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진주 ''비비숍'' 돌풍 비결은?

    bkp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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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2.09조회수 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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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링시대, 뉴 콘텐츠 잡아라




    로벌 브랜드 「갭」 「스프링필드」 「프랑프랑」, 대기업에서 전개하는 편집숍 ‘일모’와 「TNGT」까지. 쟁쟁한 브랜드가 우글대는 타임스퀘어 2층 핫코너지만 이곳에서 스타로 떠오르는 매장은 따로 있다. 여성 편집숍 ‘비비숍(B.B Shop)’이 오픈 첫 달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스타 매장 탄생을 예감케 한다. 오픈 초기 판매가 폭발적으로 이뤄진 나머지 준비해놓은 재고물량을 모두 소진하며 매장의 절반이 텅 비는 등 적지 않은 해프닝도 있었을 정도다.
    보니붐(대표 안은선)에서 전개하는 인지도 ‘제로’의 이 매장은 오픈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 초대형 브랜드들과의 매출경쟁이나 어깨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93m²(약 28평)의 실제 영업면적 효율을 살펴보면 같은 층에서 ‘비비숍’을 상회하는 매장을 손꼽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MD를 진행한 타임스퀘어에서도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른다.

    ‘비비숍’이라는 낯선 이름만큼이나 명동, 강남 등 S급 상권에 매장 하나 없고 풍족한 홍보 프로모션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거니와 견제나 경쟁구도에 놓인 라이벌 브랜드조차 없는 그야말로 ‘노마크’의 편집숍이다. 심지어 그 흔한 인터넷 홈페이지나 온라인 스토어조차 일절 없으며 매장 이름을 대면 코스메틱 브랜드로 오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도 진열된 상품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과연 이 편집숍의 정체는 뭘까?


    영캐주얼 대비 50% 가격, 성공비결

    매장의 전체적인 상품은 러블리 컨셉을 지향하고 기본적으로 여성 토털웨어를 표방하며 백과 슈즈, 패션 액세서리와 생활소품까지 아우른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 대비 파격적인 가격대가 책정됐다는 점이다. 패딩을 비롯한 아우터가 10만원대 초반, 니트 5만원대, 부츠 5만원대, 백은 20만원대 초반이다. 초창기 고객몰이를 하며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저렴한 가격대가 주로 10~20대 여성에게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의 상품은 사입 70%와 자체기획 상품 30%로 채워진다. 전체 물량의 50%가 일본에서, 20%는 동대문에서 이뤄진다. 매장의 전체적인 컨셉에 맞는 상품을 주로 바잉으로 채워넣고 여기에 부족한 부분을 기획으로 구성하는 전형적인 편집숍의 밸런스로 풀어낸다. 이 회사 대표인 안은선 사장은 일본 쪽의 경우 보통 두 달 걸러 1번꼴로 바잉을 진행했는데 타임스퀘어 입점 이후 물량 회전 템포가 급속도로 빨라져 지금은 거의 보름마다 다녀온다고 한다.
    안사장이 ‘비비숍’을 런칭한 지 벌써 5년이 됐다. 지난 2006년 2월 목동에 ‘비비숍’의 전신 격인 브랜드 「보니붐」을 오픈했고 이듬해 홍대에 2호점을 냈다. 2008년에는 가로수길에 「보니붐」 3호점을 오픈했는데 이 과정에서 편집숍 ‘비비숍’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2009년 2월 보니붐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아직은 그리 크지 않은 기업 규모이고 메이저 유통에는 첫발을 내딛고 있는 터라 안사장이 추구하는 테이스트는 그대로 ‘비비숍’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바잉 50% 유니크 상품 적중

    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그는 덕원예고 미술부와 동덕여대 컴퓨터디자인과를 전공했다.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패션 쪽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는데 승무원 시절 국제선을 타며 여러 나라를 돌아봤던 경험이 지금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소득수준이 비슷하다고 해도 나라마다 그때그때의 트렌드가 다르고 그 나라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음을 소비자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한국에만 있을 때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패션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인테리어에도 손을 댔는데 프랑스 등 유럽을 돌며 앤틱가구를 경매로 사오고 매장을 꾸미는 스티커 하나까지 자신이 직접 할 정도로 섬세한 열혈파였다. 사실 이전에 전개한 「보니붐」은 앤틱가구를 파는 매장이었고 패션 상품을 구색용으로 갖춰놓은 수준이었다. ‘비비숍’으로 넘어온 지금은 주객이 전도돼 패션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그때의 앤틱가구 중 일부는 매장의 집기로 활용한다.

    가구점에서 패션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은 지금도 돌이켜보면 꽤나 ‘나이스한’ 판단이었다. 1호점인 목동점을 오픈할 때 무작정 동대문에서 상품을 바잉하고 공장을 알아보는 단순한 발걸음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시즌별로 80스타일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발전됐다. 또한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현지 상품을 들여온다. 이렇게 편집숍을 완성한(?) 후 초창기 목동점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월평균 1억5000만원 수준으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매장의 인지도 면에서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별다른 홍보 프로모션 작업도 없었기 때문에 놀랄 만한 매출이었다.


    승무원 출신 여사장, 패션 첫발 대성공

    매장에서 자금을 모아 1년에 1개씩 4호점까지 오픈했는데 최근 타임스퀘어점을 오픈하며 비효율매장을 정리했고 현재 목동점과 타임스퀘어 2곳에만 집중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은 ‘단지 2개점’이지만 이 두 매장의 컨셉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며, 이 점이 ‘비비숍’이 가진 최대 강점이된다. 상품의 전체적인 컨셉과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과 4명의 디자이너와 2명의 MD를 두고 매주 20가지의 디자인을 새롭게 제안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그러나 상품에 책정된 가격대를 살펴보면 전혀 상관없는 기업에서 전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다르다.
    목동점의 경우 일반 백화점 여성복 수준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코트가 40만~50만원대, 원피스가 20만원대 후반, 재킷이 30만원대 후반이다. 만일 이 목동점을 백화점에 가져다 놓는다면 여성 커리어 조닝에 속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구매소비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타임스퀘어는 10대에서 20대 중반까지가 가장 많고 목동점은 20대 중반 이상의 여성고객 비율이 높다.
    이같이 구매연령대가 다른 것은 각 점포에서 다른 가격대를 책정한 것에서 비롯되며 이는 바잉의 패턴, 배수의 책정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타임스퀘어점은 주로 일본에서, 목동점은 이탈리아 상품이 주를 이루고 점포별 배수체계도 2배수, 3.5배수를 기본으로 한다.


    제2, 제3의 ‘비비숍’은 어디 있을까?

    임스퀘어는 쇼핑센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유통채널이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배수를 책정한 것이며 사실상 월평균 1억원 이상이 나올 때 매장 자체의 유지가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영캐주얼의 느낌이 묻어난다. 목동점은 로드숍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직장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상품공급과 매장환경 조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컨셉을 가진 ‘비비숍’의 매장은 신선함과 유연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편집숍이라 할지라도 상권에 따라 새로운 상품과 물량공급,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춰 도전하는 식이며 이는 기업의 유연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다수의 제도권 브랜드가 상권에 맞게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지만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 전개방식이다.
    이러한 점이 유통가에 서서히 어필 중이며 일부 유통전문가들은 ‘비비숍’이 가진 가능성을 캐치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유통전문가들은 백화점이 아닌 쇼핑센터나 쇼핑몰 업태가 많다. 이 사실은 ‘비비숍’이 몰링이라는 테마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현재 백화점 브랜드와 매스밸류 브랜드로 양분된 패션콘텐츠 시장에서 제3의 콘텐츠 발굴에 대한 한계성을 토로한다는 점에서 ‘비비숍’과 같은 매장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과 여러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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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안은선 ㅣ 보니붐 대표이사



    “니치마켓 포커싱이 인기 요인”

    “처음 타임스퀘어 입점 제의를 받았을 때 이곳에 구성된 브랜드를 보고 소비자 시각에서 백화점과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굳이 타임스퀘어가 아니더라도 만날 수 있었고 이곳 유통관계자들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바로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쇼핑센터에서는 기존 전개방식과 조금 다른 방향성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유럽 바잉이 아닌 일본 바잉을 진행해 상품의 회전율, 배수, 컨셉 등 전반적인 부분에 손을 댔다.

    이 매장을 꾸미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백화점에는 취급하지 않는 상품의 구성이었고 이것을 입점고객의 연령을 고려해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 주목을 받게 된 요인이 됐다. 물론 앞으로 시스템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은데 어느 정도의 유통망과 볼륨이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는다. 대중적인 브랜드 인지도나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 책정이 없더라도 유통채널과 상권특성에 맞는 상품이라면 충분히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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