변경한 것 뿐이다.

    “내가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대주주이고 경영권에는 아무 변동이 없다. 중국 비즈니스는 디샹이 리드하고 우리는 그에 맞춰가면 된다. 여기(한국)는 체력을 든든히 해서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다방면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준비할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팔아넘긴 것이 아니다. 중국이 더 크기 때문에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지 주식 의미보다는 함께 오래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중국의 자본+한국의 시스템으로 차이나 시장을
    하지만 주변 패션 기업들은 대부분 이 현상을 ‘끝’으로 해석한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온 M&A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먹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말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이 모델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그는 오히려 담담하다.

    “우리 계약서에는 기한이 없다. 하지만 일이 잘 안되면 헤어지자 할 것이고 잘 되면 3년 보장이라 돼있어도 30년 하자고 할 것이다.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지 영원한 것은 없다고 본다. 풀어야할 과제들이고 역할과 성과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디샹그룹이 원하는 것이, 아비스타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자신의 자금을 합쳐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내자는 것. 즉 롱텀 비즈니스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아비스타의 시스템을 학습하겠다는 의도다. 때문에 한국에서 아비스타는 계속적인 브랜드 빌드를 해주는 R&D센터로서의 역할과 함께 더더욱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내수시장에서 위치도 더 올려야 한다.

    디샹그룹은 93년 설립, 생산, 가공, 해외 브랜드 제조로 출발 급성장한 회사다. 연 매출 65억위안(1조1000억원), 40여 관계사와 1만2000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 패션전문 수출 기업 중 하나다. 중국 내 금융기관이 평가한 신용등급이 AAA로 우수한 재무구조의 안정적 기업이며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브랜드 전략을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디샹은 연매출 1조1000억•신용등급 우수기업
    이 두 기업 간의 시너지는 명확하다. 탄탄한 디샹의 제조파워와 자금력, 수출에서 얻은 네트워크에 아비스타의 디자인 파워, 그간 쌓아온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의 경험이 합쳐졌을 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기업의 탄생은 현실적 비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위기와 회사의 위기가 합작을 이끌었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하는 게 좋으리라는 판단이 이런 결정을 도출했다는 것. 그는 “디샹그룹의 주리화 회장은 중국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통도 크고 생각도 좋고 비전도 매우 크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1등을 하면 그것이 곧 세계 1등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땅덩이가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축복인 듯하다. 이런 파트너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다.”라며 신뢰를 표한다. 디샹은 빠르고 변화 적응력이 큰 한국 기업을 찾고 있었고 특히 한중시장에서 동시 퍼포먼스가 가능한 기업, 이미 중국 내에서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을 원했다고 한다. 또한 재무와 전산 등 전체적인 기업의 내부 체계가 우수한 곳을 찾던 중 인연이 닿았던 것.

    과연 김 사장은 이런 그림을 언제부터 그렸던 것일까. 그의 답은 의외다. “우리는 항상 계획하고 하는 것이 없다. 회사도 계획 없이 만들었다(웃음). 다만 늘 글로벌을 꿈꾸다보니 돈이 부족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자본 확충에 대한 계획만 있었을 뿐(투자유치라는 형태로)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막연하게 이러다가 회사가 중국에 넘어가는 판이 올 수도 있겠다, 이런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럽 미국 진출•「에린브리니에」 실패 ‘약’됐다
    역시 ‘실패’라는 ‘약’ 때문이다. 사실 아비스타는 독특한 DNA를 갖고있다. 설립 초기부터 유럽 진출, 트레이드 쇼 참여, 미국 진출, 특히 뉴욕 중심가에 오픈했던 「에린브리니에」의 플래그십.. 그동안 아비스타가 했던 수많은 시도를 보면 남이 가지않은 길을 가는 회사임이 확실하다. 반면 성공과 실패의 명암은 명확하다. 초기에 스폿라이트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중간에 존재감이 없어진 시기도 꽤 길었다. 힘들었을 그 시기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 완전히 실패하고, 「에린브리니에」를 실패하고 유럽은 우리 회사의 내부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음으로 인해 기회를 놓친 것이 많았다. 이렇게 전력을 분산하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실력을 갖추기 전에 의욕을 앞세웠던 것은 무모함이었다. 약간의 후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두가지 성공적인 것이 나왔으니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 “초반에 두개의 브랜드가 연달아 성공한 것이 독이 됐고 쉽게 생각하게 됐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은 설립 때부터 있었지만 중국 시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지 몰랐다. 이후 체력 보강과 중국 시장 진출,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다 보니 힘들었다. 결국 최적의 선택을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한 셈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배운게 많다고 했다. “일례로 중국에서 파는 것은 액세서리(완사입)를 제외하고 우븐류는 100% 현지 생산 체제다. 통관이 어렵다보니 현지생산 체제를 잘 갖추게 됐고 이후 배수가 좋아지고 퀄리티 올라가고 리오더 빨라지고 무역기능도 좋아졌다.” 문제가 생기면 자극이 되고 뭔가 양질의 인자가 배양되더라는 것이다. 인생과 사업의 아이러니다.





    한국 아비스타는 중국시장의 소프트웨어 센터
    아비스타와 디샹은 단 두 달 만에 크로스보더라는 일을 성사시켰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놀라운 스피드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오너 대 오너가 만나 직접 부딪쳐 둘이 해결했다. 절차가 두 달이지 실제는 더 짧다. 결국 그것은 그런 니즈가 계속해서 형성돼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바로 그간의 축적된 에너지가 결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자본 확충과 중국 진출의 니즈, 중국은 한국 브랜드를 통한 내수 진출에 대해 서로 3~4년 이상 꾸준히 노력하다가 서로를 알아보게 된 거지 그것을 개별적 사건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2009년부터 실수다, 실패다, 위기다… 하면서 선택한 것이 중국 시장이다.” 이어 “그러면서 시야를 넓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구하고 내부적으로 얘기를 나눠온 모든 것들이 그날 그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통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서로 얼마나 진심으로 얘기하고 만나느냐에 따라 통하고 공감한다. 횟수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연과학적으로 모든 에너지는 쌓여야 공명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1조원, 중국 패션 톱10 기업 청사진
    아비스타는 중국 법인 아크렉스차이나를 통해 「BNX」로 지난해 65개점에서 300억원을 달성했다.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철수하거나 지지부진하고 있는 적잖은 선발 기업들에 비해 아비스타의 성과는 짧은 기간 꽤 컸다. “디샹은 한국 기업이 혼자 와서 매장을 수십개씩 내고 이익을 내고 있으니 우리와 함께 한다면 열배는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들은 돈은 자신이 내지만 실력은 아비스타가 훨씬 우수하니 이를 배워서 우리화하겠다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가 하고자하는 중국 사업은 어떤 모양일까. “중국이라는 시장은 이미 많이 검증됐고 선발대 중에는 이랜드 같이 우수한 모델도 있다. 하지만 이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폭발력 있게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모델들은 브랜드의 글로벌 보다는 현지화에 성공한 로컬라이즈, 혹은 회사가 글로벌화된 것이였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브랜드에 눈떴고 한국과 중국은 이제 하나의 시장이나 다름없다.”

    이제 이 두 기업은 중국시장에서 ‘2020년 1조원, 중국에서 톱10 패션기업’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나가 있는 「BNX」는 백화점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이어 올해 「카이아크만」을 내보낸다. 디샹은 중국 전역에 5000개 이상의 유통망을 운영한 노하우를 보유한 판매조직을 갖고 있어 단기간 내에 다수의 중국 전국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도 갖고 있다.


    “겸손과 의지 확신으로 다음 라운드 넘어갈 것”
    때문에 아비스타의 「BNX」 「탱커스」 「카이아크만」 등은 빠른 속도로 중국 내 유통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는 「BNX키즈(가칭)」와 「B by BNX(가칭)」를 런칭한다. 유럽에 진출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 향후 중국시장에서 성장할 편집숍 비즈니스도 진행하고 라이선스 브랜드도 찾을 계획이다.

    그는 요즘 얼굴이 편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마음 속에 앞으로 벌어질 운 나쁜 시나리오도 혹시 있지 않을까. 그는 잘라 말했다. “벌어지지 않은 일을 걱정하면 그 일은 벌어진다. 왜일까? 그 걱정에 에너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잘할 생각을 하면 되지 왜 잘 안 될 생각을 먼저 하나? 시험 못 볼까봐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잘될 것이라 보고 잘 되도록 열심히 치열하게 갈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깊은 내공에 겸손함으로 다져진 그가 옛날 자신감 넘치는 모습보다 훨씬 더 멋있어 보였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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