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희 영화의상 디자이너

    s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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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2.27조회수 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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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MCA야구단, 혈의누, 형사에 이어 이 달 개봉하는 음란서생까지.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의상’이 스토리 이상으로 주목받은 영화라는 것. 역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 속 마이다스의 손, 그 주인공은 영화의상 디자이너 정경희씨다.

    지난 4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혈의누’로 의상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그녀는 이미 ‘YMCA야구단’을 통해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배우 김혜수가 입었던 의상들이 갖가지 화제를 낳으며 시선을 집중, 그 영화를 통해 ‘영화의상 디자이너 정경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 씨는 조선 말기를 철저히 고증하기 위해 3개월간 책, 문헌과 씨름했으며 야구단과 역사, 유행 등을 익혀나갔다. 이후 ‘상상’이 아닌 ‘실제’ 조선말기를 스크린에 담아내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며 영화의상 디자이너의 입지를 확대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학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하던 중 ‘붉은수수밭’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영화의상 디자이너로서 구체적인 꿈을 키워갔던 그녀는 섬유미술 전공 후 대학원에 진학, 무대의상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해 독일 유학길에 오르지만 생각과 달리 철저히 이론 중심으로 진행됐던 커리큘럼에 회의를 느껴 돌연 귀국, 실무에서 경험을 쌓고자 커스튬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된다.
    사회 초년병 당시 롯데월드 공채 의상 디자이너로 입사했으며 당시 각종 캐릭터 의상을 비롯해 고적대, 쇼단원 의상까지 총 1백 40여벌을 혼자 디자인해내기도 한, 현장에서 길러진 인물. 당시의 경험들은 어떠한 고된(?) 작업에도 힘을 낼 수 있는 기본 저력이 되어주기에 소중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커스텀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중에도 그녀는 꾸준히 영화계의 문을 두드렸으며 ‘협찬’을 당연시 여겼던 영화판에서 어렵게 기회를 잡은 것이 1996년 양윤호 감독의 작품 ‘유리’이다.

    시대극이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의상을 제작하게 됐던 이 영화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할 수 있었으며, 이어 2000년 배창호 감독의 ‘정’ 제작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에 빠져들게 됐다. ‘정’은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영화계 시스템을 제대로 알게됐으며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노력이 결실을 맺은 작품. 그녀는 이 작품을 위해 한복에 대한 모든 자료를 파고들었으며 친구 어머니의 유품인 한복까지 빌려다가 밤이 새도록 연구를 거듭했다. 그 때 쏟아냈던 열정과 노력을 생각하면 영화의 흥행을 떠나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자 마치 자식같이 소중한 존재라고 말한다.



    2002년 ‘YMCA야구단’이 영화계를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도 정경희 이름 석 자를 알리게된 의미있는 작품이라면 지난해 선보인 ‘혈의누’는 자신의 무게 비중을 대중적으로 확대해나간 작품. “이제 물을 만난 것 같아요. 그 동안 무엇이 나의 길일까 고민해왔었는데 최근 여러편의 영화를 경험하면서 영화에 대한 확신이 섰습니다.”



    이번 개봉작 ‘음란서생’을 통해 그녀는 또 한번 발전을 거듭했다. ‘혈의누’를 통해 시대의 철저한 고증과 내면을 담은 색감으로서 완벽한 프로페셔널로 인정받았으며 ‘형사를 통해서는 현대적 크리에이티브를 적절히 녹여냄으로써 예술적 감성 또한 풍부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을 얻었다. 세 번째 시대물인 ‘음란서생’으로 그녀는 영화계에서 믿고 작업할 수 있는 베테랑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유인 즉, 옷으로 연기를 한다 표현할 만큼 여유가 느껴지고 작품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영화계에서도 빛을 발한 것.

    “이제 현대물에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기성복 협찬과 제작 의상이 영화 속 작품으로 재탄생했을 때 어떠한 차이가 나타나는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에요. 더불어 SF와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도 좋습니다. 2006년은 ‘틀’을 깨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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