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출혈경쟁 명품 플랫폼, 지속가능할까?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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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11.08조회수 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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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플랫폼 전성시대다. 명품 끝판왕 3대장 브랜드를 뜻하는 '에·루·샤'에 이어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3개사를 의미하는 '머·트·발'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국내 선두주자인 머스트잇(대표 조용민), 트렌비(대표 박경훈), 발란(대표 최형록)에 이어 최근 이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고소장을 접수한 캐치패션(대표 이우창)뿐 아니라 오케이몰(대표 장성덕), 구하다(대표 윤재섭), 루플랫(대표 김은종)까지.

    우연인지 이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국내 톱 배우를 모델로 내세우며 TV광고를 릴리즈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액, 신규 고객, MAU 증가 등 효과도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성장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100억원대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만큼의 영업이익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사실 머·트·발이 처음부터 같은 유통 모델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머스트잇은 병행수입 오픈마켓으로, 트렌비는 해외 구매 대행으로, 발란은 유럽 현지 오프라인 부티크와 소비자를 잇는 B2C 커머스로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 직구와 부티크 판매로는 마켓 사이즈가 충분치 않아 현재의 병행수입 중심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렇듯 선두주자 3사가 모두 병행 수입 셀러 유치 방식을 택하며 마켓의 파이 자체를 키우기 보다 파이를 뺏는 제로섬 싸움이 시작됐다. 3사에 입점한 병행업자들이 서로 겹치며 공급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출액 함정? 품절 취소·반품액 포함, 수수료율 7%대

    특히나 명품이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플랫폼에 대한 로열티보다 가격경쟁력이 구매를 결정하는 주효한 요인이다. 머·트·발 모두 이용해 봤다는 소비자 A씨는 "머스트잇은 핫딜 특가 제품들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서 원하는 아이템이 뜨면 구매한다. 트렌비는 신상품 업데이트가 빠르고 몇가지 해외 주문 상품의 검수·검품 과정을 카톡으로 보내준다는 점이 좋다. 또 발란에서는 할인 프로모션을 할 때마다 문자를 발송해 주는데 이때마다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3사의 서비스에 대해 특별한 불만은 없지만 큰 충성도 없이 최저가를 찾아 소비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할인율, 쿠폰 등 과당경쟁으로 불건전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높은 결품율과 가품에 대한 불안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각 플랫폼에서는 정품이 아닐시 보상을 해준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품 시장은 약 2000조원에 육박하고 이 중 전체 카테고리 톱5 안에 의류, 신발, 가방이 속한다. 모두가 진품만을 취급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가품은 어디서 유통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적법한 명품 유통 채널에서는 과도한 가품 보상 정책을 시행하는 않는 것에 비춰 볼 때도 불확실성과 소비자들의 불안은 커져간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 모델은 결국 수수료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매출액과 성장세만 본다면 황금빛 미래가 지속될 것 같지만 여기에는 20~40%대에 육박하는 취소 결품의 거래액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이들이 취하는 수수료율은 7~8%대에 불과하다는 함정이 숨어있다. 국내의 수 많은 온라인 플랫폼 중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무신사와 이베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만 봐도 이 비즈니스가 얼마나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모델인지 알 수 있다.

    적법한 유통 경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해야

    점입가경으로 명품 브랜드측과 국내 공식 수입·유통사에서도 병행수입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 해롯백화점과 같이 전세계 최상위급 백화점조차 온라인 사업권을 내주지 않는 에르메스,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개별 리셀러들을 규제할 수 없는 대신 해외 병행수입 플랫폼에 법적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명품 도매상인 부티크가 개인이 아닌 또 다른 도매업자에 판매하는 행태가 암암리에 이뤄져 왔으나 이제 브랜드측에서 홀세일 이슈까지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마켓 사이즈는 14조9964억원이다. 여기에 오프라인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아직 온라인 럭셔리 시장의 성장 여력은 무궁무진해보인다. 머·트·발의 고공성장에 제동을 걸며 비교적 최근에 론칭한 후발주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톰포드, 멀버리 등 명품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 공식 유통사인 매치스패션, 파페치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캐치패션, 100% 직매입 상품을 판매하는 오케이몰, 명품 브랜드의 도매 리테일러인 유럽 현지 부티크와 직계약을 하고 있는 구하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흐름세를 의식해서인지 머·트·발 역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1차 밴더를 대신한 2차 소매업체를 자처하며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져간다. 트렌비는 직접 중개 형식으로 최근 6개월간 전체 반품 및 품절 취소율 23% 중 단순 품절 취소율 8%를 기록했다. 발란은 도매 비중을 15%까지 늘려가고 있다.

    플랫폼이란 결국 충분한 규모의 구매자나 판매자를 확보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때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이기에 결국 믿음직한 서플라이어를 확보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로열티 있는 소비자를 유입할 때 건전한 명품 이커머스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패션비즈=정효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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