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패션협회 회장

    son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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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8.09조회수 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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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많은 이들인 국내 패션계에 ‘인재가 없다, CEO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우리들 스스로 패션이라는 이 ‘판’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패션시장은 그 규모면에서 많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 업계에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의 회사가 과연 몇 개나 존재하고있을까? 패션 대기업이라 불릴만한 기업은 고작 서너 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로 본인이 제일모직 대표자리를 그만두고 갑작스런 퇴사를 했을때도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 외국의 경우 인재도 많지만 그 인재를 데려갈 규모있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굴지의 패션 대기업이 상호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기업간 경쟁이 인적 자원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패션 대기업이 없는 국내 환경에서는 아무리 실력있는 전문경영인이 있어도 그를 스카우트해갈만한 시장이 없다. 즉,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없다기보다 이를 수용할만한 시장이 취약한 것이다. 결국 인재들에게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만한 환경이 미비하므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런면에서 외국 패션 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쟁 우위의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을 때 단기적인 손실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발전 기회 제공의 의미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국내 패션기업들의 성장이 이뤄지지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만큼 70년대 섬유산업에서 시작된 국내 패션산업의 판이 크지를 못했다는 반증이다. 섬유산업이 어패럴로 전환되고 다시 그것이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으로 전환돼야할 시기에 패러다임시프트가 이뤄지지않았다는 얘기다.

    국내 패션업은 7, 80년대 섬유 산업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섬유산업은 1차적인 제조 중심의 하드웨어적 개념이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96년 유통 개방으로 인해 해외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2차 산업 단계인 고부가가치 패션 산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섬유 산업의 중심에 있던 크고 작은 기업들은 당시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섬유에서 줄줄이 손을 떼어버렸으며 당시 돈 된다는 부동산으로 자금들이 몰리는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 그 돈들은 섬유에서 패션으로 이어지는 과도기에 다시 투자되었어야만 했다. 그래야 우리 나라의 패션 산업이 부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외국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패션 기업들이 몇이나 되는지를 생각해 봤을 때 일단 양적, 질적인 면에서부터 국내 패션산업의 심각성과 열악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국내 패션계를 리드하는 리더들이 제대로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이 되는 법. 삼성의 경우 이병철 회장의 안목과 판단력이 삼성을 만들어냈다. 결국 그 키는 ‘사람양성’이다. 원맨플레이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일수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인재를 만드는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상반된 영역으로 오인하는 국민적 정서가 있으나 결국 중소기업이 자라나 대기업이 되는 것 아닌가! 국내 패션기업의 경우 잘 성장하다가 2000억 정도 규모에서 좌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것은 오너의 비전과 철학이 정립돼있지않기 때문이 아닐까? 오너는 10년후를 볼수있는 안목이 있어야한다. 오너는 직접 세계를 누비며 자기 회사의 장기 비전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종업원과 공유해야만 한다. 그래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지켜주는 일이 오너가 해야할 일인 것이다. 그래야 그 비전을 보고 인재들이 기업을 지키고 그래야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수 있다. 또한 사람을 키우고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의 오너들은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대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원대연 회장 profile

    1946년생
    1969년 2월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
    1987년 2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 경영자과정 수료
    1998년 2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 경영자과정 수료
    1973년 2월 삼성물산 입사 (봉제수출과)
    1999년 7월 제일모직 패션부분 사장
    2002년 4월 SADI학장
    2004년 2월 한국패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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