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Report

< Insight >

명품 브랜드 갑질 2라운드로(?)

Friday, Sept. 2, 2016 | 민은선 편집장,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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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입된 명품 브랜드들의 갑질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지난 2000년대 초중반 빅3 백화점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하던 눈물겨운 행태가 국내 면세점 유통들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오픈한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점한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그룹 에스티로더가 계열 11개 브랜드를 전면 철수했다.  

에스티로더의 철수 이유는 경쟁 브랜드인 「샤넬」과 동일한 조건을 제공해 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에스티로더는 「샤넬」이, 누가 봐도 좋은 위치에 자신보다 더 큰 규모로 입점한 데 따른 추가 요구 조건을 제시했고 갤러리아면세점63과 밀고 당기다가 결국은 합의에 실패했다.

에스티로더그룹은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맥」 「바비브라운」 「아베다」 「랩시리즈」 「톰포드뷰티」 「오리진스」 「아라미스」 「라메르」 「조말론」 등 미국 코스메틱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엘코그룹, 로레알 그룹과 함께 면세점 코스메틱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A급 회사다. 총 11개 브랜드, 10개 매장이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점해 있던 상태.

11개 브랜드 10개 매장 30명 판매사원 일시 철수
이들은 퇴점을 통보하고 곧바로 30여명의 직원을 철수시켰다. 유통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에 대해 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랜드 오픈을 한 지 고작 3주 만에 일어난 이 일로 가장 당황한 것은 당사자인 갤러리아면세점63이다. 상품을 직매입하는 면세점의 특성상 브랜드가 철수한다고 해도 상품은 면세점 측에서 판매할 수 있어 갤러리아면세점63은 현재 자사의 판매사원들을 동원해 매장을 채우고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별 전문성이 부족해 매출 저하는 물론 물량도 부족해 심하면 영업 중단사태도 예상된다.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먼저 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동화면세점은 25년 만에 「루이비통」이 철수한다. 대신 「루이비통」은 제주시티호텔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제주시티점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서울의 동화면세점과 제주의 면세점은 상권도 전혀 다른데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는 국가별로 총 매장수의 쿼터를 제한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정책 때문이다.

이미 매장이 충분한 「루이비통」 입장에서 보면 신규 면세점이 넘쳐나고 더 나은 선택이 줄을 선 상황에서 상위 유통이 아닌 동화면세점에 계속해서 매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성숙기를 지난 국내 수입 시장 상황이나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글로벌 정책상 이들의 출점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동화면세점, 25년 만에 「루이비통」과 이별?
최근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브랜드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말미암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신세계디에프, 두산 등 신규로 면세사업에 뛰어든 유통기업들의 사활을 건 ‘명품 브랜드 유치’ 총력전이 그것이다. 정체기 한국 수입 시장에 대한 명품 브랜드들의 유통정책과 영업장을 확대하고 브랜드를 유치해야만 하는 면세점의 현실 사이 갭은 크다.

게다가 어느정도 규모의 여유가 있는 백화점과 철저하게 압축MD로 운영되는 면세점의 상황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3개층의 롯데소공면세점이 지하부터 9층까지 운영되는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과 맞먹을 정도. 매출을 주도하는 아이템도 코스메틱, 주류, 액세서리 등으로 제한돼있다. 특히 화장품은 절대적. 때문에 A급 화장품 브랜드의 유치가 더더욱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면세점별 상위에 랭크된 순위의 상당수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들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면세점의 코스메틱 매출은 국내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는 초특급 갑이다.

「설화수」 「후」 등 매출은 국내 브랜드가 주도
하지만 글로벌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는 면세점의 ‘그림(?)’을 위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 면세점이 얼마나 감도높고 럭셔리하냐는 기준은 결국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기 때문에 이들의 입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번에 갤러리아면세점에서 문제의 시발점이 된 「샤넬」의 경우도 매출보다는 ‘상징성’ 때문에 특급 대우를 받은 것.

따라서 수요-공급 조건에 따라 신규 면세점들은 이들 브랜드를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브랜드들이 무리한 조건과 까다로운 입점 요건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비상식적인 계약조항과 무리한 요구가 난무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콧대만 높아지는 형국이다.

경쟁 브랜드의 매장과 비교해 입점 위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하거나, 심지어 이번 에스티로더의 사태처럼 매장 판매직원을 철수시키며 면세점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콧대 높은 명품의 ‘갑질’이라고 비난은 하면서도 다른 신규 면세점으로 혹시 불똥이 튈까 좌불안석이다. 에스티로더의 철수가 「랑콤」 「비오템」 「키엘」 등 다른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갤러리아에 이어 9월 리뉴얼을 진행중인 롯데 면세점(서울 소공점)의 경우도 눈치를 보고있는 상황.

‘더 좋은 자리’ ‘더 낮은 수수료’ 경쟁적 요구
지난 2000년대 초반 1라운드에서 이런 상황을 이미 겪을 만큼 겪은 백화점들과 신규 면세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당시 국내 수입 시장은 성장기에 들어서고 있었고 브랜드마다 정책의 차이는 있겠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도, 백화점 입장에서도 상호 ‘확장’의 의미는 비슷했다. 특히 브랜드 입장에서는 백화점과의 딜에서 어떤 조건을 이끌어 내느냐가 국내 시장 진입에 아주 중요했다. 협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치열해진 국내 면세점 간 경쟁을 감안할 때 신규 면세점 입장에 비해 A급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골라잡아서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장 인테리어 비용 전액 부담이나 노골적인 수수료 인하 등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과 1년 만에 서울 시내 면세사업자가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났고 관세청은 연말에 대기업 3곳, 중견 · 중소 기업 1곳 등 4곳에 신규 면세특허를 부여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서울에서만 13개의 시내 면세점이 영업을 하게 되는데, 과연 이 같은 구조에서 면세점과 브랜드 간의 상관관계는 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갤러리아 사태에 타 면세점 불똥 튈까 전전 긍긍
면세점 증가로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데다 국내 면세점들의 2분기 매출 실적은 좋지 않다. 신규 면세점의 경우 적자 규모가 1분기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오는 10월 서울 시내 면세점이 늘어나면 경쟁은 더 치열해져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단체관광객을 몰고 오는 여행사 가이드에게 주는 비정상적인 수수료와 커미션에 대한 문제점도 심화된다.

해결점은 관광객이 더 늘어나 주는 것인데, 현재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에서 촉발된 중국의 관광정책 강화 등으로 유커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들은 짧은 시간 내에 마켓 셰어를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과다하게 투입해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이라 설명하지만, 당분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갑질이 최적의 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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