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시장 ‘카피폭풍’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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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2.25조회수 1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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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션비즈니스를 하며 양심의 선은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 것일까?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속속 착륙해 긴장이 더해가는 국내 패션 마켓, 거기에다 톱 브랜드를 벤치마킹한다는 명목 아래 제품 카피가 당연시돼도 되는 것일까. 브랜드마다 ‘네가 먼저 했네, 나는 안 했네’ 등 팽팽한 신경전 속에 한국 패션시장은 브랜드 간 ‘카피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SPA 브랜드들의 재빠른 디자인을 따라 잡기에는 ‘카피가 아니고는 해답이 없다’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기본 수위를 넘어 도의에 어긋난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해답은 진정 없는 것일까? 더욱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홈쇼핑 온라인까지 가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대형 매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 Z. 이 매장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 대기업의 모 SPA형 브랜드의 기획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린다. 이들 중 디렉터로 보이는 한 여성은 여러 개의 상품을 골라 자신의 직원에게 입어보기를 요구한다. 입었다, 벗었다, 또 다른 상품을 입었다, 벗었다. 옷을 가지고 거의 분해하듯 구석구석 낱낱이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거의 남의 매장 에 와서 마치 회의하는 듯한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같은 상황은 명동 매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너네는 명품 카피, 우리는 너네 카피”

    에 대해 Z브랜드의 매니저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고 따가운 눈총도 주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눈치도 별로 보지 않는다. 마치 그 태도는 “서로 베끼는 브랜드이기는 매한가지인데 뭘 그러냐?”는 듯하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은커녕 “당신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 상품을 베꼈으니 우리가 이것을 좀 베껴도 되지 않느냐?”라는 이상한 논리가 그 시선 안에 담겨 있다.
    또 다른 사례다. 얼마 전 모 홈쇼핑에서 스타 이름을 걸고 진행한 브랜드 「E」! 신상품 런칭 방송 구성상품 중의 일부가 B사가 전개하는 「C」 제품과 동일 상품으로 확인되며 사건이 불거졌다. 이 제품은 A홈쇼핑에서 지난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4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에서 판매한 「E」 브랜드의 아이템이 상표를 달리했을 뿐 「C」 제품을 그대로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건은 디자인 도용 수준을 넘어 「C」 제품을 제조한 동일 공장에서 「C」 패턴을 그대로 사용해 라벨만 「E」를 붙인 수법(?)으로 판매돼 더욱 충격을 준다. 더욱이 판매 전 B사 측의 강경한 대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해 이 사건은 일파만파 퍼지게 된 것. 한 업체는 “판매도, 매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패션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안에서의 룰은 지켜야 한다”며 “해당 업체 측의 반발에도 이를 진행한 것은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피력했다


    중국 생산, 국내 생산으로 둔갑(?)

    마전 모 업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에서 들어온 상품을 확인하면서 업체는 할말을 잃는다. 직접 생산은 고사하고 전 제품을 라벨갈이해 공급한 것이다. 더욱이 국내 생산도 아닌 중국 생산을 그대로 가져와 라벨만 교체한 것이다.

    이 업체 사장은 “서로 믿고 일하는 것인데,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산더미처럼 쌓인 중국산 제품에 한숨을 몰아쉰다. 국내 제품을 완사입에 라벨갈이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국 제품을 완사입해 마치 국내 제품인것처럼 둔갑시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철지난 이월 상품들을 마치 신상품처럼 판매한다. 신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 이월 제품들은 스티커 작업을 통해 매장 진열대에 다시 올려진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글로벌 SPA형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진입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이들이 파워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 브랜드들도 그들의 경쟁력있는 가격과 빠른 신상품 공급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소싱을 늘리고 기획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스템 변화를 시도해 왔다. 하지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보다는 속도감이라는 스스로의 덫에 걸리게 되자 ‘라벨갈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이제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의 ‘라벨갈이’는 더 이상 새로운 이슈도 아니다.


    ‘동대문 상품 라벨갈이’까지도 버젓이

    렌드가 빠른 여성복 경우는 동대문 시장 조사를 나가 대거 바잉에 바로 라벨갈이에 들어가는 업체도 적잖다. 이처럼 비양심적인 제품카피와 라벨갈이는 왜 계속 성행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나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안일한 생각의 확산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옆집 윗집 다하는 카피가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 카피에 대한 ‘불감증’에 들어서게된다. 혹 소송 등 문제가 커진다하더라도 단순 벌금형에 처해지기 일쑤이기 때문에 이 불감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아는 업체들은 다 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차피 고발한다 해도 그때뿐이고 이에 따른 뾰족한 단속조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속수무책임을 털어놨다. 요즘 들어서는 국내 브랜드 카피보다는 해외 쪽 카피가 더 성행하고 있는 추세로 더욱 문제가 심각해졌다.


    겨울 ‘퍼 아이템’ 카피, 눈에 띄네~

    근 다운과 퍼 아이템은 패션시장을 휩쓸고 있다. 남녀노소할것 없이 누구나 입는 일명 국민복이 된 ‘다운’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홈쇼핑 등서도 종횡무진한다. 브랜드명만 가리면 컬러, 핏까지 비슷해 전문가가 아니고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출시되는 다운 제품 경우 온라인상에서의 카피제품은 무법 천지! 전 복종에 걸쳐 ‘다운’ 아이템을 속속 선보이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제품들의 퀄리티는 뒷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다운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있는 ‘퍼’ 아이템도 카피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의 인기 있는 퍼 제품은 브랜드명만 제외하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일부 브랜드는 아예 일부 제품을 그대로 카피해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카피가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옆집의 베스트셀러를 카피하지 않으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제 최소 그 단계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린 차별화된 제품들이야말로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이다. 제품 퀄리티보다 더욱 중요한 패션인들의 양심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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