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아웃도어, 패션 ‘봉’으로?

09.12.07 ∙ 조회수 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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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매년 18~22%의 신장률을 보이며 국내 패션시장에서 유일하게 고공행진하고 있다. 속칭 ‘돈 되는 시장’임이 입증되면서 아웃도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웃도어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도의적인 부분까지 거스르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워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아웃도어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아웃도어에 몰입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웃도어가 ‘미래의 시장’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최근 아웃도어 개념이 ‘산복’ 개념에서 탈피해 바이크 트래킹 요트 등 매력적인 카테고리를 담고 있어 미래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 간 브랜드 유치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일모직 속 ‘아무도 몰라’, 중소기업 ‘냉가슴’

현재 아웃도어 시장은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등 1000억원대를 훌쩍 넘는 빅 브랜드와 편집숍 개념의 중견기업들로 이원화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틈을 탄 대기업과 패션 중견기업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어(大漁) 잡기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중소 전문기업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의 본사로 달려가 거액의 로열티와 온갖 화려한 조건을 내세워 유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이슈였던 제일모직(대표 황백 www.cil.samsung.com 이하 일모)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모의 아웃도어 잡기가 한창인 요즘 업계의 모든 촉각은 이 업체로 모아진다. 이 이슈는 오래 전부터 흘러나왔지만 최근 일모가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본국 날아가 국내 최고 조건으로 유혹

그러나 잡힐듯 잡히지 않을 듯 정작 브랜드 계약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모 측은 전전긍긍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일모는 이미 미국의 P 브랜드, 독일의 H 브랜드, 스웨덴의 P 브랜드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협의 조건이 만만치 않은 데다 국내 전개 업체와의 갈등 속에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한 관계자는 “꾸준하게 매년 평균 20% 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미입점된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일모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은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타사가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와 접촉하고 있다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포화상태라지만 대기업이나 패션 중견기업이 아웃도어 시장에 손을 대면 이제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기업의 가세로 아웃도어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중소 전문기업의 입지는 축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코로바, 1년 만에 브랜드 매각 결정

아웃도어 전문업체들도 일모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시장의 규모가 정해져 있는 만큼 나눠먹기 식인 데다 중소기업의 매출외형 경쟁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코오롱 FnC부문의 「코오롱스포츠」와 「네이처시티」, 엘지패션의 「라푸마」 등 쟁쟁한 국내 대기업들의 아웃도어 경쟁 구도에서 일모의 가세는 국내 전문 기업들에 피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 F/W시즌부터 스타트할 것으로 보이는 일모의 아웃도어 시장 진출은 최근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M이 유력한 후보자로 좁혀지는 가운데 이 업체의 내년 아웃도어 시장 진출에 한 몫을 담당하게 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M 브랜드와의 계약과 진행 시점 등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형지어패럴(대표 최병오)의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야심은 에코로바(대표 조병근)의 「와일드로즈」 매입으로 결론났다. 인수 금액과 인원 구성 등이 아직 불명확하지만 새해부터 스타트할 예정이어서 업계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형지는 최근 「에델바이스」의 인수합병(M&A)에서 인수조건에 대한 견해차로 계약 직전에서 결렬됐지만 「와일드로즈」를 선택, 형지 특유의 볼륨화 전략에 착수했다.

우선 자사의 강점과 노하우를 살려 「와일드로즈」를 주요 백화점과 가두점 등으로 가동한다. 특히 이 브랜드가 라이선스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기획과 생산 등을 형지 측이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수입과 라이선스를 병행하며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미 붙인 형지, 새해 아웃도어 하나 더

무엇보다 궁금한 점은 에코로바 측의 상황이다. 전 주인인 에코로바(대표 조병근)는 지난 1월 독일 ISPO 전시회를 통해 「와일드로즈」와 10년간 국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중심의 공격적인 영업을 해 왔지만 1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고객들과의 약속과 브랜드에 대한 책임을 뒤로 한 채 내린 이들의 결정이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형지어패럴(대표 최병오)의 아웃도어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와일드로즈」를 매입한 형지어패럴이 이르면 내년 아웃도어 브랜드를 하나 더 추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럽 지역 대표급인 A와 B로 좁혀진 가운데 이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적잖은 지각 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대기업은 물론 일반 패션 중견기업까지 가세하면서 전문 아웃도어 업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기존 브랜드를 뺏는 식의 이전투구는 지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패션시장에서 아웃도어 부문의 파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 2년 사이에 한국 시장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전쟁터가 될지도 모른다. 앞뒤 보지 않고 브랜드 잡아오기에 혈안이 되기 이전에 페어플레이와 들여온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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