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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ㅣ마혼코리아 대표

Monday, Sept. 12, 2016 | 정효신 기자, hyo@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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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졸업
· Mahon Korea 대표
· 해외자원개발/바이오메트릭/전력IT 해외사업 PM
· LG전자, 동원그룹, 한솔섬유 근무


韓 · 스페인 합작 럭셔리 백을


구나 다 아는 명품 가방은 재미없다. 소비자들은 딱 보기에도 고급스러우면서 어느 브랜드의 상품인지 알 수 없는 백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마혼」은 이런 구매자 중 한 명인 이정화 대표의 니즈에 의해 탄생했다. 마혼코리아(대표 이정화)의 「마혼」은 한국 오피스에서는 기획·마케팅·세일즈를 담당하고 스페인에서 디자인·제작이 이뤄진다. 이 대표는 모든 프로세스를 진두지휘한다.

중남미 해외 사업 개발 일을 하던 이 대표는 스페인에서 MBA 과정을 밟게 됐다. 수업의 일환으로 럭셔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를 실제 브랜드로 만들기로 한 것. 혼자서라면 역부족이었을지도 모르나 같은 MBA의 까마득한 선배이자 스페인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C 브랜드를 운영하는 베테랑을 만나 가능해졌다.

이 대표의 명품에 대한 철학은 남다르다. “많은 여성이 ‘섹스앤더시티’의 캐리 브래드쇼를 보며 뉴요커의 삶을 동경해요. 사람들은 그녀가 든 명품 백, 그녀가 환장하는 명품 슈즈만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주말 아침이면 친구들과 모여 카페에서 브런치 타임을 갖고 밤이면 멋진 바에서 파티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거죠.”

명품? 상품 아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
그녀는 명품의 대중화로 이들 브랜드 상품이 주는 만족감이나 효용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명품이 글로벌화되다 보면 로컬 사람들의 취향은 간과되기가 쉽죠. 여기에서 착안했습니다. 한국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고품질의 가방을 만들자고.”

처음에는 주류 명품 브랜드들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장인 공방을 찾아다녔다. 물론 실력 있는 장인과 좋은 품질의 테너리가 많았지만 이 대표가 구상한 신선한 느낌과는 달랐다. “최근 몇 년 새 스페인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잖아요.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보다 스페인의 프라도 박물관 앞에서 하몽을 먹는 사진이 유럽 여행이라는 더 큰 만족감을 주는데 이는 익숙지 않은 생경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페인은 정복의 역사가 있는 나라다. 정복의 경험이 있는 대다수 민족은 오래 걸어야 했기 때문에 질긴 가죽의 사용이 발달했기 마련이다. 스페인은 가죽 질감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아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돼 있는데, 보기에 좋은 가죽을 찾는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는 스페인의 공방에서 투박하고 직선적인, 무언가 덕지덕지 포장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유럽산 원부자재 → 스페인 장인과 만나다
그는 타운 전체가 장인 공방인 스페인 남부의 우브리케 지역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럭셔리 하우스들과 거래하는 장인들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신생 브랜드에 흔쾌히 가담할 리 만무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영화감독을 섭외해 장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을 제작했다. ‘당신들은 누구이고, 가방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자랑스럽게 자식에게 일을 물려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 그들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하자 철옹성 같던 마음도 움직였다.

「마혼」의 3가지 아이덴티티인 슬로(Slow), 심플(Simple), 아티스틱(Artistic)은 바로 이 장인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가방 하나를 만들어도 트렌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만드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예술 활동으로 접근했다. 「마혼」의 가방은 ‘사람이 돋보이는 가방’을 추구하며 단순하지만 쉽게 만들 수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스페인에 상주하는 수석 디자이너는 1년에 두 번 내한해 한국 여성들의 출퇴근 옷차림을 관찰한다. 백화점을 비롯 동대문, 가로수길, 삼청동, 강남역 등을 방문해 국내 소비자들의 스타일을 파악한다. 이뿐 아니라 한국과 스페인 오피스 간에 수시로 이뤄지는 화상 회의를 통해 대륙 간 거리를 극복하고 완벽한 협업 플레이로 한국 여성의 취향을 저격하는 상품을 내놓는다.



한국 여성을 겨냥한 스페인 가방, 영·미·일 진출
이 대표는 “해외여행을 하며 현지에서 쇼핑한 옷을 한국에서 입었을 때 뭔가 예상과 다르던 경험을 해 보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으며 조율 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여름이 건조한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샛노란 원피스, 새빨간 드레스가 섹시하고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여름이 습한 한국에서는 그런 느낌이 살지 않는다. “저는 공기, 바람, 햇빛에도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 풍토와 사람들의 머리, 피부색에 따라 가방이나 옷이 주는 색감이 확연히 달라져요”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국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이지만 글로벌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여성들의 패션 테이스트는 세계 어디에도 뒤처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한국 여심을 사로잡은 백이기에 올 초에는 미국과 영국의 온라인 편집숍으로부터 입점 러브콜을 받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에도 법인을 설립해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내년 봄에는 일본 내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진정한 명품 가방을 만들겠다는 브랜드 초기의 취지에 맞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떠들썩한 마케팅은 일절 하지 않는다. VIP 마케팅 베테랑들을 영입해 「마혼」만의 독특한 판매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쇼룸에서만도 상당한 매출이 나온다. 상품을 소량 제작하고 생산단가가 워낙 높지만 가격대를 낮추려는 노력을 통해 향후 더 많은 여성이 좋은 상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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