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장악한 패션 잡화 챔피언 3!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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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0.12조회수 22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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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을 전략적 유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패션 잡화 브랜드가 있다. CJ오쇼핑에서 8년째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는 주영(대표 정용화)의 「브레라」, 탁월한 브랜딩 능력으로 GS샵에서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신예 우주스튜디오(대표 김태균)의 「베로니카포런던」, 롯데홈쇼핑에서 핸드백과 슈즈 라인을 론칭하며 토털 잡화 브랜드로 도약하는 카넬리온(대표 홍성민)의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가 주인공이다.

    이들 브랜드는 높은 반품률을 방어하기 위해 더 좋은 퀄리티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니즈를 넘어 원츠(wants) 상품을 선보인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30%에서 많게는 40%까지 저렴한 가격, 덤으로 끼워 주는 다양한 상품 등이 소비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 모으는 홈쇼핑의 매력이지만, 이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는 근시안적인 마케팅은 일절 하지 않는다.

    한때 홈쇼핑 채널은 밸류 브랜드의 전유물이라고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콧대 높은 백화점 브랜드와 자부심 하나로 똘똘 뭉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홈쇼핑 채널을 기피했다. 속칭 ‘맛이 간’ 브랜드의 마지막 구원 투수로 여겨지던 홈쇼핑 유통에 대한 인식이 이젠 달라지고 있다. 사실 홈쇼핑 유통은 오프라인 매장을 꾸리는 것에 비해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출 효율이 상당한 채널이다. 또 월매출, 연매출로 집계하는 것에 비해 분당 매출, 시간당 매출을 기본 매출 단위로 설정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출 규모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브레라」 백화점 브랜드 최초 홈쇼핑 진출
    그럼에도 30%를 훌쩍 뛰어넘는 수수료, 높은 반품률 등으로 한번 진입하기는 쉽지만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운 유통채널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처럼 홈쇼핑은 ‘앞에서 벌고 뒤에서 까지는’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약과 같은 극약 처방’일 수도 있다. 어중이떠중이처럼 홈쇼핑을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입점한 브랜드는 홈쇼핑사의 갑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매출만 담보된다면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분당 매출 1700만원! 「브레라」가 지난 9월 신상품 ‘딜리스’ 버킷백을 17만9000원에 출시하며 CJ오쇼핑에서 세운 기록이다. 홈쇼핑업계를 통틀어 최장수 잡화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브레라」는 2005년 론칭 초기만 해도 백화점을 중심 유통으로 삼았다. 이탈리아 직수입 상품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하던 이 브랜드가 홈쇼핑 영업을 시작할 때 대내외적으로 많은 만류가 있었다.

    효율 매장을 위주로 지역별 중심 권역에만 입점하다 보니 마니아층은 구축됐지만 매스화되지는 못했다. 과감하게 홍보 수단으로 홈쇼핑을 시도한 이 브랜드는 리미티드로 소량 진행했다. 당시 방송 시간은 50분이 배정됐고 4000개 수량을 준비했는데 20분 만에 완판했다. 이때 발 빠르게 시장성을 파악한 뒤 본격적으로 홈쇼핑 영업을 시작했다.

    CJ오쇼핑서 8년째 최장수 잡화 브랜드 등극
    불경기의 여파가 잡화 시장까지 급습하자 최근 들어서는 백화점을 메인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도 홈쇼핑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패션 브랜드들이 백화점을 탈출해 다른 유통채널을 물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브레라」 역시 백화점 매장은 정리하는 추세다. 「브레라」가 백화점 브랜드 중 최초로 홈쇼핑에 진출한 때가 2009년이니 마켓 흐름을 7~8년 먼저 내다본 셈이다.

    「브레라」는 지난해 홈쇼핑에서만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하고 CJ오쇼핑에서 최고 인기상품 4위를 차지했다. 처음 홈쇼핑 론칭을 한 뒤 단 차례도 매출 순위 5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한 시즌 ‘치고 빠지는’ 브랜드가 유난히 많은 이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브레라」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재고 관리다.

    권치오 뉴커머스사업부 이사는 “파급력이 큰 홈쇼핑의 위력을 한번 실감하면 도박처럼 끊을 수 없게 된다. 「브레라」도 1년 사이 매출이 4배 가까이 뛰는 등 어마어마한 효과를 봤다. 매출이 정점을 찍었을 때 지금과 같은 방식은 사업이 아닌 투기라는 것을 깨닫고 재고 관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량 리스크 ↓ + 상품력 ↑, 철저한 재고 관리
    순판매율 60~65%가 되지 않으면 적자라는 홈쇼핑 시장을 쉽게 보고 뛰어드는 브랜드는 돈을 주고 방송 시간을 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에 비해 「브레라」는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오전 8시부터 10시,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의 프라임 타임만을 고집하고 물량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적게 안고 가는 것. 또 홈쇼핑에서 생긴 재고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진할 수 있다는 것도 옴니채널을 공략하는 「브레라」만의 강점이다.

    홈쇼핑과 백화점에서 같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무엇보다 상품력에 집중한다. 백화점에서 30만원대 후반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상품을 홈쇼핑에서 19만원대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철저히 박리다매로 원가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정원구 상품본부장 전무는 “「브레라」의 상품은 다른 백화점 브랜드와 비교해도 품질이 훨씬 우수하고 안정적”이라고 단언했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윤리적 요소까지 개입해 자재, 소재 성분 검사 등 모든 테스트가 컬러별, 사이즈별 건당 이뤄진다. 때문에 한 개 라인을 론칭할 때 시험 분석비만 300만원이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다. 여기에 「브레라」는 자체적으로 내부 품평, 패널 품평, 의뢰 품평, 홈쇼핑사 품평 등 여러 차례의 품평회를 거친다. 철저한 재고 관리와 함께 「브레라」의 핵심 전략은 선글라스, 슈즈 라이선시와의 돈독한 파트너십이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광고도 같이 하고 상품 기획 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브랜딩 관리를 한다. 대신 해당 품목에 한해서는 전문가인 라이선시 업체를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라이선시 업체가 변경되지 않고 함께하고 있다.

    선글라스·슈즈도 인기, 희소성 ↑ 브랜드 가치 ↑
    지난 시즌 CJ오쇼핑에서 판매량 1위 상품은 「브레라」의 선글라스였다. 7만세트 이상을 팔아 120억원 매출을 올렸다. 한 세트에 3개 아이템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21만장이 풀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슈즈도 연평균 27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서 「브레라」의 홈쇼핑 영업 로직이 드러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수량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에 들어가는 것.

    정 전무는 “희소성을 위해 당분간 홈쇼핑 방송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홈쇼핑 최장수 브랜드라는 훈장을 얻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되다 보니 이미지 노후화가 진행되기도 했다”며 브랜드 리뉴얼을 시사했다. 리뉴얼 방식으로는 이미지 고급화에 주력한다. 상품 가격을 올리기보다 부가가치를 높여 가성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채널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수입 멀티숍으로 시작한 「브레라」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는 모토를 다시 한 번 정립한다. 현재 전개하는 핸드백, 선글라스, 슈즈 등 패션 잡화에 핸드폰 케이스, 문구류, 여행용 액세서리 등 생활 아이템을 추가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통망도 백화점에서 쇼핑몰 형태로 옮겨 갈 준비가 한창이다.



    「베로니카포런던」 GS샵서 스토리텔링에 집중
    브랜드에도 휴식기인 ‘방학’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만큼 틀을 깬 행보를 보이는 「베로니카포런던」은 주요 유통채널인 온라인 편집숍 ‘29cm’에서 2주간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사세를 넓혀 가고 있는 브랜드다. 소비자와의 감성 공유와 상품 체험을 중시해 온라인 유통에서만 전개하던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가 홈쇼핑 유통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베로니카포런던」의 핵심 아이덴티티는 ‘스토리텔링’이다. 런던패션위크 출신의 이 훈 디자이너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 만든 슈즈라는 로맨틱한 탄생 비화가 존재하는 이 브랜드의 모든 상품에는 그의 아내 베로니카와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이 스토리에 열광한다. 「베로니카포런던」은 유통망 선정에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아니
    라 얼마나 브랜드를 잘 소개할 수 있느냐와 소비자가 상품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런 나름의 가이드라인에 온라인 유통만큼이나 부합하는 채널이 TV홈쇼핑이다. 영상과 쇼호스트의 코멘트 등을 통해 충분히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고, 무료 배송으로 소비자들이 집에서 편하게 상품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판매가 이뤄질 때 홈쇼핑의 고질적 문제인 반품률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한다.

    채널별 MD 차별화, 단독 선발매 개념 도입
    이 브랜드의 총괄 디렉팅을 맡고 있는 최광석 실장은 “싼값의 물건을 대량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자는 GS샵과 방향성이 같았다”고 말했다. GS샵은 「베로니카포런던」을 론칭하며 꽤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기존 홈쇼핑에서 샌들의 경우 7만~8만원대, 로퍼는 8만~9만원대가 통상적인 데 비해 30~40%가량 높은 판매가를 설정한 것. 지난해 홈쇼핑 론칭 첫 방송에서는 방영 시간 중 130%를 달성해 매진을 기록했다.

    홈쇼핑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기존 「베로니카포런던」 평균가에 비해서는 40% 이상 다운된 가격이다. 최 실장은 “판매 누적 데이터를 통해 기존 가격에서 30% 할인을 할 때 수요가 월등하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홈쇼핑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껏 구축해 온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전개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임전무퇴’라는 생각에 그대로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베로니카포런던」은 ‘프렌들리(Friendly)’ 라인을 출시해 GS샵에서 단독 선발매 형식으로 판매한다. 이 브랜드의 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가장 좋은 가격대로 선보인다는 콘셉트로 GS샵 전용 라인이 아닌 선발매의 개념이다. 미리 물량을 준비해야 하는 홈쇼핑 특성상 이미 검증된 디자인과 대물량을 하면서도 품질을 맞출 수 있는 아이템을 위주로 구성하며 이후에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도록 한다.

    유통 환경 다변화, 브랜드가 甲… 단독 세트까지
    저렴한 가격이 아닌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는 「베로니카포런던」의 또 다른 차별점은 본품에 얹어 주는 특별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 때마다 주문 콜이 쏟아지는 것은 상품에 대한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년간 지속된 저가 경쟁 시대를 지나며 소비자들은 필요한 슈즈로 신발장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필요에 의한 소비에서 가장 원하는 것, 독특하고 시도해 보고 싶은 아이템을 찾는 것으로 소비 패턴이 변했다.

    최 실장은 “채널이 다변화됐기 때문에 브랜드가 유통에 끌려 다니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브랜드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로니카포런던」은 단독 세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는 편성에서도 「베로니카포런던」 차례가 오면 공간을 이동해 전용 세트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GS샵에서의 성공적인 홈쇼핑 론칭과 차별화된 프로세스로 최근에는 백화점과 편집숍 등 제도권 유통의 러브콜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브랜드 체험에 최적화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목표로 하는 「베로니카포런던」은 ‘29cm’ ‘텐바이텐’ ‘W컨셉’ ‘위즈위드’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망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으며 오프라인 채널로의 확대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H by 이카트리나」 롯데홈쇼핑 잡화 매출 1위
    홈쇼핑 채널을 공략하기 위해 아예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한 경우도 있다. 카넬리온(대표 홍성민)의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H by EKATRINA)」가 대표적이다. 뉴욕 출신의 캐시 리(한국명 이연주) 디자이너가 디렉팅을 맡고 있는 이 브랜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백화점과 고급 편집숍을 위주로 전개되는 프리미엄 핸드백 「이카트리나뉴욕」의 세컨드 레이블이다. 캐시 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국내 백화점 유통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 니즈를 억지로 「이카트리나뉴욕」에 담으려고 애쓰기보다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홈쇼핑이라는 유통을 통해 전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는 지난해 10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론칭한 이래 방송 때마다 목표 수량 대비 평균 200%가 넘는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한국뉴미디어유통산업협회가 주최한 ‘홈쇼핑 스타 브랜드 대상 패션 잡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홈쇼핑업계의 히트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캐시 리 CD는 “디자이너들이 과거에는 홈쇼핑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없는 국내 디자이너 입장에서
    는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홈쇼핑이 강력한 유통채널로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트렌드를 전했다.

    홈쇼핑이라는 신규 유통에 진출하며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는 홈쇼핑 영업과 마케팅 서비스 전문기업인 웰컴엠에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웰컴엠에스에서는 이 브랜드의 재고 관리와 배송, 촬영, 마케팅 등 홈쇼핑 비즈니스 전반을 담당한다. 영업과 관련된 업무를 전문회사에 맡기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상품 생산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에이치바이이카트리나」는 이번 시즌 핸드백에서 나아가 슈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리뉴얼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이 회사는 연말까지 200억원을 목표로 브랜드를 전개한다.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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