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이 부도, 패션 업계 충격!
언제 터질지 몰랐던 폭탄이 터졌다. 33년을 이어온 토종 기업 톰보이가 끝내 7월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14일 0시를 기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 결과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톰보이의 협력사인 원단 기업과 프로모션 기업, 매장 중간관리자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 파장이 여성복 「톰보이」와 남성복 「코모도」의 근접 조닝 브랜드에까지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유앤드림과 트래드클럽&21을 거느린 아성그룹이 연쇄부도가 나자 해당 조닝 브랜드들에 그 여파가 1년 가까이 지속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단순한 단일 기업의 몰락으로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아성그룹의 회계 기준 총매출은 800억원대였으나 톰보이는 1800억원대로 아성의 2배 이상이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피해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톰보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80조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실로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 톰보이의 최종부도 원인은 ‘검은 백조의 저주’라 불리는 블랙스완 리스크에서 비롯된다. 계산 밖의 희박한 확률이 일으킨 파장이 시장 전체에 상상 이상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30년 공든 탑, 8개월 사이 ‘와르르’
올해 4월 초 투자금 조성을 위한 1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감행한 톰보이는 성공을 자신했다. 그러나 신주 공모 청약률은 54.11%에 머물렀으며, 조달자금은 180억원이 아닌 97억원에 그쳤다. 최소 80%의 청약률을 확신하던 톰보이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톰보이의 투자금 유치 확신은 몇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인수합병(M&A)이 거의 끝날 무렵인 12월 초 실질적인 경영진이 갖춰지고 최대주주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이후 12월 중순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톰보이 경영진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전개 브랜드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톰보이는 투자금 조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하며 매출 366억원과 영업이익 21억원, 당기순이익 4억원을 각각 올렸다. 톰보이의 경영진 교체 후 회계실적상 첫 분기 성적표는 일단 성공이었다.
여기에 영국 진 브랜드 「리쿠퍼」 런칭과 미국 진출 등 연이은 화제를 뿌리며 상장사로서 기업 확장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또한 톰보이로의 투자심리도 견조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M&A 직전 330원대이던 톰보이 주가는 유상증자를 공표한 뒤 45% 상승한 48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금까지 이 기업이 보여준 실적과 기업의 여러 가지 가능성, 투자심리를 종합하면 50%대의 청약률은 실망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었다.
충격적인 청약률 0%, BW 발행 무산
결과적으로 이 사건을 기해 톰보이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 97억원은 은행권 채무와 협력업체 어음 지급 명목으로 각각 73억원과 24억원을 썼다. 이는 채무관계의 부분적인 청산에 지나지 않았고, 기업으로 유입된 자금은 전무했다. 회사로 들어오는 자금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자 협력업체로부터 상품 공급에 크고 작은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주 공모 청약률 미달로 당초 약속한 협력업체 상품대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 신뢰도에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후 5월과 6월 각각 10억원 상당의 소액공모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모두 불발로 끝났다. 5월 중순에 있은 소액 공모는 청약률 0%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고, 6월 말 15억원 규모의 무보증 BW는 전액 미납되면서 불발행 처리됐다. 이 와중에도 톰보이는 언더웨어 시장 진출과 「코모도」의 미국 맨해튼 진출, 「톰키드」의 덴마크 명품가구 「플렉사」와의 전략제휴, 중국 진출, 중동 진출 등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숱한 화두를 던졌지만 주가 상승이나 투자금 조성과는 무관했다.
한 패션 최고경영자(CEO)는 이 기간의 톰보이를 두고 “경영진의 패션계 전문성을 떠나 M&A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을 재건하는 일이다. 톰보이는 임직원들에게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이들의 생각을 한 데 모으는 일을 무엇보다 먼저 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고, 이후의 일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일련의 계획들이 실무진과의 조정을 거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의 톰보이는 마치 ‘네스호의 괴물’같다”라고 표현했다.
매각 적정가 200억서 80억 곤두박질?
그는 영국 네스호에 출몰하는 괴물의 형상(톰보이의 목표)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실체를 입증(기업의 구심점)할 만한 요소가 없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톰보이의 관리자급 한 명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 외에는 경영진을 만난 적이 없다. 20년 가까이 패션기업에 몸
담아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심지어 기업의 소식을 듣기 위해 가까운 외부 사람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톰보이가 대내외적으로 비정상적인 운영이 계속된 데에는 경영진의 또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또 다른 속셈’은 기업의 재매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재매각 논란은 최종부도 처리가 된 이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M&A 시장에서 한때 톰보이의 매각가는 200억원까지 얘기됐으나 5월 중순 정부의 천안함 사태 진위 발표 이후 주가 폭락과 함께 80억원으로 떨어졌다는 설이 있다.
100억 모은 투자단, 경영권 포기 요구
80억원은 톰보이 경영진이 지난해 기업을 인수한 가격과 일치한다. 신뢰도 하락으로 기업의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자 이익 시현을 포기한 채 당시 인수자금만을 회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개인투자자와 6월 초 M&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재매각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러나 톰보이 경영진은 MOU 체결 이후에도 자금 조달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고, 기업 실사까지 거친 개인투자자는 자신이 모르는 돌발 부채가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해 무산됐다.
이 일이 있은 후 톰보이의 최종부도 조짐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6월 말부터 협력 업체들은 미수 처리된 물량에 대해 공급을 중단했고, 매장 중간관리자들은 수수료 체납에 대해 기업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또한 최근 3개월의 급여를 받지 못한 대다수의 직원들도 회사를 상대로 압류신청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실상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셈이다.
그나마 최종부도에 앞서 7월 12일에 있은 6억8000만원 상당의 어음 지급을 가까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협력업체들이 힘을 모아 막은 것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톰보이가 이대로 주저앉을 경우 자신의 생존 자체도 위협 받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한 입장을 지킨 것이다. 협력업체로서는 톰보이로 들어가는 입구는 있어도 빠져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없었다.
최종부도를 앞둔 톰보이 경영진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명으로 구성된 투자단이 톰보이 대표에게 경영권 포기 각서를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들은 1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성해 협상에 들어갔지만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황상 투자단과의 협상이 이뤄졌을 경우 최소한 최종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안에 남은 어음 결제는 200억원 규모지만 부도에 앞서 활발한 자금 조성이나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충분히 기업 회생의 길은 열릴 것이라는 판단 아래 움직인 것이다. 최종부도는 단 17억원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했다.
인지도 90% 이상 브랜드, 생존 확률은?
톰보이를 최종부도까지 몰고 간 블랙스완의 실체는 단순히 투자금 조성의 불발이나 자금 유동성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모두가 생각하는 상식에서 벗어나 극단적으로까지 비쳐진 톰보이 경영진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서 비롯된다. 실무진과 전혀 교류가 없던 경영 방향 제시, 아직까지 많은 의문 부호를 남기는 S/S시즌 재고 처리 문제와 상표권 행방 등은 정상적인 기업 운영 기법과 거리가 멀었다.
5년 전에 톰보이는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톰보이」 브랜드 인지도는 95%라고 밝힌 적이 있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인지도 90% 이상을 자신하는 내셔널 브랜드는 「빈폴」과 「인디안」 등 몇 개 되지 않으며,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앞으로 30년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4~5년 동안 M&A 시장에서 톰보이가 A급 매물로 간주된 것은 이러한 브랜드 인지도와 기업의 전통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30년을 넘게 이어온 톰보이가 단 8개월 만에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 일이며, 이 기업의 최종부도가 업계에 몰고올 엄청난 파장은 국내 패션사에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생각지 않은 0.1%의 불확실성이 주는 교훈은 앞으로 패션가에 어떻게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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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Swan(블랙스완)
검은 백조의 저주.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통계 밖의 사건으로 치부되는 경우를 의미.
*블랙스완, 쇼킹한 검은 백조의 저주!
백조(白鳥)는 이름 그대로 순백의 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18세기 때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백조는 하얗다’는 통념이 순식간에 깨졌다. 요즘 경기 추세를 보면 블랙 스완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통계 밖의 사건으로 치부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대란이 있다.
9ㆍ11 테러에 대한 첩보를 흘려듣지 않았다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또 이로 인한 저금리 정책의 부동산 투기, 서브프라임 정책의 수립,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월가 3대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 블랙 스완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에 각인되자 이에 반하는 ‘지속 가능성’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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