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환 CMG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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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8.20조회수 1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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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규모 자체가 글로벌을 지향하기엔 턱없이 좁은 한국에서 세계 시장 경쟁력을 갖고 성장 지속성을 지닐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려면 ‘공생’은 필연적이다. 공생 기업의 모습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과 정체성을 지닌 유니크한 기업의 만남을 의미한다. 이 만남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정체성을 지닌 유니크한 기업을 인수해 투자와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브랜드 가치를 올려 높은 수익률을 창출해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자존심 ‘발렌티노’가 마르조토 그룹에서 유럽 최대의 사모펀드인 퍼미라에 의해 인수합병(M&A)된 사례를 비롯해 패션 선진국에서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대세이다. 물론 이전에도 프랑스의 PPR 그룹이 「GUCCI」를 인수하거나 「카르티에」나 「몽블랑」 등을 소유한 리치몬드 그룹이 홍콩의 「상하이탕」을 인수해 주목받았고, LVMH는 오래 전부터 M&A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대표격이다.

    거대 자본과 유니크한 기업의 만남은 먼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상(韓商) 기업 중 프리미엄 진 브랜드인 모나키 그룹은 지난해 8월 브랜드 런칭 3년 만에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 지주회사인 하트막스(Hart Marx)에 의해 M&A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단번에 받는 스타 브랜드로 떠올랐다. 공동 대표인 헨리 킴과 에릭 킴의 「모나키」 상품은 미국의 패션 시장에서 컬렉션 무대뿐 아니라 언론 등으로부터 ‘개성 있다(Unique)’라며 주목받고 있다. 200달러대의 프리미엄 진은 물론 다양하고 독창적인 패턴이 새겨진 티셔츠 등은 브랜드의 개성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상품 코드이다.
    이 두 기업은 이번 비즈니스로 공생을 이뤘다. 하트막스는 「모나키」가 가진 차별화한 상품으로 기존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신선한 구색을 추가했고, 「모나키」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비빌 언덕을 마련한 셈이다. 이 밖에도 한상들이 만들어낸 브랜드는 이미 매스 단계에 들어간 「사우스폴」 「포에버21」 등이 있다.

    이러한 최근의 사례를 볼 때 우리 입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관련돼 다양한 모색이 시도되고 있지만 마땅한 결론이 나지 않는 사실은 토양 문제이지 종자 문제가 아닌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토양은 어떤가. 좁은 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는 브랜드 간의 과당 경쟁, 대기업들의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 불러오는 적극적인 투자 의지 문제, 획일적인 유통 채널에 의한 비효율 구조 등과 더불어 한계점에 도달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M&A 사례 등은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우리에게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한다.

    최근 해외에서 이루어진 M&A 사례들은 기본적으로 깨끗한 기업과 비전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특히 기업연혁이 일정 기간 경과된 기업에 대해선 관심 갖지 않는다. 투명한 기업 내부 및 회계 등을 중심으로 패션 시장 내에서 앞으로 더 성장 가능한 전망과 그 브랜드가 지닌 독창성 등이 인수 기준이다.
    현재 국내 패션 시장에서도 활발하게 M&A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단지 한계에 부닥친 시장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되어야 한다. 개성과 독특한 감성을 밑거름 삼아 성장을 향해 꿈틀거리고 있는 ‘유니크한 마크’및 이들에게 성장의 양분을 줄 수 있는 거대 자본과의 결합은 이제 선택을 넘어섰다.



    [profile]
    ·1984년 국민대 조형대학 의상디자인학과 졸업
    ·1987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석사, Industrial Design 전공
    ·1991년 미국 조지타운대 맥도너 비즈니스 스쿨 MBA
    ·1985~1987년 중앙일보 출판국 패션에디터
    ·1988년 도미(渡美)
    ·1991~1992년 미국 뉴욕 메이시(Macy’s) 백화점 바이어 근무
    ·1993~1999년 Portfolio Worker Group ‘The NEO’ 대표
    ·1993~2005년 프랑스 넬리로리 트렌드 랩 서울 지사장
    ·2000년~現 CM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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