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가 귀한 시대, 아울렛 유통은 이제 끝나간다? 홍성열 마리오 회장은 말한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국내 아울렛 업태의 교과서, 마리오아울렛의 3번째 모험이 시작된다. 내년 9월 오픈을 목표로 지난달 마리오 3관의 신축공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현재 마리오 1관 앞 주차장 부지 증축을 위한 건축인허가 과정을 마치고 계획대로 완공되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심형 아울렛 타운이 조성된다.

지하 4층에서 지상 13층 규모로 들어설 마리오 3관의 연면적은 5만9908m²(약 1만8000평), 여기에 기존 1관과 2관의 면적을 합하면 13만2000m²(약 4만평)의 규모로 선보이게 된다. 향후 주변 보유 토지까지 개발이 완료되면 총 18만8400m²(약 5만7000평)라는 초대형 아울렛 타운으로 방점을 찍는다. 이는 최근 연면적 6만9518m²(약 2만1029평)로 들어선 신세계첼시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과 비교할 때 2.7배 큰 규모다.

이 패션 아울렛 타운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앞으로 도심 속에 이 정도 규모의 유통단지가 나오기 힘들다는 사실과 자신은 유통회사 경영인이 아닌 패션기업인이라고 강조(!)하는 홍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이다. 교외형 아울렛보다는 도심형 아울렛이 더욱 파괴력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간단히 입증된다. 가령 5만명의 고객이 교외형 아울렛을 방문한다면 차 한 대에 3~4명이 타고 온다고 하더라도 1만5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시설이 필요하다. 반면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이 발전한 도심 한가운데의 아울렛은 편의성이나 접근성 면에서 결정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

내년 9월 연면적 6만㎡ 규모 3관 완공

마리오의 기업연혁을 간단히 살펴보자. 니트 브랜드로 시작→구로공단 일대(현 가산디지털단지) 개척→국내 아울렛 업태의 스탠더드 제시→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하는 아울렛으로 발전까지, 겉으로 드러난 마리오라는 기업의 족적을 살펴볼 때 홍회장은 패션사업으로 시작해 유통사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성공적인 유통기업 경영인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마리오아울렛은 일반적인 재고소진 유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패션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이자, 아울렛 업태는 누구나 쉽게 패션을 접할 수 있는 환경적인 측면일 뿐’이라는 심플한 정의를 내린다. “만일 유통업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승부욕을 불태웠다면 2호점, 3호점이 아니라 지금쯤 10호점 이상 냈을 것이다. 가산동 상권의 개발자라는 의견도 부담스럽다. 패션을 하는 사람치고 혼을 담아 만든 자신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마리오에 경영제휴나 M&A를 의뢰해 오는 유통기업은 매년 3~4곳 이상 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귀를 막았다. 이 중에는 현재 메이저 유통사로 인수된 백화점이나 건물도 존재한다. 이는 그가 유통기업인으로 남기보다는 패션 경영인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를 설명한다.

1+2+3관=13만2000㎡로 국내 최대

이 말은 그가 일궈놓은 마리오아울렛이라는 점포는 기업 시각에서 이익을 최우선시한다기보다 더욱 큰 폭의 시각으로 패션마켓 안에서 대다수의 중소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자그마한 울타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미로까지 들린다. 올해로 개점 10주년을 맞은 이 점포는 실제로 지난 10년간 입점 수수료의 인상폭이 극히 미미했다.
연간 2000억원의 외형을 기록하는 유통점포에서 10년 동안 수수료 변동이 없었다는 것은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아주 기본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빅3를 비롯한 메이저 백화점의 수수료가 5~8%포인트 상승했음(심지어 대형마트까지)을 떠올리면 마리오아울렛의 행보는 공익을 위한 헌신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다른 유통처럼 수수료를 올리지 않아도 마리오라는 기업이 건재하도록 도와준 것은 대부분의 중소패션기업이라는 생각도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확실하고 안락한 패션마켓의 울타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것이 홍회장의 주변에 적군보다 우군(友軍)이 더 많은 이유이자, 이번 아울렛 타운 건설을 두고 많은 격려와 응원을 듣는 까닭이다.

이번 마리오 타운 조성을 두고 기대가 있는 반면 우려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기업이 아울렛 업태까지 진출한 지금 시점에 앞으로 아울렛 유통업태 자체에 대한 회의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마리오아울렛의 이름 앞에 ‘지역 최대’라는 닉네임이 붙는다면 대기업 유통사의 ‘운영의 묘(?)’라는 명목 아래 집중 견제를 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01년 마리오 1관을 오픈하면서 겪었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가산단지를 패션거리로 만든 일등공신

지난 1980년 마리오상사를 설립한 이래 1985년 「까르트니트」라는 니트 전용 브랜드를 런칭하고 여성복에 뛰어든 지 15년 만에 홍회장은 자신과 기업의 운명을 뒤바꿀 변곡점을 맞이한다. 지금의 마리오 1관 건물의 매입이 그것이다. 효성물산의 창고 건물이었던 마리오 1관은 당시 8년간 해당사에서 매각을 추진했으나 팔리지 않았던 인기 없는 매물이었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그때에는 수많은 제조업체의 붕괴로 지역경제가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됐고 남아 있던 공장도 대부분 이전했던 시기다. 지금의 분석 관점에서 바라볼 때 도저히 패션상권으로 보기 힘든 상태에 있던 당시의 금천구 상황이었다. 당연히 홍회장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말렸다. 왜 굳이 어렵고 확률이 낮은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홍회장이 이 건물을 매입해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것은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패션기업에서 피땀 흘려 만든 패션상품을 그냥 버리지 않게끔 고객과 만나게 해주고 싶다. 어떻게든.’

10년간 수수료 동결, 패션기업 울타리를

결국 고집스러운 그의 선택으로 대지면적 8925m²(약 2700평)에 연면적 1만8181m²(약 5500평) 규모로 마리오아울렛이 개관됐다. 이는 홍회장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으나 당시로선 구로공단 일대에서 가장 컸던 건물로 기억된다. 지금과는 달리 재고물량이 넘쳐났던 때라 아울렛 유통으로의 계획적인 소진은 대부분의 패션기업이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때맞춰 정부에서도 이 지역을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변경했고 마리오아울렛이 속한 제2공단은 산자부(현 지식경제부)와 서울시의 지원 속에 패션 디자인산업단지로 지정됐다.

홍회장의 의지에 발맞춰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마리오아울렛은 승승장구했다. 이후 인근에 W몰과 패션아일랜드 구로점 오픈, 가산동 로데오 거리가 형성되면서 상권의 전체적인 부흥을 가져왔다.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가산동이 전국에서도 A급 상권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분명 마리오아울렛의 성공이 존재한다. 홍회장은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용장(勇將)이나 지장(智將)보다는 복장(福將)에 가깝다고 말하곤 한다.

현재 추진하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도심형 아울렛을 예측하자면 10년 전의 상황을 재현하기를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이 발전된 이 일대에서 다시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는 상식을 가뿐히 뛰어넘는 자본 투입이나 패션계를 뒤집을 만한 콘텐츠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사업에 대한 홍회장의 의지는 전에 없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산집법’ 해결 후 10년 만에 숙원사업을~

사실 그는 지난 3~4년간 심적으로 상당히 지쳐 있었다. 바로 지난 몇 년간 이 일대의 상권발전을 가로막았던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일명 산집법)’ 때문이었다. 이는 공단의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제조업 보호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패션기업은 공장면적의 20% 한도 내에서 할인매장을 만들어야 하며 타 회사 제품은 팔 수 없고 자사 상품만을 판매해야만 한다. 그러나 마리오아울렛을 비롯한 이 일대 대부분의 쇼핑몰은 자사 제품만이 아니라 타 회사 브랜드도 취급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위법이 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마리오아울렛과 이 지역의 대다수 쇼핑몰로서는 지금까지 합법이었던 것이 시행령이 바뀌면서 법에 저촉되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었다. 홍회장을 비롯한 금천구청, 전문 쇼핑몰 관계자, 할인매장 협의회로서는 실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산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공단을 해제할 경우 서울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고 맞섰으며 양측 간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일합섬, 동국무역, 갑을방직 등 이곳에 있던 패션기업들이 재고할인매장을 열면서 패션거리가 형성됐으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반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던 것을 재건한 이들로서는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회장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심지어 제3국으로의 이민까지도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렵게 일궈놓은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상실감과 허탈감 때문이었다. 그가 잃어버렸던 사업의지를 되찾은 것은 지난해 6월 산집법이 개정된 이후였다. 그동안 홍회장과 이 일대의 관계자가 뭉쳐 100만인 서명운동을 포함한 투쟁의 결과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이와 동시에 이번 마리오 3관의 오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유통인보다는 패션경영인에 무게비중

애당초 이 마리오 3관은 1관 오픈 직후인 2002년에 매입한 부지다. 지난 2004년 오픈한 2관 부지는 3관 부지보다 늦게 매입한 땅이다. 이번 아울렛 타운 조성은 산집법 등 여러 가지 곡절을 겪은 끝에 10년 만에 실현되는 사업이다. 그만큼 홍회장에게 중요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현재 콘텐츠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마리오아울렛에 맞게 구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정도 규모라면 업태 전환을 통해 요즘 대세인 쇼핑센터로 탈바꿈할 수도 있고 만일 그렇게 한다면 콘텐츠 걱정을 덜게 되고 지금보다 점포의 그레이드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리오=아울렛’이라는 등식은 고객과 패션기업 간의 약속이므로 바꿀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항상 마리오의 ‘스피릿’이라고 강조하는 「까르트니트」도 최소한의 매장만 남겨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전과는 다르게 전폭적인 투자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마리오아울렛으로 큰 부를 얻게 됐지만 자신은 결국 패션인이라는 소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패션을 시작하고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고객이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을 때라고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성공도 이뤘고 공로도 인정받았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 금천구 상공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걸어온 길을 만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종의 명예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명예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