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순 l 신성통상 회장
8개 브랜드 통합 소싱 ... 패션•섬유 1조3천억 도전!

안성희 기자 (song@fashionbiz.co.kr)|14.02.05 ∙ 조회수 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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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순 l 신성통상 회장<br>8개 브랜드 통합 소싱 ... 패션•섬유 1조3천억 도전! 3-Image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탑텐」 매장 4층 ‘카페텐’에서 만난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네이비 블레이저와 그레이 팬츠, 레드 타이, 그리고 컬러 양말까지 패션 기업 오너다운 옷차림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패셔너블해지는 염 회장은 최근 2년간 패션에 재미를 붙였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카페텐’은 염 회장이 직원들이나 지인들과 저녁에 가볍게 한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다.

신사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해가 지고 나면 더 근사해진다. 염 회장은 이곳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시장조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지난 2년간 그는 40년 섬유 패션 인생 중 가장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았다.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에 맞서 「탑텐」을 런칭,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현재 중대형 점포를 65개나 확보했다.

뭐 하나 하더라도 배포가 큰 염 회장은 초반에 기선 제압용으로 서울 명동 가로수길 강남역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등 주요 핵심 상권을 재빨리 꿰찼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라며 “해놓고 보니 좀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젊은 직원들이 열심히 해줘서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올해는 무조건 ‘내실 강화’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에 포커싱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한다.

시스템과 기반부터 잡아라, 확장보다 ‘내실’ 우선

염 회장이 SPA 사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고 풀어낼 전문가가 패션 업계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패션 사업은 백화점과 소규모 가두점 중심으로 전개해 왔던 만큼 대형 SPA 비즈니스에 일가견을 가진 인물이 거의 전무하다. 모방을 하고 싶어도 대상이 없으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가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2011년 6월 「탑텐」 1호점인 대학로점 런칭 때부터 지금까지 부대끼면서 터득하고, 저질러 놓고 수습해 나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온몸으로 부딪치다 보니 빨리 감을 잡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부족한 게 무엇인지 캐치했기 때문에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펴기로 했다. 「탑텐」이 런칭 초반 10개 아이템에서 톱이 되겠다고 했던 것처럼 기본에 충실한, 그러면서 신성통상의 강점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SPA와 견줬을 때 종합 점수는 당연히 뒤처지지만, 부분별로 「탑텐」이 더 잘하는 게 있다. 여기에 총력을 기울여 틈새를 공략해 들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수립했다.

그러나 「탑텐」 하나로 수십조원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들과 맞대응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신성통상과 계열사인 에이션패션까지 전 브랜드가 힘을 모은다면 해 볼만한 게임이다. 「탑텐」 「지오지아」 「앤드지」 「올젠」 「유니온베이」 「폴햄」 「엠폴햄」 「팀스폴햄」 등 8개 브랜드가 확보한 전국 1100개 매장이 동시에 파워풀하게 베이직 아이템을 뿜어내면 영향력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염 회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5가지 메인 아이템(그래픽 티셔츠, 면팬츠, 셔츠, 온에어(발열내의), 다운)의 물량을 최소 100만장 이상씩 제대로 질렀다.

“ ‘1:1로 붙으면 이기지 못한다’ ‘8개 브랜드가 구석구석 빼먹어라’ ‘8개 브랜드가 벌 떼같이 달려들어라’…. 사업부장들에게 이렇게 주문하고 아이템별로 대규모 물량을 쳐냈어요. 그래픽 티셔츠, 컬러 양말, 셔츠, 면바지 등 우리가 잘하는 아이템만 쏙쏙 뽑아 로프라이스로 제공하니 소비자들이 아주 좋아해요. 당연히 매출은 일취월장했죠.”

글로벌 SPA와 1:1 역부족, 그러나 8개가 뭉치면?

지난해 신성통상은 계열사 에이션패션까지 포함해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대다수의 패션 기업들이 불경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해 힘겨워했던 반면 이 회사는 퀄리티 대비 품질로 인정받으며 상승 무드를 탔다. 올해는 7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그중 「탑텐」과 「지오지아」가 각각 1500억원이다. 이 정도 규모면 로컬 물량만으로도 구매 파워가 생긴다.

“글로벌 SPA보다 원부자재를 비싸게 구매하면 붙어 보기도 전에 지는 거예요”라고 전하는 염 회장은 “통합 구매, 통합 소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대한민국에서 통합 소싱을 저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거기에다 최고의 생산 시설을 아이템별로 갖추고 있고 임금이 가장 싼 미얀마에서 만드니 갈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날 겁니다. 국내에서 저희를 따라올 만한 데가 없다고 자신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글로벌 패션 기업들에 비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달려야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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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대비 생산 캐파 확대, 미얀마 공장 추가

현재 신성통상은 미얀마에 4개 생산 공장이 있다. 1공장은 아우터와 다운점퍼(라인 16개, 근로자 2100명), 2공장은 팬츠(라인 8개, 근로자 900명), 3공장은 셔츠(라인 12개, 근로자 1300명), 4공장은 니트(라인 47개, 근로자 1500명)다.

올해는 미얀마에 2개의 생산 기지를 추가로 건립하고, 내년에는 슈트 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현재 슈트는 벤더를 통해 중국과 베트남에서 만든다. 궁극적으로 아이템별 전문화된 생산 라인을 구축해 현재 1만2000명의 생산 인력을 4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야심찬 플랜의 목적은 중국시장 진출까지 내다보고 생산 캐파를 늘리는 것이다. 염 회장은 결코 중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대로 브랜드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중국에서도 답이 없다”고 강조한다. 중국 현지 소비자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지사를 설립하고 우선 「지오지아」를 통해 마켓 테스트를 진행하는 정도다. 「탑텐」 「올젠」 등도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으로 타이밍을 보고 있다.

아이템별 전문 생산 라인 강점, 4만명까지 확대

염 회장은 서강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가나안상사를 설립, 가방 수출부터 시작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이스트팩」 등 빅 스포츠 브랜드의 벤더로서 사업 규모를 키워 가던 중 IMF 외환위기 때 벌어들인 환차익을 토대로 지난 2002년 법정관리 중인 신성통상과 계열사인 하이파이브를 인수했다. 자연스럽게 니트 의류 수출과 내수 패션까지 사세를 확장했으며 수십 개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포기하는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연매출 1조원의 벽을 넘어섰다.

그는 신성통상 인수 10년 만에 SPA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의 위치에 와 있다. 내수 6000억원에 수출까지 더하면 1조3000억원 정도의 중견기업 회장이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연매출 10조씩 매출을 올리는 IT업계에서 봤을 때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염 회장은 “언제까지 매출 얼마를 하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비전도 없어요. 다만 내 땅을 내 브랜드로 지키고 싶어요”라면서 국내 패션 시장이 해외 브랜드에 완전히 점령당하고 있는 현실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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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제 갈 길을 가는 것뿐입니다. 산업화가 될수록 큰 곳이 더 커지게 돼 있어요. 자본력의 싸움이 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중소기업은 점점 어려워지겠죠. 과거에 성공했던 브랜딩 전략이 단언컨대 지금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우리는 소싱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과거 성공 전략 잊어라, 현실 직시한 경쟁력 키워

신성통상이 가격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염 회장은 우리끼리 가격을 유지한다고 해도 글로벌 SPA 등이 이미 가격을 치고 들어왔고 스마트해진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경쟁 대상을 크게 봐야 하고, 철저하게 비즈니스 시각에서 냉철하게 자기 브랜드를 평가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글로벌 브랜드 앞에 괜히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아웃도어 「노스페이스」는 부동의 1위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토종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가 판도를 뒤집더군요. 국내 소비자 니즈에 따른 아웃도어를 개발하면서 가능했다고 봐요. SPA든, 남성복이든, 캐주얼이든 토종 브랜드가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죠. 삼성의 ‘갤럭시폰’이 애플의 ‘아이폰’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고, 현대기아차가 세계적 명차들과 맞서잖아요. 패션 산업도 그렇게 만들어야죠. 좁은 내수 시장에서 아옹다옹 싸우지 말고 글로벌 경쟁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노력해야죠.”

염 회장은 긍정적인 마인드의 추진력 강한, 그릇이 큰 오너다. 수십 년간 수출과 내수를 병행하면서 로컬과 인터내셔널 마켓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봐왔다. 또 「아베크롬비앤피치」 「A.E.O.」 「갭」 「올드네이비」 등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타깃, 월마트 등 대형 체인스토어들의 최우수 벤더로서 활약하면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마켓을 보는 시각이 넓고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대비해 왔다. 「탑텐」을 런칭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영 일선에 나서기보다는 조력자 역할을 주로 했던 염 회장은 지난 2년간 직접 나서면서 다시 자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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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먹던 시대는 끝났다, 정정당당 글로벌 싸움

염 회장은 올해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내실을 기해 영업이익 12% 이상을 목표한다. “런칭 3년 후에 흑자 전환? 그런 비즈니스는 없어요. 그건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합리화하는 거죠”라며 “보통 잘나가는 브랜드는 12% 이상의 흑자를 냅니다. 영업이익이 최소 10% 이상 나와야 다음 시즌을 대비한 투자를 할 수 있어요. 「탑텐」도 올해 흑자로 전환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는 “거창한 사업 모델을 짜놓고 남들 앞에 과시하는 기업인보다는 옷 장사를 하고 있으니 “중산층에 싸고 좋은 옷을 공급해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기업인이고 싶다. 이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고용 창출과 업계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대외적으로 얼굴 비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염 회장은 “신성통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다 말씀드린 것 같아요. 미얀마 생산 소싱력을 발판 삼아 대규모 물량을 싸게 공급해 매출을 일으킬 겁니다”라며 “이제 내수 매출로만 1조원을 넘어 2조원을 달성할 때쯤이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 돼 있지 않겠어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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