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리얼리더스 대표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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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5.11조회수 6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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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캐주얼의 빈티지 열풍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 여름, 캐주얼 시장에 트래디셔널을 추구하는 ‘프레피룩’이 등장했다. 예사롭지 않은 컬러감과 영국의 국기를 모티브로 전면에 내세운 과감성 그리고 눈으로도 패션을 즐기게 하는 재기발랄한 디스플레이. 이 모든 것이 새롭게 리뉴얼한 「애스크」였으며 김성민 대표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

    「콕스」 런칭으로 감성캐주얼의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 김 대표는 지난해 봄 표류하고 있던 「애스크」를 책임지기 위해 리얼리더스의 전문경영인으로 전격 포지션을 바꿨다. 기획을 책임지는 디렉터에서 경영을 하는 전문 CEO로의 전환에 반신반의하는 패션인들이 많았지만, 김 대표는 한 시즌만에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감각과 비즈니스가 결합된 패션 비즈니스의 롤 모델(Role Model)을 리뉴얼된「애스크」의 성공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 대표의 전작은 「쿨독」과 「야」에 이어 「레노마스포츠」 「폴윌러」 「AM하우스」 「콕스」 등. 「콕스」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애스크」는 재런칭 두 시즌째인 이번 S/S시즌부터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봄 상품이 투입된 올 1월부터 매출이 불붙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동면상태에 빠져있는 패션경기와 무관하게 이 브랜드는 올해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하는 태동을 시작했다. 이 신화의 중심에 선 인물이 김성민 대표다. 남보다 늦게 패션의 길로 들어선 그의 패션 인생은 갈림길과 고뇌의 연속이었다. 그만의 끈기와 열정이 「애스크」의 성공과 리얼리더스의 ‘대표’라는 명함을 동시에 거머쥐도록 한 것이다.

    김 대표는 ‘자아(ego)’가 강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자존심은 ‘자기 색깔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김 대표는“29세부터 시작한 패션의 길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뒤늦게 택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꿈꿔온 패션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밑바닥부터 차근히 밟아온 끈기와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오늘의 저를 있게 만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동양미술을 전공하고 헤어 & 메이크업을 배웠으며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서 독학으로 언어를 공부하고 타고난 언변과 감각으로 마랑고니 단기코스를 놀라운 성적으로 졸업한 김 대표.

    어쩌면 ‘흠’이 될 수 있는데도 ‘흔치않은’경험을 쌓은 것은 패션이 모든 것에 연결성을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미술분야도 헤어와 메이크업 분야도 패션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그때 경험한 다른 분야에서의 직장생활이 감각 우선인 패션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좋은 약’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패션인 1위로 손꼽힐 정도로 유명세(?)도 누리고 있는 그를 그만의 휴식공간인 논현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현재 「애스크」의 좋은 성과 비결은?

    “「애스크」는 올해 사업계획서상의 목표를 훌쩍 뛰어 넘어 지난 2월 43개 매장에서 36억원, 3월에 46개 유통망에서 46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출시된 봄 트레이닝 풀 착장과 골드자수 모자, 영국기 문양의 티셔츠, 디즈니 시리즈 등 임팩트 있는 아이템들이 소비자들의 손을 타면서 이뤄낸 정상 매출입니다. 봄 상품은 2월말 기준으로 기획대비 40% 출고대비 53%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미 50%이상 출고된 여름상품도 빠른 판매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봄시리즈의 트레이닝 풀 착장 경우 4차 리오더까지 진행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목표로 설정했던 5백억원을 훌쩍 뛰어 넘어 6백억원까지도 달성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새롭게 제시했던 ‘「애스크」의 프레피 스타일’이 올해 제대로 표현되면서 패션 피플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애스크」를 맡았을 당시 캐주얼 시장은 이상할 정도로 빈티지 열풍에 빠져있었습니다. 「콕스」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캐주얼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세계가 ‘프레피룩’의 트렌드를 보인 반면 국내는 여전히 ‘빈티지’가 시장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었습니다.

    「애스크」는 이러한 ‘프레피룩’을 발빠르게 받아들여 초기 시장진입을 하려고 했으나 리런칭을 위한 준비기간 부족으로 가을 시즌 물량이 계획보다 늦게 출시돼 판매 시기를 놓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경기불안 요소로 인해 사업계획이 수 차례 수정되면서 전략 아이템 물량을 집중적으로 밀어내지 못해 외형을 끌어 올리지 못한 요인도 있었습니다. 주위의 기대감이 컸던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초기 시장 장악이 다소 늦어지긴 했으나 대신 더욱 탄탄한 기획력과 안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들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애스크」에 대한 성공 확신은?

    “컬러와 트레이닝룩에 대한 확신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노하우로 유니크한 컬러와 임펙트 있는 매장 연출은 자신이 있었고 새로운 「애스크」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컬러 트렌드를 리드하면서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서 위치를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애스크」스타일을 제안해 캐주얼 시장을 리딩하겠다는 것이 시작단계부터 지금까지 계획이었고, 현재 1만명을 넘어선 카페 회원수나 판매율이 이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레이닝복 경우 초두 기획물량이 평균 2천5백장을 상회합니다. 다른 아이템이 4백50장인 것에 비하면 대단한 기획량인데 봄시즌만 4차까지 리오더를 진행했고 이어 나온 여름시즌 상품도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상품-감각적인 컬러와 좋은 소재 트렌디한 스타일-과 좋은 가격이 신규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죠. 유통망도 올해 두 배 이상 늘렸으나 무조건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닌 효율적인 운영으로 현재 점평균 9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도 안정세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국내 패션시장과 패션기업의 미래는?

    “이제 카피 브랜드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수입시장의 포션이 점차 확대되고 국내 고유 브랜드의 입지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 간 캐주얼 시장은 카피문화가 관습화됐고 전 브랜드가 유행에 따라 움직여 아이덴티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가 유행하면 전 브랜드가 그 트렌드에 따라 색깔을 바꿔 시즌마다 옷들이 점점 동일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다양하고 감도는 높아졌는데 브랜드들은 점점 감도와 취향을 낮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 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좁아진 것입니다. 자신만의 것, 개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브랜드는 몰개성화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브랜드마다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패션기업 경영의 근간은‘뿌리’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적인 방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패션계는 너무 자유로운 경향도 있습니다. 방임과 자유는 다른 것인데 말이죠. ‘시스템’ 곧 ‘체계’가 없는 회사는 곧 무너지고 맙니다. 감각으로 승부하는 패션 디자인의 세계인 만큼 위,아래도 알아야 하고 사회인, 직장인으로서의 예의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기본으로 막내 시절부터 3년까지 열심히 배우면 3년 후부터 그야말로 자신만의 ‘감각’이 빛을 볼 때죠. 그래서 저는 3년차 이하는 디자이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3년차 이상이 되면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는 능력별로 인재를 키워주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 인재양성의 신념입니다.

    혹자는 제가 감각만을 가지고있어 경영자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지 모르지만 패션에 있어서 감각이 없으면 제 아무리 많은 자본과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며, 기본이 되고 중심이 되는 상품개발에 주력해야만 리딩브랜드로서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눈은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인터넷이 있으며 해외를 내 집처럼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지구적인 시선으로 패션을 바라보지 않으면 국내 패션시장은 사양길로 접어들것입니다

    이제는 패션기업도 투명경영을 할 때입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은 일반적인 현상을 두고 말한 것이지만 ‘일급수에 사는 물고기’는 유일하고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애스크」는 바로 ‘일급수의 물고기’ 입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으로 협력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소비자에게는 좋은 가격에 최고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리딩브랜드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차별화된 회사운영방식과 조직운영을 통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애스크」만의 ‘스타일’을 유지할 것입니다.”

    ‘패션’분야가 전체 산업에서 ‘중심’에 놓일 수 있도록 영향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성민 대표는 국내 패션계의 ‘스타’이다. 향후 자신만의 컬렉션도 운영하고 싶다는 그가 성공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완성하는 날, 패션계 스타가 사회인사가 되는 센세이션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김성민 Profile

    1962년 강원도 강릉생
    1984년 강원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졸업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 BCM/마랑고니 단기코스 졸업
    1992년 「카루소」 팀장
    1993년 「토오루옴므」 실장
    1994년 nSF 「레노마스포츠」 런칭,
    1995년 신원 「루이레이」 런칭, 폴 「폴윌러」 런칭
    1996년 태승 「n」 실장, 대하 「나인식스뉴욕」 차장
    2000년 보성 「쿨독」 「스톰」 「보이런던」 「야헐리우드」 4개 브랜드 디렉터
    2001년 F&F 「어바우트」 「AM하우스」 디렉터
    2002년 닉스인터내셔날 「콕스」 런칭
    2003년 리얼리더스 대표, 「애스크」 리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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