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매출찍기’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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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7.30조회수 7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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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협력거래선의 고혈(膏血)을 짜내는 메이저 유통의 횡포가 해를 더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꺾일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한 백화점 수수료, 일 년이 멀다 하고 요구되는 인테리어 교체, 각종 판촉 지원비…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매출찍기(가매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형평성이 배제된 계약서 상 ‘갑과 을’론으로 벌어진 매출 찍기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수 시즌간 좀처럼 소비심리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유통체인의 공공연한 가매출 요구는 협력 거래선은 물론 전체 패션시장에 독이 되고 있다.

    올해를 포함 지난 3년간 내리 전체 2~3%대의 마이너스 신장을 이어가고 있는 백화점측의 입장에선 “매출이 떨어지는 데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파격행사와 세일이벤트도 약 발이 먹히지 않는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유통측이 떠안게 된 손실분을 공생(?)이라는 명분으로 고스란히 협력 거래선은 물론 중소 패션 기업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연일 각종 매스컴을 통해 오는 8월 화려하게(?) 등장을 예고한 신세계 본점의 전면적인 리뉴얼이 메이저 유통간 자존심 싸움의 불씨가 되어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일단 신세계측 입장에선 절대 영업면적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대규모 MD를 구상해야 되며 이 과정에 있어서 조닝별 1,2위 브랜드들은 물론 그간 미입점 브랜드의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함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때문에 공공연히 명동 및 강북상권 제패를 외치는 신세계에 맞서 그간 무주공산 격이었던 명동을 ‘접수’했던 롯데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5천만원 이상 극약처방도 관행(?)

    실제 대다수 마케터들은 롯데 본점측이 신세계와의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근래 들어 초반 기(氣)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근 수개월간 유독 극심한 매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 남성 정장 조닝은 그 중에서도 집중 관리 대상이다. 실제 롯데 본점 여성복 PC 경우 최소 5백만원부터 심지어는 5천만원대에 이르기까지 매출 부풀리기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대적인 조사착수와 함께 매출 찍기 관행(?)이 일부 매스컴에 조명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한동안 가라앉는 듯했지만 입점 업체들의 입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 연초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Y브랜드 경우 최근까지도 매월 2천만원대 안팎의 매출을 찍고 있으며 설상가상 행사매출(수수료 28~30%)을 정상코드(36.5%)로 입력하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하고 있다. 월별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2천~3천만원까지 찍었다는 M과 J 역시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이며 L브랜드 경우엔 대부분 입점 브랜드들의 한달 전체 실적을 웃도는 1억원의 50%에 육박하는 5천만원 이상을 찍기도 했다는 것이다.


    ‘8월 대란설(說)’ 공공연히 돌아

    최근 가두상권과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점차 늘고 있는 현실에서 언뜻 이러한 유통과 협력 업체간 일방적이고 파행적인 매출 부풀리기는 이해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역으로 뛰고 있는 대다수 마케터들은 사정을 알고 나면 유통측의 요구를 잘라 거절하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못박는다. MD개편마다 반복돼 벌어지는 자리이동과 지방점들의 리뉴얼 및 개편 건이 얽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백화점측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롯데만 해도 노원점을 대규모 리뉴얼한 데다 영등포점 경우도 올해 예정됐던 개편이 내년으로 미뤄져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에 섣불리 매출 부풀리기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이와 관련 어떠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 현재 롯데 전점 중에서도 협력 업체들이 소위 목을 메는 점포는 본점 잠실 영등포 부산점 정도이지만 이런 식으로 매장을 철수하다 보면 생계유지를 위한 절대외형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이러한 불평등한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단 매출 찍기만이 입점 업체들의 목을 옥죄는 것은 아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한달 평균 1억원대 매출은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롯데 본점이지만 대규모 판촉비용 조달이 마땅치 않은 브랜드들의 입장에선 입점해있다는 자체에 기대는 후광효과가 크다. 때문에 퇴점 조치는 업체들의 입장에선 가장 수용하기 힘든 카드. 당장 오는 8월 오픈을 예정하고 있는 신세계에 입점하게 될 경우 ‘롯데와는 거래를 끊는다는 선언으로 알겠다’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일부조치는 대다수 거래선들을 더욱 주눅들게 만들고 있다.




    월 1억 미만 그룹 ‘바람 앞 촛불’

    뿐만 아니라 역시 소위 날고 긴다는 A,B 브랜드의 사업 부장들 경우엔 최근 신세계 입점을 놓고 줄줄이 소환됐다는 것. “신세계 본점과 롯데 본 잠 영 부(본점 잠실점 영등포점 부산점 등 4개 주력점포) 4점 중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에 뚜렷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쯤 진행되다 보니 신세계측에선 “롯데하고만 거래할 경우 강남 인천 마산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맞불이 지펴졌다는 것.

    때문에 업체들의 이중고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매출 찍기의 경우 경쟁점의 매출, 전년 같은 기간의 실적, 경쟁지역 타점의 실적을 근거로…등등등 집요하고도 끈질긴 유통측 요구로 점차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상이몽 두 고래의 싸움에 등 터지게 됐다는 푸념이 줄을 잇는다. 매머드급 신규점의 출항이 입점 업체들의 새로운 판로와 돌파구가 되기는커녕 예상치 못한 피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이렇듯 매출 부풀리기와 퇴점 압박, 여기에 수시로 이뤄지는 수수료 인상 등은 입점 업체들에는 2중3중고가 되어 피를 말리고 있다. 실제 최근 롯데 영플라자 MD개편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캐주얼 브랜드들 경우 프라이스 워(Price War)로 인한 과당경쟁까지 겹쳐 날이 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백화점측이 요구하는 수수료와 인건비 판촉비용 등을 감당하려면 최소 1억원의 순매출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이 정해진다는 것.

    최근 들어 O, S, C…등 중저가 캐주얼 일부 브랜드들을 통해 백화점은 물론 전체사업 포기설까지 심심찮게 들려 나오고 있는 상황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과 상위권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패션 업체들이 현재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것 또한 같은 이유. 백화점측이 내세우는 세일과 판촉행사라는 명분이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황도 업체측엔 잠재된 불안요소다.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이렇듯 쌓인 불안 요인들이 언젠가는 한꺼번에 폭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방적인 유통측 횡포로 인한 모순이 결국 한계에 달할 것이며 다시 백화점측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는 지적. 대기업 계열의 가능성 있는 여성 신규로 출발한 영트래디셔널 C브랜드는 특정 유통과의 전략적 제휴로 살길을 모색했으나 올 초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 기업에 수십년간 몸 담았던 A 본부장은 회사에서 인정되지 않는 매출 찍기를 이유로 결국 해임됐고 브랜드도 중단됐다. 지금의 업계 병폐가 여실히 보여준 부조리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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