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벤셔먼」 배슬기와 손잡고 온다

    bkp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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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2.17조회수 16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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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캐주얼의 ‘매지션(Magician: 마술사)’ 배슬기 사장이 영국브랜드 「벤셔먼(Bensherman)」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EXR」과 「후부」 등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국내 스포츠캐주얼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돌연 독립을 선언하고 몇 달 전 제일모직을 나온 그다. 그동안 무수한 추측과 루머를 낳은 배사장은 최근 RKBSG라는 신설법인을 세우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국내 TD시장으로 진출할 것을 선언, 핫이슈를 만들어냈다.

    독립한 배사장이 선택한 「벤셔먼」은 「프레드페리」 「론즈데일」 「머크」와 함께 영국의 4대 캐주얼 브랜드 중 하나로 불리는 브랜드. 지난 1963년에 런칭돼 50년 넘게 사랑을 받아온 이 브랜드는 현재 35개국에 진출, 3000여 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벤셔먼」 런칭은 브랜드 인지도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번이 첫 런칭이라는 점과 라이선스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12년 90개점에서 매출 1000억원 목표

    35개국에서 운영되는 「벤셔먼」은 직수입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RKBSG의 「벤셔먼」 런칭은 90%의 상품을 자체 기획으로 가져갈 수 있는 파격적 조건이다. 인터내셔널 브랜드 도입 시 국내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상품기획으로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벤셔먼」의 프리 라이선스 계약 체결은 국내시장 안착에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포츠 시장에서 손꼽히는 스타급 디렉터가 TD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업계의 반응이다. 독립해 자신의 전공 조닝에 도전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상적 관행이라고 볼 때 배사장의 「벤셔먼」 도입은 예상을 깬 선택이다. 특히 TD시장은 자리를 잡으면 볼륨 확보에 더없이 좋은 마켓이긴 하지만 진입하기 까다로운 조닝으로 악명(?)이 높다. 제일모직 LG패션 FnC코오롱 등 대기업이 득세하고 있고 전 세계 TD시장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통하는 「폴로」라는 빅브랜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TD시장을 원했지만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 왔다. 배사장은 이에 대해 “조닝을 막론하고 쉬운 시장이 지금 어디에도 없다. 지금까지 맡아온 브랜드는 스포츠 조닝에 속했지만 단 한 번도 스포츠에 국한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TD조닝이 어렵다고 하지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봤다. 출범한 지 얼마 안된 회사를 이끌어감에 있어 이보다 좋은 조닝은 없다. 나에게 있어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TD, 캐릭터, 캐주얼의 니치마켓으로

    그가 본 TD시장의 매력은 목표 설정에 반영됐다. RKBSG는 2008년 S/S시즌 런칭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20개점에서 매출 100억원, 이로부터 5년 뒤인 2012년까지 80~90개점에서 1000억원이라는 숫자를 설정했다. 1000억원이라는 목표도 목표지만 매장당 연간 절대매출이 11억~12억원 수준이다. 현재 마켓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이라는 말보다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배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배사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요소로 「벤셔먼」의 포용력 넓은 컨셉과 브랜드를 컨트롤할 전문인력 확보를 꼽았다. 영국 현지에서 남성과 여성을 비롯해 데님 액세서리 키즈 등으로 익스텐션된 「벤셔먼」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TD브랜드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상품을 보면 TD는 물론 캐릭터와 캐주얼을 포괄하는 감도를 자랑한다.
    배사장은 “「벤셔먼」은 25~35세 고객이 주타깃이며 소비자를 끌어들일 충분한 감도로 상품을 선보인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은 경쟁력을 더할 것이다. TD시장의 「빈폴」과 「폴로」의 경우 고급화 전략으로 고가에 맞춰진 경향이 있다. 「벤셔먼」은 이들 브랜드의 80%선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요즘 젊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감도를 맞출 수 있어 승산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주요 아이템을 보면 「벤셔먼」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리즈너블한 편이다. 코트류가 25만8000~39만8000원, 재킷류 19만8000~32만8000원, 점퍼류 18만8000~29만8000원 선이다. 이 밖에 데님이 10만8000~16만8000원, 스웨터가 11만8000~16만8000원, 셔츠가 5만8000~9만8000원으로 경쟁력을 갖는다. 첫 시즌에는 매장에 남성과 여성을 비롯해 데님 잡화까지 구성한다. 그중 남성이 70% 이상 차지하며 여성이 10~20%, 나머지가 상권에 맞게 편성된다.

    윤재익 이사, 최주선 실장 등 전문가 ‘속속’

    현지에서는 전 라인이 구축돼 있지만 아동복과 잡화 등은 완전히 다른 기획과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첫 시즌의 반응을 보고 점진적으로 도입해 나간다. 현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는 「벤셔먼」의 존재를 반기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명성을 쌓은 브랜드라는 면에서 관심을 갖고 있고, 브랜드 컨셉상 여러 조닝을 넘나들며 고객 만족도를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남성에서는 TD와 캐릭터, 캐주얼에서는 유니섹스캐주얼 조닝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시즌 MD개편 시에는 조닝 편성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벤셔먼」호에 승선해 배사장과 함께 할 전문가로는 최주선 디자인실장과 허연 기획팀장이 있다. 최실장은 「CP컴퍼니」와 「본더치」 「소르젠테」를 거쳤고, 허팀장은 「올젠」과 「엠볼리」에 몸담았던 상품 기획의 베테랑들이다. 10월에는 윤재익 이사도 이 회사에 합류했다. 윤이사는 이랜드에서 「란찌」의 영업부서장, 「후아유」의 명동지점장을 지냈다. 또한 「EXR」과 「후부」를 거치며 배사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지금까지 배사장이 보여준 크리에이티브적 발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에도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이 회사에 합류했다. 더욱이 「벤셔먼」의 국내 전개는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관심이 높은 데 비해 그동안 브랜드 운영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현재 마켓 상황에서 「벤셔먼」 같은 브랜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비즈, 한국이 글로벌 핵심?

    배사장의 「벤셔먼」 라이선스 계약은 다이내믹하게 진행됐다. 지난 7월 말 그는 직접 영국행 비행기에 올라 벤셔먼그룹 리미티드를 방문했다. 회사 임원진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그가 요구한 것은 두 가지. ‘「벤셔먼」 한국 전개권을 달라’는 것과 ‘라이선스로 계약하자’는 것이었다. 첫 만남치고 너무나 저돌적인 그의 태도였지만 90%의 자체기획으로 계약을 확정지었다.

    배사장의 당돌함을 따지기 이전에 벤셔먼 측은 한국시장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터 한국시장을 주목해 왔고, 지난 2002년에는 롯데백화점 등에서 소규모로 판매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시장 파악 성격으로 판매를 시작했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한국 진출을 미뤘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 패션시장의 요충지로 한국을 꼽는 이들에게 배사장의 요구는 오히려 반가웠다. 7월 30일 구두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확정지었고, 다음날인 8월 1일 「벤셔먼」을 전개할 RKBSG라는 법인을 설립됐다. 10월 말에는 정식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금까지 ‘물 흐르듯이’ 「벤셔먼」의 한국 전개를 확정하고 재능있는 인력들을 충원했지만 배사장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TD시장의 최근 3년 간 추이를 보면 총 17개 브랜드 중 5개 브랜드가 철수하거나 복종을 터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적자생존을 실감케 했다. 또한 TD시장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을 포함해 잡화 아동 데님 등 거의 모든 영역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매지션’ 이번에도 마술 보여줄까?

    TD조닝에서도 가장 큰 볼륨이 형성되는 남성복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로 52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남성 TD시장만을 고려해 연간 5% 정도의 성장이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목표상으로 「벤셔먼」이 1000억원을 달성하는 2012년까지 6600억원의 볼륨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볼륨 시장에서 「벤셔먼」이 1000억원대 외형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과의 처절한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국내 패션경향으로 볼 때 「벤셔먼」이 가진 경쟁력이 빛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돼 있다. ‘Borderless’와 ‘장르 파괴’ 등 여러 신조어를 낳을 만큼 복종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배사장에게 「벤셔먼」은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가는 곳마다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온 그는 독립한 뒤 첫 시험지를 넘겨 받았다. 그가 국내 패션마켓에서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KBSG 5개년 계획

    2008년 「벤셔먼」 런칭(20개점 매출 100억원 목표)
    2009년 「벤셔먼」 성장기(50개점 250억원 목표)
    세컨드 브랜드 런칭 준비(라이선스 브랜드 검토 중)
    2010년 「벤셔먼」 시장 확장단계(60개점 매출 550억원 목표) / 세컨드 브랜드 런칭
    2011년 「벤셔먼 」 시장안정화 단계(80개점 매출 750억원 목표)
    세컨드 브랜드 성장기 / 서드 브랜드 런칭 준비
    2012년 「벤셔먼」 시장 성숙단계(90개점 매출 1000억원 목표)
    세컨드 브랜드 시장 확장단계 / 서드 브랜드 런칭 / 코스피 상장












    BKBSG PEOPLE

    배슬기 l 대표이사 사장


    ·95~2000년
    휠라코리아 「휠라」 기획/디자인팀장
    ·2000~2001년
    사우스폴USA 기획파트 담당
    「LOT29」 런칭
    ·2001~2003년
    EXR코리아 「EXR」 디자인실장
    ·2003~2007년
    제일모직 「후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재익 l 영업이사

    ·94~2001년
    이랜드 「란찌」 기획팀장, 영업부서장
    「후아유」 명동지점장
    ·2002~2003년
    EXR코리아 영업팀장
    ·2003~2007년
    제일모직 유통혁신팀, 경영혁신팀
















    허연 l 기획팀장

    ·96~2006년
    신성통상 「올젠」 기획생산팀장
    「올젠레이디스」 런칭
    ·2006~2007년
    대광직물 「엠볼리」 기획팀장

















    최주선 l 디자인실장

    ·97~1998년
    생활한복 「백두대간」 디자인실
    ·98~1999년
    THE DENIM 969 디자인실
    ·99~2003년
    FGF 「CP컴퍼니」 디자인실
    ·2003~2004년
    에스콰이어 「소르젠테」 캐주얼팀장
    본더치 오리지널 디자인실장
    ·2004~2007년
    FGF 「CP컴퍼니」 「폴&샥」 기획실장











    INTERVIEW with

    “한국은 까다롭고 흥미로운 시장”
    MILES GRAY Bensherman Limited CEO


    “한국에서 온 디렉터가 「벤셔먼」을 전개한다고 영국을 방문했을때 사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내 기억 속에 한국은 까다로운 시장이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월마트와 까르푸가 백기를 들고 철수했으며, 빅브랜드 「폴로」가 「빈폴」에 밀리는 시장이다. 세계 TD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폴로」가 자국 브랜드에 의해 1위로 도약하지 못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나 생각한다.

    반면 GNP에 비해 소비력은 왕성한 나라다. 몇해전 마켓 조사를 할 때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직 중진국 수준인 나라에서 명품마켓 볼륨은 엄청날 정도였다. 이에 한국시장을 눈여겨봤고 실제로 2002년에는 직진출을 염두에 두고 잠깐 테스팅을 해본 경험이 있다.

    이때 이곳에는 「빈폴」이라는 브랜드가 「폴로」를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빈폴」이라는 브랜드가 자국 브랜드임을 알았을 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벤셔먼」의 한국전개 파트너로 배슬기 사장이 정해졌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느낌자체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배사장은 한국에서 유망한 디렉터 출신으로 기획감도가 상당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상품기획에서 상당부분을 RKBSG에 위임한 것도 그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특수한 시장은 역시 마켓을 잘 이해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론즈데일」도 런칭, 英 브랜드 상륙 러시

    「벤셔먼」의 전개 외에도 영국 브랜드의 움직임이 국내에서 활발하다. 신발 편집숍 기업 플랫폼(대표 장철호)은 이미 지난 2005년에 「프레드페리」의 잡화라인을 런칭했고, 장원SnC(대표 지장원)는 이번 시즌부터 「론즈데일」의 영업을 시작했다. 이 중 「프레드페리」는 트렌드세터들에게서 각광받고 있다.

    13만5000원대의 평균가격을 갖는 주력 아이템 스니커즈는 타 브랜드보다 2배 이상의 고가를 형성하는 데도 지속적인 주문이 이어진다. 기대치를 웃도는 「프레드페리」의 반응으로 장철호 사장은 의류라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프레드페리」의 단독 부티크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브랜드는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밀라노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만 선택적으로 운영돼 2100억원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런칭쇼를 연 영국 태생의 캐주얼 브랜드 「론즈데일」은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현재 본사는 이탈리아에 두고 있다. 복싱을 주제로 한 의상들로 스포츠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주를 이룬다. 또한 패션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영국 축구클럽인 프리미어리그의 버밍엄시티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장원SnC는 백화점 스포츠존과 로드숍을 동시에 겨냥해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프레드페리」와 「론즈데일」에서 「벤셔먼」으로 이어지는 영국 브랜드 러시는 국내 패션시장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단순한 마켓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그들의 눈에 한국은 거점기지가 되고, 아시아 패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충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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