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코리안 ‘빌리&제니강’ 뛴다
미국과 유럽 패션 마켓에서 성공한 제니강 로빈케이인터내셔널 대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영컨템포러리 브랜드 「로앤디(Ro&De)」를 미국과 한국에 동시 런칭하는 것. 로빈케이인터내셔널은 미국 캣워크투사이트워크(대표 빌리강, 한국명 강경원)의 국내 법인으로 3월부터 영업을 본격화한다. 제니강(한국명 김은희) 로빈케이 대표는 당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브랜드를 준비한다.
빌리강과 제니강 대표는 부부 사이로 두 사람의 아들딸인 로빈과 데빈의 이름을 따서 신규 브랜드를 「로앤디」로 네이밍했다. 자녀들의 이름인 「로앤디」 런칭과 한국 마켓 진출은 이 패션 듀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낯선 타국에서 20년간 거둔 결실을 고국에서 펼쳐 보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한 작은 회사가 미국의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을 비롯해 셀렉트숍 앤스로폴로지(Anthropologie)와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등에 당당히 입점했다. 특히 노드스트롬의 컨템포러리 부문에서 매출 1위, 전체 브랜드 중 3위에 랭크되면서 그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는 브랜드가 「플레이온(pleione)」과 「벨라트릭스(Bellatrix)」다.
영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런칭 주목
2013년 2억달러(2400억원-홀세일가)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가 한국 마켓에 도전하는 이유는 리테일 시장의 성숙이다. 백화점에만 편중되지 않고 복합 쇼핑센터와 셀렉트숍, 고급 홈쇼핑 채널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진 한국 마켓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 큰 비전은 중국이다.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국 패션 소비 마켓에서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미국 본사에 초대형 규모의 새로운 사옥을 마련한 부부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도 로빈케이인터내셔널 사무실을 오픈했다. 작년 여름부터 공사에 들어가 6개월이 넘게 걸렸지만 미국이나 한국, 어디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진정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실현하고 세계적 브랜드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열망은 축구장(7350㎡) 2배 크기(1만4190㎡)의 공간에 물류를 비롯한 직원들의 복지 시설을 세팅하게 했다.
여기에 OEM이나 ODM 방식이 일반적인 미국 리테일 마켓에서 자체 레이블을 고집하게 됐다. 이제 브랜딩을 위한 인큐베이팅 작업을 끝낸 셈이다. 신규 브랜드 런칭 작업까지 이들 부부에겐 밤낮이 따로 없었다. 다행히 오랫동안 함께해 온 미국 직원들은 물론 한국 법인 스태프들이 믿음직했다. 쇼룸 구성과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 등을 무리 없이 척척 진행했다.
축구장 2배 크기 사옥 이전 등 직원 복지 강조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유학을 위해 떠나온 미국에서 삶의 터전을 개척하는 동안은 젊음과 열정만으로 버티던 배고픈 시절이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롯데쇼핑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던 빌리강 사장이 도미한 것이 1992년이고, 집에서 원하던 경영학과 본인의 꿈인 뮤지션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아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패션 영업이었다.
영업 벤더 역할 격인 세일즈랩 일을 했고, 1998년 파워트레이딩 USA를 설립했다. 다음해 지금의 이름인 캣워크투사이드워크를 설립했고, 미국의 패션 브랜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제니강 대표가 합류한 2004년부터 차별화된 상품력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노드스트롬 & 어번 아웃피터스 등 입점 인기
제니강 대표 역시 한국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된다. 1998년부터 미국의 패션 회사인 팝스타(Pop star)와 모니카 패션(Monica Fashion)에서 패턴메이커 & 디자이너, 그리고 머천다이저를 경험했다. 이처럼 철저하게 실무부터 시작한 덕에 ‘실력만이 최고의 경쟁력’임을 터득할 수 있었다. 연간 5000개 이상의 뉴 스타일을 개발하고 400만장의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바이어들이 인정해 주는 최고의 품질과 가격으로 현재 7개의 나라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 패션 중심가에도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캣워크’를 상징하는 런웨이 패션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모든 패션을 의미하는 ‘캣워크투사이드워크(catwalk to sidewalk)’가 본사 이름이지만 한국에는 적합하지 않아 미국에서 처음 런칭해 전개해 온 「로빈케이」를 기념해 로빈케이인터내셔널로 등록했다. 또한 한국 마켓에는 신규 브랜드 「로앤디」와 함께 「플레이온」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마켓 「로앤디」 & 「플레이온」 전개 전략
「로앤디」의 출발은 ‘모든 여성들은 디자이너 의류로 가득 찬 옷장을 탐낸다’에서 시작했다. 제니강 대표는 “값비싼 럭셔리 브랜드로 가득한 옷장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로앤디」는 합리적인 가격의 새로운 컨템포러리 여성복으로 상의와 하의, 드레스와 재킷 등의 완벽한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고객들의 옷장을 채워줄 것이다. 「로앤디」의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컬렉션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실루엣과 트렌디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플레이온」 브랜드는 커리어우먼을 위한 브랜드다. “가족을 돌보고 가계의 지출을 담당해야 하는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그 책임은 더욱 크다. 우리는 그 상황을 알기에 그들이 큰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플레이온」은 품질에서 어떤 브랜드보다 뛰어나며,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고 강조한다.
이들에게 성공 모멘텀을 제공해 준 브랜드는 「플레이온」이었다. 지난 2009년 2500개 매장에서 2013년에 8000개까지 확산하게 된 것은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플레이온」 덕이었다. 한국에서도 「로앤디」 신규 런칭과 함께 충분히 경쟁력 있는 브랜드인 「플레이온」을 같이 운영해 효율을 높일 생각이다.
미국 등 전 세계 7개국에 소싱 시스템 갖춰
연간 100여명의 미국 영화배우와 가수, MC, 탤런트, 홈쇼핑 호스트들이 이 회사의 옷을 입는다. 또 노드스트롬은 물론 블루밍데일즈와 메이시즈 등 미국의 A급 유통망에 이들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홀세일이 특성인 미국 마켓은 각 리테일에서 OEM 요청을 할 때가 많지만, 캣워크투사이드워크사의 브랜드들은 자신의 라벨로 판매된다. 현재 미국에서 40%를 생산하고, 60%는 한국을 포함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남미 등지에서 글로벌 소싱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당당히 코리안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빌리 & 제니 듀오는 “무엇보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미국 바이어들의 정확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네트워크가 좋아도 결국 팔리는 상품을 제안해 주지 않으면 거래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빌리, 제니 듀오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알맞은 가격을 제안하는 풀서비스 시스템을 시도했고, 바이어들은 지속적으로 이들의 회사를 찾았다.
이들의 디자인실 운영은 국내 패션 기업들도 참고할 만하다. “한국의 디자이너는 수명이 짧아 고민이라고 들었어요. 사실 디자이너라는 일 자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들 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트렌드는 잘 읽는데 그것을 현실로 전환시키지 못하곤 하죠.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 밀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그런 분들을 머천다이저나 생산수석(top of production) 등 관리직으로 진급시키고 있습니다”고 전한다.
신규 브랜드로 중국 진출해 동서양 석권 계획
“40대에 손을 놓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예요. 정말 ‘황금의 시간’을 갖고 계신 분들이거든요.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디자인은 하지 않더라도 디자이너들에게 가는 길(direction)을 알려줄 수는 있다고 봐요. 생산수석은 모든 제품이 완벽하게 만들어져 납품될 때까지 모든 생산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장장과 함께 일합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이어 “공장장이 현장에서 일한다면 생산수석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원단주문부터 생산까지 모든 것을 감독하죠. 디자인을 알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라고 덧붙인다.
「샤넬」 모델급을 「로앤디」의 모델로 광고 이미지 촬영도 끝냈고, 미국에서도 TV커머셜 등을 통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동안 리테일 안에서 만족해 왔다면 이제는 브랜드로서 승부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열망이다.
“특히 저희는 톱 의류, 블라우스와 니트, 재킷 등에 강합니다. 한국에 이어 중국 마켓에서 충분한 경쟁력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이내믹한 한국에서 제대로 된 ‘브랜딩’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라고 포부를 밝히는 이들에게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열정이 읽힌다. 가치 있는 상품과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실천하는 이들이 한국 패션 마켓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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