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길 l KFMI 대표
    디자인 수가 많아지면 고객이 좋아할까?

    dhlrh
    |
    21.05.08조회수 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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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패션 브랜드들은 제품을 시장에 론칭하고 난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디자인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즉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구매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구매 선택에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상품 구매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 효용이 극대화돼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실제 패션매장에서도 그 주장이 타당할까? 의문의 답은 컬럼비아 대학의 시나 아에엔거 교수 연구팀의 실험에서 엿볼 수 있다.

    연구팀은 슈퍼마켓에서 6가지와 24가지 종류의 잼을 시식할 수 있는 부스를 각각 설치해 고객 반응을 살펴봤다. 24개의 잼을 진열한 부스에는 60%의 고객이 관심을 보였고. 6개의 잼을 진열한 부스에는 40%의 고객이 관심을 보였다.

    구매율은 정반대였다. 6개의 잼이 있는 부스에서 잼을 시식한 고객 중 30%가 잼을 구매했지만 24개의 잼이 있는 부스에서는 3%의 고객만 잼을 구매했다. 이처럼 상품의 선택안이 허용량을 초과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최종 구매 의사 결정에서 판단력이 흐려져 구매 욕구가 낮아지거나 구매 결정을 포기하는 선택의 패러독스(paradox of choice)에 빠지게 된다.

    반면 선택안이 좁아지면 선택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감이 완화돼 손쉽게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패션기업은 ‘선택의 패러독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례로 매장의 아이쇼핑 고객은 많은데 구매율이 좋지 않은 경우, 이를 고객 시선으로 보면, 특정 카테고리 상품이 너무 많거나 혹은 비슷한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컬러가 많아 상품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이는 디자인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구매 결정을 어렵게 한 경우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상품 카테고리와 디자인 수를 줄이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해답은 브랜드의 매장 규모와 진열 방법 그리고 상품의 차별성 측면을 고려해 적정 카테고리와 디자인 수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판매보다는 쇼퍼 관점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 수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으로 쇼퍼의 취향에 어울리고 상품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구매하기 쉬운 디자인 수와 전략적 쇼핑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접근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매장 규모별로 카테고리와 디자인 스타일의 ‘구색의 다양성(assortment variety)’을 파악해 최적의 SKU를 산출하는 디자인 수의 효율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쇼퍼 마케팅 관점을 적용한 디자인 수 정립은 궁극적으로 고객의 구매 선택을 쉽게 해 소비자 만족도는 높이고 기업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 profile
    •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마케팅전공)
    •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 선임연구원(마케팅조사기관)
    • ㈜상아제약 마케팅부 「제놀」 Brand Manager
    • ㈜태창 인아우트사업부 팀장,
    • 캘빈클라인, 미치코런던, 베네통 MD 팀장
    • ㈜애드케이 마케팅팀 팀장 (금강제화 계열 광고사)
    • ㈜태창 신유통사업부 본부장
    • 충남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겸임교수
    • 현재 KFMI 대표(패션마케팅 컨설팅)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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