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 연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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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9.05조회수 1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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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오늘 귀하의 바이오 리듬은 OOO입니다.” “운동량과 열량을 체크하세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체의 리듬을 인식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와 라이프를 함께할 수 있는 스마트 머신(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다양한 기능과 패션으로 우리 생활에 속속 들어와 새로운 파이를 형성 중이다.

    “자비스, 수트 줘. 당장!” “자비스, 마크42를 자폭시켜.” 영화 아이언맨을 본 사람들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명장면을 만들어 내는 아이언맨 슈트와 인공지능 프로그램 자비스의 찰떡궁합에 반하고 만다. 토니 스타크가 무엇을 원하든 최적, 최고의 컨디션을 내놓는 자비스와 프로그래밍된 그 어떤 활동도 가능하게 하는 아이언맨 슈트는 과학이 발달한다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꿈의 기계일 것이다. 이제 실제로 아이언맨 슈트와 자비스의 콜래보레이션처럼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폭풍 검색을 유도하고 있다.

    바로 착용하는 기계,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다. 소재의 기능성? 패턴 기술? 이젠 입는 옷의 기능에만 주목하는 것으로는 모자라다. 이제는 직접 입는 기능성 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주목해야 할 때다. 생소한 명칭일 수 있지만 시중에 나오고 있는 상품을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삼성의 ‘갤럭시 기어’, 구글의 ‘구글 글래스’, LG의 ‘라이프밴드’ 등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매스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라이프스타일 ‘동반자’ 겸 ‘코치’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나이키」의 ‘퓨얼밴드’,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스마트런’, 「조본」의 ‘조본-업’ 등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모두 손목 밴드나 안경처럼 액세서리 형태로 출시된 포터블 아이템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신체에 부착해 컴퓨팅 행위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 자비스의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도 포함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형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11년부터 이 아이템에 대한 이슈가 등장해 2013년부터 통신이나 스마트폰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를 웨어러블 디바이스 경쟁의 서막을 올리는 시점으로 본다. 올 하반기 이후 소비자와 만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는 것.

    삼성은 이미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TV 광고를 통해 갤럭시5와 연동되는 갤럭시 기어 핏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 올 초 일반 판매를 시작한 구글의 구글 글래스가 눈앞에 구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증강현실 디바이스로 화제를 모으는 한편 애플도 i-워치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올 초 스포츠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핏비트 플랙스’가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고, 많은 소비자가 ‘조본-업’ 등을 사용해 자신의 운동습관과 운동량 등을 체크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가 스마트폰처럼 휴대할 수 있는 안경이나 시계 팔찌 같은 포터블(portable) 디바이스다. 5년 정도 발전하면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패치 형태의 어태처블(attachable) 디바이스가, 2020년 이후 미래에는 인체에 이식하거나 복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 연결 수단인 이터블(eatable) 단계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78.4% 성장세 전망

    이 밖에도 일본의 소니, 미국의 퀄컴 등 가전기업이 ‘스마트 워치’를 발표하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기업은 강력한 자사 OS를 기반으로 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을 내다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기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서도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출하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야 완벽히 작동하는 콤플렉스 액세서리 형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13년 전 세계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하량이 620만대에 달해 2012년의 150만대 대비 317.1%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전년대비 210% 증가한 1920만대에 이를 것이며,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78.4%의 증가세를 이어 가 2018년에는 출하량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LG, 구글, 애플, 인텔 등 종합 기업들은 주로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용도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인다고 한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와 「조본」 「핏비트」 「미스핏」 등 밴드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문기업들은 스포츠 동기부여, 웰빙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개념에서 신상품을 속속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팔찌나 클립 형태의 스포츠 밴드들 속속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와도 사용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까? 현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의료기기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정보를 보여 주는 수신기나 리모콘 정도의 기능에 그치고 있다. 시장에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은 사용처가 제한적이다.

    현재 가장 매력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역시 팔찌나 클립 형태의 스포츠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만보계 기능을 기반으로 운동 시간이나 소비 열량을 체크하고 식단 관리에 도움을 주며, 밤에는 수면 상태를 체크해 주고, 친구들과 팀을 구성해 서로 경쟁하며 긍정적인 동기부여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등 컴팩트한 모양에 재미있는 기능이 들어 있다. 일일 운동량을 관리해 주는 매니저라고나 할까.

    게다가 실제로 착용하기에는 너무 투박한 시계 모양이거나 얼굴을 가리는 등 부담스러운 디자인의 콤플렉스 액세서리들과 달리 스포츠 밴드들은 심플한 밴드 형태와 다양한 색상으로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손색 없는 외관을 자랑한다. 아무래도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디자인 면에서 좀 더 패셔너블한 강점이 있다.

    뛰어난 디자인, 패션 액세서리로도 인기!

    「나이키」의 ‘퓨얼밴드’는 2012년 처음 선보였다. 기존에 신발에 센서를 삽입해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나이키+’와 연동해 운동량을 측정하던 것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작년 10월 기존의 퓨얼밴드에 방수 기능과 블루투스 4.0을 추가한 ‘퓨얼밴드SE’를 공개하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직접적으로 진출했다가 기기 시장의 매출이 한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대신 애플과 협력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이전부터 애플 모바일 기기와의 협력을 이어 왔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케빈 프랭크 언더아머 CEO와 만났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나이키」-애플 vs 「언더아머」-삼성’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

    퓨얼밴드SE와 하루 차이로 공개된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스마트런’은 1.45인치 디스플레이의 손목시계처럼 생겼다. 기능은 퓨얼밴드와 비슷한데, 다른 점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길로 달려왔는지, 어떻게 해야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를 코치해 주는 개인 트레이너 역할을 한다는 것. 내장된 다양한 기능과 사용자의 심장박동 인식을 통해 신체 상황, 날씨 변화를 읽고 시계 화면과 헤드폰을 통해 속도 조절과 같은 지시를 전달한다.

    「나이키」-애플, 「언더아머」-삼성 협력(?)

    「나이키」의 퓨얼밴드나 아직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스마트런과 함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최근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이어폰 제작업체 조본(Jawbone)이 선보인 ‘조본-업’과 최근 블루투스형으로 새롭게 선보인 ‘조본24’다.

    또 올 초 디지월드(대표 박명수)를 통해 공식 수입되기 시작한 ‘핏 비트(Fitbit) 플랙스’와 비전스케이프(대표 김태원)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클립 형태의 기기 ‘미스핏(Miss-fit) 샤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문 쇼핑몰 ‘포블러스(poblers.com)’를 전개 중인 김태원 비전스케이프 대표는 “애플의 i-워치와 구글의 구글 글래스 & 말하는 신발 등 작년부터 IT업계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와 관련된 웨어러블 IT 디바이스에 대해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디지월드 ‘핏비트 플랙스’ ‘미스핏’도 호응

    그는 “현재 IT 얼리어답터들을 통해 수시로 자신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데이터화해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서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부 예쁜 디자인에 반해 패션 액세서리로 활용하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외관도 훌륭한 상품이 많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디자인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매일, 온종일 착용해야 하는 아이템인 만큼 착용자의 패션감각과도 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 그래서인지 올 1월 i-워치를 공개한 애플은 패션 기업의 수석 디자이너나 CEO 출신 인물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버버리」의 전 CEO인 안젤라 아렌츠와 「이브생로랑」의 전 CEO인 폴 드네브가 작년 애플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나이키」의 수석 디자이너이던 벤 샤퍼를 영입해 퓨얼밴드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아이언맨3의 엔딩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이런 말을 한다.

    “(아이언맨) 슈트는 나를 나비로 만들기 위한 누에고치였다.” 아직 먼 미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어떤 작용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 소비자들에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딱 저 대사에 맞는 쪽으로 움직여 가지 않을까. 속에 담긴 의미는 다르지만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나를 위해 타이트하게 나를 관리 해주는 기계’로서 매일 착용하고 체크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아이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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