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반일 불매운동, 패션업계에 미친 영향은?

    곽선미 기자
    |
    19.08.12조회수 1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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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피해자들과의 법적 분쟁에 이어 지난 7월 1일 발표한 '수출 규제'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유니클로가 제 1 타깃이 된 데는 이 한 마디의 힘(?)이 컸다.

    "한국의 불매 운동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 가지 않을 것."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은 유니클로 등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게다가 '괘씸죄'까지 얹어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이 되기까지 했다.

    불매 운동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개인 SNS는 물론 '노노재팬' 등을 활용해 유명 브랜드부터 대중적이지 않은 브랜드까지 일본 브랜드를 꼼꼼하게 공유하고, 대체 한국 브랜드를 제안하는 등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있다.

    * 불매운동이 현재 국내 패션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

    "말하기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현재는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협업을 진행하다 부러진 일이 몇 개 있다.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다보니 관련 업체들 입장에서는 우리와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_ 일본발 브랜드 전개사 홍보 담당자

    "매달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영 소비자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11월 이벤트 데이에 맞춰 제과 브랜드와 컬래버를 기획해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해당 기업의 잦은 갑질과 여혐 논란 그리고 이번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쳐져 진행이 원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_ 라이선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팀장

    "일본발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잠시 보류한 상태다. 우리의 핵심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불매' '반일' 등 이슈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토종 기업이 소유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_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담당자

    "국내 브랜드들이 반사이익을 얻는다고들 하는데, 아마 우리같은 중견 캐주얼 브랜드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중견 캐주얼 브랜드는 대부분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유니클로와 같은 층이나 조닝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니클로 불매로 방문객이 줄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곤란하다." _ 국내 중견 캐주얼 기업 마케팅 팀장

    "평소 좋아하던 A 브랜드가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가서 상품을 사주겠다고 하자 대학생인 아이들이 'A잖아.. 학교 가면 애들이 욕해'라고 하더라. 그 어느 때 불매운동보다 소비자들끼리 스스로 긴장하고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 불매 매장 앞을 지나면 정말 파리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_ 50대 소비자


    불매 타깃 1순위 유니클로, 7월 매출 20% 하락 예상

    실제로 유니클로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한 달 동안 전년대비 20% 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결제 고객은 전월대비 50% 줄었다고.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는 유니클로 모바일 앱 7월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중복되지 않은 한 달 사용자수)가 전월 대비 29%, 상반기 평균 대비 28% 감소했다고 전했다.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는 전월 대비 40%, 상반기 평균 대비 40% 떨어졌다.



    또 지난 8월 초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이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면서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성취감까지 안겼다. 2009년 10월 오픈해 10년 동안 상권을 지켜온 매장이라 국내 소비자들이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지난 8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유니클로의 7월 매출이 떨어졌다"고 시인하면서도 "종로3가점 폐점은 불매운동과 무관한 '계약만료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에 이어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난해부터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GU도 불매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뿐만아니라 무인양품과 데상트, ABC마트는 물론 다양한 뷰티 브랜드까지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일부 일본발 브랜드는 매출과 이미지, 사업 전개 계획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반기에 진행하려고 했던 많은 계획을 접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곳이 많다. 국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사업을 키워온 곳일수록 이 매서운 불매 바람에 더욱 몸을 움츠리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내 패션기업이 과연 얼마나 반사이익을 얻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은 확실히 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매장에 유입되는 소비자가 늘고 문의도 늘었다. 온라인에 브랜드명이 노출되는 경우도 기존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매출로 직접적인 수혜를 얻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관심 급증, 매출 효과는 '글쎄'

    그는 "지금 일본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브랜드나 기업은 이미 기존에도 꾸준히 잘 해 온 곳이다. 그동안 품질과 가격, 홍보, 컬래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탄히 실력을 쌓다가 의외의 순간에 기회를 얻어 빛을 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준비가 돼 있던 기업이라면 반사이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지난 7월 한달간의 실적과 올 하반기를 겨냥한 전략을 살펴보면, 실제로 크게 반사이익을 본 곳은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과 BYC(대표 고윤성)의' BYC' 그리고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의 슈즈 멀티숍 '폴더'를 꼽을 수 있다.

    탑텐은 일본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지난 7월 전년동기대비 20% 매출이 신장했다. 이중 여름용으로 출시한 '쿨에어'의 판매가 눈에 띄었는데, 물량을 전년보다 80% 늘리면서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120% 증가했다. '불매운동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주가 상승 효과도 있었다.

    이번 하반기에는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항하는 겨울용 발열내의 '온에어'의 물량을 작년보다 5배 늘린 500만장을 출시한다. 롱패딩과 경량패딩 물량도 전년대비 30% 확대했다. 여기에 유니클로의 옛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을 기용해 이슈몰이에도 나섰다.

    '불매 테마주' 탑텐·BYC 등 대체 상품 판매 활발

    신성통상 관계자는 "상품의 스타일 수를 줄이고 잘 할 수 있는 상품군에 집중한다. 7월부터 겨울 외투 선판매를 시작했는데, 경량패딩 조끼는 벌써 준비한 물량의 5%가 팔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지난 2월달에 진행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티셔츠부터 이번 8월 선보이는 광복절 상품을 거론하며 탑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갖게 됐다. 앞으로 꾸준히 좋은 상품과 마케팅을 이어 간다면 장기적으로도 인지도를 확산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BYC는 여름 인기 상품인 '심리스' 아이템이 빠르게 판매되면서 출고량 대비 70%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누디 브라톱과 스판팬티 등 대표 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해 2~3차 리오더에 들어갔다. 판매를 시작한 6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자사몰에서는 전년대비 239% 판매량이 늘었을 정도다.



    BYC는 특히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8월 9일, 고객상담전화로 매장 위치를 묻는 문의를 받는 등 토종 기업으로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관계자는 "기능성 내의의 경우 매년 20~30% 신장하고 있는데, 올해는 매출 시너지가 더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폴더는 올해 1~7월 누적 매출이 총 7% 늘어난 가운데, 7월 매출만 10%로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 하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슈마커(대표 안영환)의 슈마커도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온라인 쇼핑몰 트래픽이 전월대비 14%, 5월대비 28%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산 브랜드의 품질과 이미지 못지 않은 실력 필수

    LS네트웍스(대표 문성준)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담당자는 "스포츠 대체 브랜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온라인 브랜드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해 급격한 매출 변화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확실히 고객은 많이 늘었다. 매출도 누적 매출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전년대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과한 애국 마케팅이나 이벤트성 할인 정책,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방책이다. 실제로 현재 매출 상승 효과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은 꾸준히 애국 마케팅을 펼쳐왔고, 대체할만한 퀄리티의 상품을 개발하며 실력을 쌓은 브랜드들이다.

    일부 패션 관계자들은 유니클로가 큰 매출 하락세를 걷는데는 '괘씸죄'도 있지만 히트텍이나 데님 등 유니클로의 인기를 이끌어왔던 상품들을 대체할만한 훌륭한 국산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 일본산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확고한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과 이미지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대체할 수 있는 품질과 건강한 이미지를 쌓아온 브랜드가 있다면, 소비자들도 쉽게 불매와 구매 전환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카메라나 전자제품 등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는 불매도 쉽지 않은 상태다.

    요즘 소비자들은 스마트하고 부지런하다. 대체 브랜드에 대한 조사도 꼼꼼히 하고 있다(일부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다). 국내 기업이라도 이전에 갑질이나 근로법 위반 등의 이슈가 있으면 대체 기업 리스트에서 냉정하게 삭제한다. 애국심으로 인해 필요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이때다 싶어 무분별한 '애국 마케팅' '국뽕 마케팅'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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