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로, 강구~축산 간 918번 지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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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9.27조회수 8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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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푹 찌는 더운 여름, 갑갑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를 한번쯤 꿈꾸게 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차 안 가득 밀려들어 오는 파도소리에 마음까지 푹 적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목적지는 동해의 절경을 빠짐없이 갖춘 강구~축산 간 918번 지방도.

    글ㆍ사진 비틀맵트래블 제공

    순수한 포구의 모습을 마주하다

    아직까지도 영덕은 찾아가기가 쉽지는 않은 곳이다. 안동 시내를 뚫고 가랫재를 넘어 청송군 진보면을 지나 영덕에 이르기까지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의 좁은 산길을 한 시간쯤 달려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다.

    어렵게 찾아간 강구항은 비릿한 바다의 냄새를 한껏 풍기며 첫 인상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대게잡이가 시작되는 12월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이곳 주민들의 재산목록 1호임이 분명한 대게잡이 배를 지키기 위해 방파제의 테트라포드는 밀려오는 커다란 파도를 잘게 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파제 끝에 홀로 서 있는 빨간 등대로 이 작은 항구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완성해 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작은 포구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 그대로였다.



    시작부터 가슴을 뒤흔드는 예사롭지 않은 풍경에 감탄하며 축산항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았다. 강구항에서 축산항에 이르는 30㎞ 남짓한 구간. 바다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이 길은 머리글자를 따서 강축해안도로라고 하다가, 최근 영덕군의 특산물이 얻은 인기를 말해주듯 ‘영덕대게로’라고 이름 붙였다. 강구항에서 축산항 사이의 해상 5.5㎞ 지점이 바로, 맛 좋은 영덕대게가 잡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태어난 해맞이공원
    영덕대게로는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은 만큼, 충분히 보상을 해주는 곳이다. 바다와 어촌마을이 이어질 뿐인데도 저마다 분위기가 독특하다. 길은 바다를 따라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성난 파도처럼 크게 너울치며 오르내린다. 그래서 도로 위까지 파도가 넘어오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높이 올라 고개 아래 바다와 해안선이 펼쳐지는 풍경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정박한 배들을 스치듯 지나가며 포구 깊숙한 곳을 통과하기도 한다. 이렇게 길은 끊임없이 절경을 보여주며 이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해맞이공원이다. 해맞이공원은 한여름에도 울긋불긋하게 물들고,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푸른 공원이 절벽의 검은 바위와 어우러져 수려한 경치를 만들어낸다. 공원 바로 옆에는 영덕풍력발전소가 있는데,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풍차 24기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도 훌륭하지만 높이가 100m는 족히 됨직한 거대한 풍차는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런 독특한 풍경 때문인지 해맞이공원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대게와 길, 그리고 파도

    해맞이공원은 강구항과 축산항의 거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축산항까지 이어진 길은 고개와 고개를 이어가며 굽이가 많고 깎아지른 해안 절벽들도 많아 한층 거친 느낌이 든다. 반대로 포구들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더해 가는 것이 이 구간에서 주목해야 할 볼거리인데, 그중에서도 대진항의 풍경이 빼어나다.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한창 달리다 보면 어느덧 축산항에 도착한다. 지금껏 보아온 포구와는 달리 규모는 제법 크지만 감흥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곳에서 약 3㎞를 더 나아가면 도해단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슬픔을 죽음으로 표현한 벽산 김도현 선생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곳으로, 돌로 만든 제단이다. 영덕대게로는 바로 이곳에서 끝나는데, 그 대미를 장식하듯이 도해단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영덕대게로를 달리면서 해안에 부서지는 파도는 계속해서 볼 수 있었지만, 이곳은 바다를 향해 튀어나와 있어 사방이 확 트여 있고 주변 어느 곳보다 가까이 파도를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웅장한 느낌이 든다. 피었다 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하얀 국화꽃 같은 파도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먼 길을 달려온 수고가 아깝지 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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