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비나제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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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7.15조회수 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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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셉 파리 란제리 콘테스트 1등, 트라이엄프 인스퍼레이션 어워드 프랑스 1등, 팝 가수 케이티 페리의 러브콜을 받은 디자이너. 란제리 종주국 프랑스에서 이뤄 낸 정지영 「비나제이(Vina J lingerie)」 디자이너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프랑스에서 패션 란제리로 신호탄을 터뜨린 정 디자이너는 다양한 타이틀을 거머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패션을 이끄는 나라로 인정받지만 란제리만큼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그녀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재미있고 새로운 것, 란제리도 패션 의류처럼 브랜딩하고 싶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컬렉션에 선보일 쇼피스(Show piece)와 커머셜한 의상을 선보이는 것처럼 란제리에도 ‘쇼적인’ 요소는 반드시 가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란제리 콘테스트 1위 휩쓸며 파리에서 주목

    에스모드파리에서 란제리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풍요로운 배움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2곳밖에 없는 란제리 전문 디자인과이자 샹탈토마스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란제리 디자이너가 거쳐간 학교에서 공부했다.




    “란제리 디자인도 패션 의류처럼 창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 ‘트라이엄프 어워드 프랑스’에서 1등을 한 뒤 이탈리아에서 전 세계 위너들이 다 함께 모여 패션쇼를 열었다. 말레이시아 일본에서 1등을 한 디자이너가 모두 한국 사람이었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어워드가 열리지 않았다.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한국이 아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콘테스트 이후 유명 패션 매거진에 연이어 게재된 그녀의 란제리를 보고 해외 셀러브리티의 연락이 쏟아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팝 가수 케이티 페리가 페이스북으로 그녀의 무대에 선보일 의상을 요청한 것. 공연 3일 전에 연락이 닿아 무대에 오르기 5시간 전까지 밤새워서 란제리 의상을 제작했다.


    팝가수 케이티 페리, 페이스북으로 러브콜

    “란제리로 얽힌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케이티 페리의 연락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비욘세의 무대 의상도 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었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고국에서 섹시 란제리로, 그리고 진짜 패션으로 승부하는 란제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와 그녀가 가장 먼저 시동을 건 작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이었다. 디자인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갓 태어난 신생 브랜드를 1인 기업으로 알리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 특히 란제리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곳에서 낯선 컬렉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천천히 다가갈 수 있는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선택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채널로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었다. 브랜드명 「비나제이」 역시 그녀의 페이스북을 구독하는 2000명, 5000명의 ‘페북친구’들의 의견 속에 탄생했다.


    SNS로 마케팅, 2000명이 구독하는 「비나제이」

    작년 10월 공식 런칭한 「비나제이」는 지금까지 두 번의 컬렉션을 열었다. 지난 5월 공개한 두 번째 컬렉션의 주제는 ‘로코코 나이트(Rococo Night)’는 로코코시대에서 영감을 받아 치마 장식으로 활용하던 파니에*를 메인 모티브로 한다. 첫 번째 컬렉션은 ‘페티시 베르사유’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베르사유 궁전의 기하학적인 요소를 란제리 스트랩 디자인으로 녹여냈다.

    2013 F/W 서울패션위크페어에 참가하며 공식적으로 국내 바이어에 브랜드를 알렸고 현재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있다. 정 디자이너는 “퀄리티와 감도는 정통 란제리로 승부하지만 홑겹브라 대신 패드를 넣는 등 한국 소비자를 위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또 브라 팬티뿐 아니라 웨이스트 코르셋, 가터벨트, 레이스 슬립 등 풍성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화려한 란제리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라인도 기획 중이다”고 말했다.

    불과 3~4년 전과 비교해 한국 여성들의 란제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 가장 반갑다는 정 디자이너.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고속페달을 밟은 「비나제이」가 개척할 새로운 패션 란제리가 한국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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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니에 (Panier) 18세기 로코코시대 여성미를 강조하고 스커트에 볼륨감을 주기 위한 지지대. 고래 뼈, 등나무 등으로 테를 만들어 허리에 끈을 묶어 여미는 방식으로 입는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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