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 계명대학교 패션대학장

    dhl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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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4.12조회수 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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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비즈’가 ‘섬유저널’이라는 이름으로 패션계에 선보인 것은 1987년 4월이다. 우리나라 패션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로 진입하던 1980년대 중후반 당시 섬유저널은 패션산업의 방향설정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냈다. 그림과 사진위주의 ‘보는 월간지’에서 ‘읽어야 하는 패션 전문지’로 패션계 교과서 역할을 하는 업계 필독서로 등장한 것을 잊을 수가 없다.

    1989년부터 본인은 패션기업의 실무자들에게 패션 머천다이징 교육을 실시하면서 섬유저널의 판촉부장(?)이라고 자칭할 만큼 패션산업계의 모든 분들에게 다같이 읽자고 권유했었다. 심지어 패션전공 학생들이나 업계 분들을 위해 창간호부터 목차를 모아 제본해 나눠주면서 지침서로 추천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패션계의 화두와 고민거리, 패션계의 새로운 전략과 방향성, 따끈따끈한 화젯거리를 진솔하게 조명해온 패션비즈를 위해 그동안의 노고와 공로에 진심으로 치하를 보내면서 몇 가지 당부하고 싶다.



    첫째, 한동안은 너무 읽을거리에 충실하다 싶어 볼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읽을거리보다는 볼거리(광고)에 무게중심이 치우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물론 월간전문지로서 존재하기 위해 경영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할 수는 없겠지만 더이상 광고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 패션이라는 현상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판다’라는 개념의 차원을 넘어 문화와 가치라는 개념을 어떻게 상품화하여 패션 비즈니스로 승화시켜나갈 것 인지의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도 패션비즈가 담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역할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패션화 현상을 어떤 눈으로,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그런 패션비즈가 되기를 바란다.

    셋째, ‘섬유저널’이라는 제호에서 ‘패션비즈’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은 단순히 전문지의 이름만 바꿔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을 ‘섬유’라는 시각에서 ‘패션’이라는 시각으로 전환함으로써, 섬유산업이라는 업스트림 위주에서 패션산업이라는 다운 스트림으로 그 초점을 바꾼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패션비즈는 창간이후 17년동안 그 제호에 어울리도록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을 패션산업으로 고부가가치화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패션비즈니스로서 국제마켓을 리딩할 수 있는 방향제시의 역할을 담당했었다. 금후에도 단순히 월간 패션 전문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한국의 패션산업이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시장을 배경으로 형성되는 세계 3대 패션마켓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의 방향성 제시도 기대한다.

    한국 패션 비즈니스에 안주하는 ‘패션비즈’가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패션 비즈니스의 방향을 설정해 가는 새로운 ‘패션비즈’로 거듭 태어날 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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