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숍 조인한 CD 석용배 누구

    sk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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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8.13조회수 1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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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伊 「돌체앤가바나」 수석 디자이너 출신




    칠한 외모로 한눈에 띄는 청년,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석용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외모만큼이나 이력도 화려하다. 산업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로 자동차 디자이너로 출발해 「휠라」 「카파」 「포나리나」(이탈리아) 풋웨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에서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총애를 받으며 캐주얼 & 스니커즈 등 잡화 수석 디자이너로 이력도 쌓았다.

    이후 2010년 자신의 브랜드 「카모타탄(CAMOTARTAN)」을 론칭하고 「제옥스」 「발리」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국내 잡화시장에서 그의 존재감은 생소하지만, 석 CD는 그동안 한국 무대가 아닌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다.

    이러한 석 CD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GS홈쇼핑이 잡화 부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를 점찍었기 때문이다. 현재 GS홈쇼핑의 대표 패션잡화 브랜드인 「모르간」을 시작으로 다양한 잡화 라인에 새로운 에너지가 수혈될 전망이다. GS홈쇼핑이 내놓은 화려한 도전장의 성패를 점치기 전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스포츠•슈즈 등 다방면 두각

    디자이너로서 그의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돌체앤가바나」 수석 디자이너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보통 패션하우스와 디렉터의 계약 관계는 흔히 ‘쇼타임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혹은 시즌별 계약을 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제가 「돌체앤가바나」에서 3개월 정도 일했을 때 도미니코와 스테파노가 종신 계약을 제안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종신 계약’은 어감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다음’에 대한 부담감 없이 서로 신뢰하며 지속적인 계약 관계를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거래다. 게다가 하이엔드 패션 세계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듀오 디자이너가 그를 높게 평가한 점은 지금까지 그들이 봐 온 디자인 감성과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의 창의력이었다. 여기에 세일즈까지 주효했다.

    석 CD가 기획한 「돌체앤가바나」 남성 스니커즈 라인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워커 스타일의 슈즈로, 발등 부분을 밴딩으로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당시 슈즈 컬렉션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였기 때문에 석 CD에 대한 신뢰는 대단했다.




    도미니코 & 스테파노 절대 신뢰, 종신 계약 맺어

    2년 뒤 「돌체앤가바나」라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우산’을 마다하고 그는 미련 없이 퇴사를 결심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디렉터들은 보통 2년 정도를 주기로 움직이지요. 2년이면 4번의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는데, 이 정도 횟수가 되면 대개 디렉터들은 이제 이 브랜드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묻게 되기 마련이거든요.”

    “w사실 「돌체앤가바나」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패션 하우스에서 러브콜이 왔어요. 고정 디렉터, 콜래보레이션,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제안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홀로서기를 결심한 것은 지금의 패기와 에너지, 흔히 감(感)이라고 하는 창의력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No risk, No future! 위험 요소가 없다면, 발전도 없지요.”

    「돌체앤가바나」를 정리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카모타탄(CAMOTARTAN)」을 론칭했다. 「카모타탄」은 엄밀히 얘기해서, 브랜드 네임이지만 카모플라주와 타탄 체크를 결합한 그래픽을 의미한다. 「카모타탄」은 그래픽 브랜드인 것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브랜드 개념은 흥미롭게도 엄청난 확장성을 갖고 글로벌 브랜드들의 상품에 입히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카모플라주 + 타탄체크 = 「카모타탄」 브랜드

    “「카모타탄」의 배경을 얘기하자면, 제가 「돌체앤가바나」에 있을 때 카모플라주, 타탄 체크 각 패턴을 시즌별로 전개했어요. 당시에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카모플라주라는 밀리터리 코드와 타탄 체크가 주는 클래식함! 이 둘이 합쳐지면 새롭고 기발한 패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전시켜서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삼고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하기 시작했지요.”

    석 CD는 ‘슈퍼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 개인사업자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온라인 사이트(www.yongbaeseok.com)를 구축했다. 여기에서 「카모타탄」을 비롯한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홍보했다. 이후 「디젤」 「발리」 「체사레파치오티」 「제옥스」 등의 브랜드들과 콜래보레이션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前 「디젤」 CEO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Mario Moretti Polegato)가 「제옥스」 CEO로 이동하면서 브랜드 리노베이션을 선언했고, 그 파트너로 「카모타탄」을 선정했다. 석 CD에게는 기회였다.

    그는 “글로벌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과의 협업으로 더 많은, 좋은 기회가 제게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좋은 자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은 온전히 저의 몫이니까요. 「제옥스」는 완벽한 파트너였습니다. 70여개국의 리테일 스토어와 PR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석용배라는 사람과 「카모타탄」을 알릴 수 있는 첫 번째 비즈니스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제옥스」 「발리」 「디젤」 「수페르가」 등과 협업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CAMOTARTAN for GEOX’라는 컬렉션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전개사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CAMOTARTAN for GEOX’는 슈즈와 가방으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전 세계 「제옥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선보였다. 신발은 물론 가방은 그의 디자인 세계를 더욱 확실히 보여 주는 아이템으로 호평받았다.

    “사실 슈즈에서만 무언가를 보여 주기엔 면적이 너무 작습니다. 마침 2012년에 영입된 CEO도 슈즈에 국한된 구성이 아닌 토털 패션을 리노베이션의 키워드로 삼았기 때문에 가방까지 기획한 점은 서로 윈윈이라는 전략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콜래보레이션은 「수페르가」다. 2016 S/S 론칭 예정인 Superga by Yong Bae Seok 역시 기대할 만하다. 마치 슈즈에 건축물이 새겨진 것 같은 질감 표현이 인상적인 슈즈다. 이 같은 디자인 표현은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 그의 행보에서 비롯한다.

    그의 작업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옮겨 왔다. 혁신적인 벽지(Wall paper)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그아모라(glamora)」라는 브랜드와 협업해 「카모타탄」의 패턴에 나비 등의 패턴을 다시 녹여 이색적인 벽지 디자인에 도전했다. 또 이탈리아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뉴 웨이(new way)를 선보이는 콘텐츠 리더로 꼽히는 채널 ‘오르나멘타(ornamenta)’를 통해 타일 디자인을 활용해 공간 연출에 대한 감각을 뽐냈다. 욕실 타일을 전시하기도 했다.




    벽지 타일 등 인테리어 디자인 감각도 탁월

    석 CD는 이처럼 라이프스타일 &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기량을 선보였다. 두 분야의 결과물로 밀라노의 유명 가구전시회에서 조명과 가구 부문에 출품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무대를 누빈 그와 GS홈쇼핑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을까. 그는 “피렌체 ‘피티 워모’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 「디젤」이 참여했는데, 콜래보레이션 미팅 때문에 ‘피티 우오모’를 방문했지요. 그때 GS홈쇼핑 팀들과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곽재우 트렌드사업부 상무, 정영미 토털패션팀장과 이탈리아 출장 때마다 인연을 이어 왔다. GS홈쇼핑 팀들이 「모르간」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면서도 확실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석 CD와의 조인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동안 그의 이력을 봤을 때 한국 기업과의 협업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모르간」을 알면 알수록 가능성 있는 프랑스 DNA를 가진 브랜드라고 판단했다. GS홈쇼핑도 이미 글로벌 트렌드를 읽고 제품에 반영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바꾸기보다 ‘이건 정말 쿨하다!’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터치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GS홈쇼핑 「모르간」 디렉터로 시작, 잡화 기대

    “사실 홈쇼핑이라는 유통채널도 낯설긴 했습니다. 유럽에서 인식하는 홈쇼핑의 이미지와 한국의 홈쇼핑 이미지의 차이는 컸습니다. 하지만 홈쇼핑에서 럭셔리 패션 뷰티 브랜드가 팔린다는 자체가 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나 스스로 영역의 경계 없이 디자인 분야를 다루고 있으니,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홈쇼핑을 통해 유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외의 재미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석 CD는 「루이비통」의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콜래보레이션, 「셀린느」의 슬리퍼 타입 슈즈 디자인, 우아한 여성미의 대명사이던 「발렌티노」가 선보인 스니커즈 등의 사례를 꼽으며 럭셔리 브랜드들의 ‘반전 매력’ 표현 방식을 언급했다. 또한 이 같은 조합을 ‘COOL’의 의미로 정의했다. 의외의 조합이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그는 홈쇼핑이라는 유통 환경에서 또 한 방의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한 분야에 매몰되기보다 다방면 디자이너로~

    “중요한 점은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신규 고객을 창출할 방법에 대한 디렉팅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이력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 역시 기대할 만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모르간은 브랜드의 키워드를 모던으로 잡고 ‘Modernity is a women’s right’ 라는 슬로건을 정했다. 석 CD는 잡화와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패션까지 작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가 기획한 일부 라인은 9월 중순 론칭할 예정이다.

    그가 풀어 가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동안 그의 주요 파트너 다수가 유럽을 베이스로 했고, 한국 기업과 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풍부한 프리랜서 경험에서 국적별 기업의 시스템과 조직 직능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때문에 GS홈쇼핑 팀뿐만 아니라 벤더 전문업체를 가장 만나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세스 파악이 선행된 뒤 일의 순서와 교신 방법, 자신의 역할과 지원해야 할 업무 등 구체적인 업무 플롯을 짜 「모르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석용배 CD는 패션이나 슈즈 자동차 등 한 분야에 자신을 가두기보다 항상 열어놓는다.

    과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한 여타의 기성 세대 디자이너들은 한 우물만 팠다. 전문성과 권위, 입지 구축에 오랜 시간에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 제너레이션 석 CD는 영리했고, 동시대의 도구와 환경을 십분 활용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였다. 유럽 무대에 이어 한국에서까지 석용배라는 이름이 더 이상 낯선 이름이 아니게 할 성공적인 데뷔전이 될 것 같다.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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