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길
    G.I.L 옴므 실장

    bkp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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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9.21조회수 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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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가 할 일이 없을 때는 두가지 경우라고 얘기한다. 하나는 어떤 상품을 내놓아도 팔릴 때, 다른 하나는 어떤 상품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을 때. 요즘같이 ‘안된다, 안된다’하는 불경기는 당연히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어떻게 하면 상품이 팔릴까’라는 고민은 이제 매장 판매사원보다 디자이너에게 더욱 절실해졌다. 이같은 고민을 누구보다 먼저 심각하게 한 디자이너가 「G.I.L옴므」의 서은길 실장이다.

    국내 대표 패션기업 한섬(대표 정재봉)의 첫 번째 남자 디자이너로 기억되는 그는 이제 어엿한 메이저 디자이너로 떠올라 각광받는 인물이 됐다. 서울컬렉션 5회 연속 참가, FnC코오롱(대표 제환석)의 남성 어번캐주얼 「시리즈」 스페셜라인 디렉팅, 홈쇼핑 진출…. ‘서은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한지 4년도 채 안되는 시점이지만 제법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기지개를 켜는 단계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나타낸다.

    서실장에게 디자인은 상품 판매를 위한 한 가지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 하고 많은 표현 중에 ‘요소’라고 표현한 이유는 디자이너의 욕구 표현을 위해 디자인이 상품 본연의 가치를 가릴 정도로 비대해지거나 트렌드에 어긋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주고 판매될 수 있는 상품 디자인이 진정한 ‘작품’이라고 고집한다.




    이같은 디자인 철학이 그의 머릿속에 깊이 장착(?)된 때는 패션계에 갓 입문한 초년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20대 중반의 서실장은 당대 패션계를 주름잡던 한섬에서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꽃피우기로 마음먹는다. 지금이야 어느 브랜드에서나 남자 디자이너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남자 직업으로 디자이너는 어울리지 않던 시기다. 더구나 섬세함을 소중하게 생각한 한섬에서 남자 디자이너 채용이란 불문율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디자이너 대신 「마인」의 VMD로 당당하게 한섬에 입사, 아침마다 이 회사 정문을 통과하게 된다. 마네킹 코디에서 상품 폴딩,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전국 각지의 매장을 돌며 옷의 구성과 매장의 전체적 구도를 익혔다. 이로부터 1년 후 그는 회사로부터 감성적 잠재력을 인정받아 「시스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된다. 정식으로 디자이너가 된 뒤 전체를 생각한 그만의 디자인을 상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서실장은 “당시 한섬은 다른 브랜드와 조금 다른 기획시스템으로 움직였다. 니트면 니트, 재킷이면 재킷식으로 각 디자이너가 맡은 상품에 대해서는 박사가 되지만 아이템들을 모아 브랜딩하는 것은 항상 디렉터의 몫이었다. 디자인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는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에 비해 약했다. 이곳에서의 중요한 배움은 판매에 대한 것이다. 전국 매장을 돌며 상권에 맞는 상품과 베스트 혹은 워스트 아이템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라고 회상한다.



    그 후 젠더리스룩 「N」, 캐주얼 「스톰」, 여성복 「XIX」 등 복종과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을 경험한 그는 2005년 서울컬렉션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다. 톡톡 쏘는 컬러와 아이템으로 메이저 컬렉션 데뷔 무대를 가진 그는 이후 수트와 액세서리로 전체 룩과 디테일을 강조하며 자신의 이름 석자와 「G.I.L옴므」를 알려나갔다.

    이 기간에 브랜드의 작업지침과 시스템을 구축해 「G.I.L옴므」를 수면 위로 띄울 준비를 어느 정도 해놓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FnC코오롱의 남성 셀렉트숍 「시리즈」의 스페셜라인 참여와 함께 가방과 신발 중심의 잡화 브랜드 「리미티드G.I.L(Limited G.I.L)」을 GS홈쇼핑에서 전개하기 시작한 것. 앞으로 그는 「G.I.L옴므」의 영업망 확보와 볼륨화 작업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상품의 세일즈 포인트를 중시하는 서실장의 행보가 침체된 남성복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은길 G.I.L 옴므 실장 profile

    ·1993년 경희대 의상학과 졸업
    한섬 「마인」 VMD 입사
    ·1994년 일본 문화복장학원 패턴과정 이수
    한섬 「시스템」 디자인실 근무
    ·1996~97년 태승 「N」 「스톰」 디자인팀장
    ·1998년 데코 「XIX」 디자인팀장
    ·2006년 「G.I.L옴므」 런칭(서울 압구정 직영점 운영)
    ·2007년 FnC코오롱 「시리즈」 스페셜라인 참여
    GS홈쇼핑 「리미티드G.I.L」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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